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대 피해를 낳았던 불법 유사수신업체 IDS홀딩스가 비판기사를 막기 위해 방송인으로 활동했던 학자까지 동원했던 것으로 나왔다. 비판기사가 나오기 전에 미리 보도 내용을 파악한 정황도 확인됐다.

IDS홀딩스 김성훈 대표와 브로커 유아무개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에 따르면 2016년 5월 일요신문 정아무개 기자는 IDS홀딩스 김 대표가 불법으로 투자금을 모은 혐의로 2심에서도 유죄를 선고받았지만 여전히 영업 중이라는 내용으로 취재하고 있었다.

브로커 유씨는 2016년 5월6일 김성훈 대표에게 문자메시지로 “월요일판 일요신문에 기사로 송고해서 편집 중”이라며 “(일요신문 출신)○○○ 기자와 친구라서, 통해서 김모 (일요신문)국장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얘기를 들었고 직접 기사를 검토 중”이라고 보고했다.

유씨는 “최대한 객관적인 사실로 기사를 내보낼 수밖에 없는데 검토해서 전화를 달라고 했다. 그러면 공익광고형식으로 광고협찬을 할 수도 있다고 했다”면서 “지금은 만약 기사가 나가더라도 실명과 회사 이름을 이니셜로 처리해달라고 부탁을 했고 가능하면 도와달라고 했다”고 김 대표에게 전했다. 

유씨의 보고를 받은 김성훈 대표는 “광고를 얼마짜리를 협찬해달라는 건지 혹시 물어봐줄 수 있느냐”고 물었고 유씨는 “쪼그마한 것으로 말하고 있어요”라고 답한다. 그러자 김 대표는 “광고 내주고 덮는 쪽으로 진행할 수 있으며 그렇게 진행 부탁드린다. 우리 측 입장을 취재하지 않은 상태이니 기사를 좀 미루고 우리 측 입장도 취재해서 내달라. 우리도 공익광고 협찬하겠다. 이 정도면 서로 명분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지시한다.

관련 문자 이후 일요신문은 “IDS홀딩스 사태 앞뒤…유사수신 2심서도 유죄 불구 여전히 영업중”이라는 제목으로 비판기사를 실었지만, 이후 “IDS홀딩스 등 국내 금융기업, 인도네시아 진출“ 등 IDS홀딩스 홍보성 기사가 일요신문에 네 차례 실렸다. 

▲ 김성훈 IDS홀딩스 대표.
▲ 김성훈 IDS홀딩스 대표.

당시 IDS홀딩스를 취재하고 기사를 썼던 정아무개 기자는 회유와 협박을 받았다고 했다. 정 기자는 “다른 유사수신업체와 달리 IDS홀딩스를 취재하면서 엄청난 압박을 받았다. 회유하고 협박이 같이 들어왔다”면서 “당시 IDS홀딩스 측 변호사하고 통화했는데 사실 확인 요청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으면서 기사 쓰면 고소해서 혼내줄 수 있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결국 협박이었다”고 말했다.

정 기자는 “취재 중 방송에도 출연하고 유명했던 심리학 박사가 전화해와서 ‘○○○기자와 친하다. IDS홀딩스는 좋은 기업이고 확정 판결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기사를 쓰면 좋지 않다, IDS홀딩스와 협력적 관계가 돼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말해서 당황스러웠다”고 했다. IDS홀딩스 측이 비판기사를 쓴 매체와 연결된 모든 인맥을 동원해 보도를 막으려 한 정황이 재확인된 셈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기자는 “당시 일요신문 국장은 물론 심리학 박사와 연락을 한 적이 없다. 심리학 박사와 라디오 방송을 하긴 했지만 IDS홀딩스 관련 얘기를 나눈 적도 없고, 일요신문에 전한 적도 없다”고 부인했다.

일요신문 내부에서 정 기자에게 IDS홀딩스 측 광고를 언급했다는 얘기도 나왔다. 정 기자는 “회사 내부에서 광고 얘기를 하면서 그쪽에서 구체적인 광고 금액과 어떤 방식으로 광고를 줄까라고 얘기를 했던 게 기억한다. 당시 국장은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광고 협찬 얘기를 했다며 불쾌해했다”면서 “당시 돈으로 모든 걸 해결하려 하는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 전에도 금융 사기업체 취재를 했는데 이 정도까진 아니었다”고 말했다.

일요신문 김 아무개 국장은 “당시 광고 집행을 알 수 있는 위치도 아니었고, 기사를 전제로 해서 바꿔먹기 영업은 제 허락 없이는 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비판 기사가 나오니 대책회의에서 제 이름이 나온 것 같은데 그쪽을 접촉하거나 광고 제의를 받은 적이 없다”면서 “본사는 IDS홀딩스 쪽과 타협한 내용이 없다. 보면 알겠지만 지금도 IDS홀딩스에 비판 보도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 지난 2017. 7월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에서 다룬 IDS홀딩스 방송 내용.
▲ 지난 2017. 7월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에서 다룬 IDS홀딩스 방송 내용.

IDS홀딩스 측이 출고 전 기사 내용까지 미리 파악한 정황도 나

왔다.

연합뉴스TV는 2016년 5월11일 불법 유사수신업체가 불황을 틈타 서민들의 피 같은 돈을 가로채고 있다며 금융감독원이 적발한 유사수신업체 통계를 보도했다. 당시 성아무개 기자는 후속 보도로 IDS홀딩스 문제를 다루려고 했다.

브로커 유씨는 2016년 5월 14일 김성훈 대표에게 “내일 연합뉴스TV에 저희 내용이 보도될 예정”이라며 “비교적 공정하게 해준다고 했는데 기자를 믿기 어렵다. 똑같은 내용이지만 매체가 주류라서 어느 정도 파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고한다.

유씨는 “데스크에서 (기사를) 내리도록 해보겠다”면서 경제데스크를 맡은 이아무개 부장의 유선전화번호와 함께 방송도 되지 않았던 기사 내용까지 파악해 김성훈 대표에게 보고한다.

유씨가 보고한 연합뉴스TV 출고 전 기사는 IDS홀딩스 김모 대표가 언급되고 1조원대 수신 후 해외송금이라는 방법을 통해 불법을 저지르고 있고 금감원 관계자 인터뷰를 통해 대법원 판결 전이라 제재가 곤란하지만 주의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심지어 유씨는 비판 보도 취재기자인 성아무개 기자를 놓고 “이 기사 끝으로 정치부로 옮긴다”는 내용까지 파악했다. 실제 성 기자는 2016년 5월16일자로 정치부로 발령 났다. 2016년 5월께 연합뉴스TV에서 IDS홀딩스 문제를 다룬 보도는 찾아볼 수 없다.,

성 기자는 “원래 당시 보도 계획은 유사수신행위 문제의 심각성을 전체적으로 다루고 IDS홀딩스 문제를 다루려고 했는데 막상 취재하다 보니 금감원 쪽에서 몸을 사렸다”면서 “발제하고 취재하는 시점에 기사화가 어려울 것 같아 데스크에 보고해 무리하지 말자고 해서 보도가 안됐다”고 설명했다. IDS홀딩스 측이 출고 전 기사 내용과 자신의 인사 발령까지 파악한 것에는 모른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성훈 대표와 유씨가 나눈 문자메시지에 등장하는 경제데스크 이모 부장은 “IDS홀딩스 측과 연락하고 만났다면 기억이 날 건데 기억이 없다. 통화한 적도 없다”면서 “문자메시지에 데스크 조치를 얘기했다는데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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