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저널리즘 토크쇼 J에서 송현정 기자의 대통령 대담 인터뷰 논란을 정면으로 다뤘다. 미디어비평 대표 프로그램인 저널리즘 토크쇼 J에서 과연 자사 혹은 자사 기자에게 쏟아진 비판 여론을 정면으로 다룰지, 다룬다면 어떻게 할지 관심이 많았는데 60분 가까운 방송 시간 전체를 할애해 태도 논란부터 질문 내용, KBS 제작진 문제 등을 폭넓게 다뤘다.

송현정 기자는 지난 9일 문재인 대통령을 일대일 대담 형식으로 인터뷰했지만 인터뷰가 끝나고 송 기자의 태도와 질문 내용에 비난이 쏟아졌다.

KBS 저널리즘 토크쇼 J는 19일 방송에서 송 기자 인터뷰를 집중 조명했다. 패널 최욱씨는 방송 초반 “오늘 주제 때문에 패널들 간에 다툼이 조금 있어가지고 이 자리가 무척 불편”하다고 말해 패널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많았음을 시사했다.

최씨는 일반 시청자 입장에서 송현정 기자의 인터뷰에 감정을 과감히 전달했다. 최씨는 “저는 기자, 대통령, 이런 직위를 다 걷어내고 게스트와 진행자 관점으로 평가를 해보자면요. 대담도 토크쇼니까요. 일단은 좀 너무 재미가 없었던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최씨는 “형식이나 분위기나 질문이나. 제가 궁금했던 질문을 대신해준다는 느낌도 받지 못했다. 또 하나는 게스트가 뭔가 좀 대답하려는데 그걸 자꾸만 흐름을 끊는 그런 모습이 좀 불편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자신이 준비한 질문을 다 하고야 말겠다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저는 연출이 너무 부족했고 한마디로 KBS의 실력 없음이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최욱씨는 송 기자가 문 대통령의 말을 끊는 것에도 “잘못된 길로 가면 끊어서 원래의 길로 갖다 놓은 거는 진행자의 역할인데 도대체 왜 끊는지 모를 경우가 많았다”고 꼬집었다.

반면 안톤 숄츠 기자는 시간이 제한된 생방송 인터뷰의 조건을 이해한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만약에 독일 방송국 한번 보시고 아니면 뭐, 미국 방송 CNN 한번 보시면 아마 5분 인터뷰에서는 20번 정도 끊을 경우도 있다. 서양 스탠다드와 비교하면 아주 친절한 인터뷰”였다고 말했다.

보수 프레임 속에 갇힌 질문 내용이 근본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김언경 사무처장은 “대부분의 질문이 보수, 자유한국당 쪽에서 문제제기 하는 내용들, 그러니까 질문의 주제와 질문의 내용, 전체적으로 다 그쪽에서 나오는 이야기들 위주로 프레임이 짜져 있었다”고 말했다. 정준희 중앙대 교수도 “예를 들면 노동자와 기업과 어떤 입장이라든가 좌파 내지 우파의 입장이라든가 지역의 입장이라든가 되게 다양한 게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이걸 국민이라는 말로 뭉뚱그리려면 바로 그런 다양성이 보장이 돼야 하는데 이때 국민이 궁금하다고 얘기하는 그 말의 그 국민이 누구였는가”라고 반문하며 질문 내용에 속하지 않은 국민들은 불편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KBS 저널리즘 토크쇼 J
▲ KBS 저널리즘 토크쇼 J
안톤 숄츠 기자는 “KBS 너무 문 대통령 편이다. 그냥 문 대통령이 하는 일 다 좋고. 그리고 특히 보수적인 미디어는 이런 불만이 많이 있었다. 그래서 아마 날카로운 모습을 한번 보여줘라”라고 했다고 말했다. KBS가 보수의 정치적 공격을 피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문 대통령에게 보수 시각의 비판적 질문만 던졌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준희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의 정치 환경에서 공영방송이 모든 부분들을 다 포괄하려면 기본적으로는 어느 쪽으로든 욕을 먹고 공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어차피 그런 상황이라면 차라리 질문의 방식이나, 내용이나 이념적 성향이나 이런 것들이 다양했으면 그나마라도 여러 방식의 욕들이 중화가 될 수가 있는데 그게 아닌 방식으로 갔다는 것. 이게 굉장히 중요한 실수”라고 말했다.

송 기자의 대담 인터뷰와 비교한 지난 2006년 손석희 MBC 앵커와 노무현 대통령의 100분 토론 특집 대담 인터뷰에 대해선 흥미로운 대담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정준희 교수는 KBS에 “훈련된 대담 전문 인터뷰어”가 없다면서 “KBS가 스스로 준비해나가는 과정에서 지금까지 준비의 정도가 상당히 낮을 수밖에 없었던 구조적인 문제, 이걸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담 인터뷰 제작진이 송 기자의 경험 부족을 들어 논란을 해명한 것에도 쓴소리가 나왔다. 최욱씨는 “KBS 하면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언론사인데 그리고 거기에서 대표 선수를 한 명 내보낸 상황인데 경험이 부족해서 그랬다, 긴장해서 그랬다. 이런 표현을 하는 건…”이라며 “KBS, 거기에서 대표 선수를 뽑는 거 아니겠나? 그런데 그 와중에 ‘경험 부족’ 이런 단어를 쓰는 것은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약간 좀 아쉽다”고 말했다.

정세진 앵커는 자신의 경험을 빌려 이번 대담 인터뷰에서 ‘협업’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정 앵커는 지난 2006년 9시 뉴스 앵커 자격으로 노무현 대통령과 대담했다면서 “정치, 경제, 사회 이런 부서들이 질문을 취합하고 의논하고 추리고 추려서. 워딩 하나하나가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그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던 기억이 있다. 이런 협업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혼자 90분을 기자 한 명, 진행자한테 부담을 다 쥐어준 건 아닌지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송 기자 인터뷰에 ‘이해한다’는 익명의 기자들과 ‘불편했다’는 시민들의 180도 다른 평가를 두고도 말이 많았다. 최욱씨는 “기자들은 본인들이 절대 비판받아서는 안 되는 존재로 계속 인식하는 것 같아서 그게 너무너무 불편하다. 기자들의 어떤 선민의식, 뭔가 대중을 얕잡아 보는듯한 그런 느낌을 많이 좀 받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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