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달창’ ‘문노스’, 김현아 의원의 ‘문 대통령 한센병 환자’ 등 비하 발언이 문제가 되자 중앙일보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광주방문을 사이코패스 수준이라고 한 이정미 정의당 대표 발언과 5·18 폄훼세력에게 ‘괴물은 되지 말자’고 한 조국 수석의 페이스북 글까지 싸잡아 막말 정치라고 지적했다. 누가봐도 양비론에 기댄 물타기로 보인다.

중앙일보는 20일자 사설 ‘“한센병”“사이코패스”“괴물”…증오 키우는 막말 정치’에서 “정치권의 험한 말들이 끝없이 상승작용을 일으키고 있다”며 “‘막말 배틀’이란 말까지 나올 정도”라고 진단했다.

우선 그 대상을 두고 중앙일보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문재인 정부를 “좌파 독재”라고 비난하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도둑놈들한테 국회를 맡길 수 있겠냐”고 말한 것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문 대통령 지지자들을 비하하는 은어를 사용한 데 이어 문 대통령을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악당(타노스)에 빗대어 ‘문노스’라고 한 것을 들었다.

그러나 중앙일보는 “급기야 써서는 안 될 표현까지 등장하고 있다”면서 이정미 정의당 대표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주장을 사례로 들었다. 지난 15일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황교안 대표가 국회에서 5·18 특별법을 다루지 않고 다시 광주에 가려 한다며 “거의 사이코패스 수준”이라고 했다. 5·18 기념식 후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우리 사람 되기 힘들어도 괴물이 되진 말자’는 영화 대사를 페이스북에 실었다.

그러면서 중앙일보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정치인들이 어떻게 말하고 행동하는지 말 없는 다수가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시민들은 누가 형편없는 실력으로 나쁜 말에만 기대어 정치를 하는지 기억하고 있다가 선거에서 엄중하게 심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앙일보는 “부실한 정책만 늘어놓고 막말로 승부를 보려는 정당에 대해서도 응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8일 5·18 광주민주화운동 39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희생자에 묵념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8일 5·18 광주민주화운동 39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희생자에 묵념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하지만 중앙일보의 주장처럼 조국 수석의 괴물 발언을 막말 범주에 넣고 똑같이 막말정치를 한다고 비난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의문이다. 조국 수석은 지난 18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5·18은 현행 1987년 헌법의 뿌리이다. 우리 모두는 5·18의 자식이다. 5·18 폄훼 망발을 일삼는 자들, 그리고 정략적 목적과 이익을 위하여 그런 악행을 부추기거나 방조하며 이용하는 자들에게 이하 말을 보낸다. ‘우리 사람 되기 힘들어도 괴물이 되진 말자’(영화 생활의 발견-2002)”이라고 주장했다.

조국 수석이 언급한 5·18 폄훼와 망발이란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했던 발언을 말한다. 김진태 김순례 이종명 의원은 지난 2월 공개적인 토론회까지 주최해 5·18 왜곡 폄훼 발언을 퍼부었다. 김순례 의원은“5·18 유공자라는 괴물 집단을 만들어내 세금을 축내고 있다”고 했고, 이종명 의원은 “폭동이 ‘민주화운동’으로 변질됐다”고 주장했다. 김진태 의원도 영상메지시로 “5·18문제만큼은 우파가 결코 물러서선 안 된다”고 했다.

자당의 국회의원들이 5·18 정신과 희생자들을 이렇게 짓밟고 유린하는데도 자유한국당이 조치한 것은 이종명 의원(제명)을 제외하고는 당원정지 3개월(김순례)과 경고(김진태)였다. 이런 행태를 빗대어 ‘괴물이 되지 말자’고 한 것을 막말이라 나무랄 수 있을까.

중앙일보가 거친 표현을 비판하려면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5·18 망언을 먼저 지적하는게 순서다. 하지만 사설에서 그런 언급은 찾아볼 수 없다. 중앙일보 사설에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20일 미디어오늘에 문자메시지를 통해 “노코멘트하겠다”고 답했다.

▲ 중앙일보 2019년 5월20일자 사설
▲ 중앙일보 2019년 5월20일자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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