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부당노동행위로 유혈사태까지 낳은 현대자동차 부품 협력사 유성기업(대표 류현석)이 언론사들을 무더기 제소한 데 이어 자사 언급 보도에 전방위로 수정을 요청하고 있다. 기사와 외부칼럼에 이어 교양지 서평에 담긴 책 인용내용까지 고쳐달라고 요구했다.

유성기업은 지난 4월23일 종합교양지 독서신문 웹페이지에 게재된 서평 내용을 수정해달라고 전화와 이메일로 요구했다. 유성기업은 서평 본문 가운데 책을 인용해 자사가 ‘합법 파업을 폭력진압했다’고 언급한 부분 등이 “사실과 다르다”며 수정해달라고 했다.

해당 서평은 작가 주원규씨의 소설 ‘메이드 인 강남’을 다루며 말미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저서를 부분 인용했다. 서평은 “유시민 작가는 책 ‘어떻게 살 것인가’에서 과거 충남 아산 유성기업 노동조합의 합법 파업을 폭력으로 진압한 ‘창조컨설팅’이라는 업체에 일당 7만원을 받는 ‘88만원 세대’ 대학생들이 섞여 있었다는 것을 예로 들며 ‘그것은 네 책임이 아니라고 용역 폭력에 가담한 대학생을 위로할 수 없다는 것(…중략…)만큼은 분명히 해두자’고 말했다”고 썼다.

유성기업은 서평 게재 당일 해당 칼럼을 쓴 기자에게 “반론보도를 해 주거나 수정해달라”고 요구했다. 해당 칼럼을 쓴 독서신문 기자는 “유성은 ‘당시 진압이 폭력진압이 아니고, 용역을 동원한 컨설팅기업도 순수한 업체’라고 주장했다. 노조가 먼저 폭력을 썼다고도 했다. 무엇이든 무조건 ‘대법 판결 났다’며 고쳐달라고 요구했다”고 했다.

 

▲ 지난 2011년 충남 아산 유성기업에서 사측 용역업체 직원들이 헬멧과 마스크, 방패를 착용하고 출근을 시도하는 노조원들 200여명에 쇠파이프, 죽창을 휘두르고 소화기를 던지는 유혈사태가 일어나 20여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사진=금속노조
▲ 지난 2011년 충남 아산 유성기업에서 헬멧과 마스크, 방패를 든 사측 용역업체 직원들이 출근을 시도하는 노조원들 200여명에 쇠파이프, 죽창을 휘두르고 소화기를 던지는 유혈사태가 일어나 20여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사진=금속노조

유성기업이 용역직원을 동원해 폭력진압한 날은 2011년 5월18일이다. 당시 노조는 유성에 밤샘근무가 아닌 주간 연속 2교대제 합의를 지키라고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갔다. 노동위원회 조정신청과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친 합법 파업이었다. 그러나 유성기업은 곧바로 직장폐쇄한 뒤 용역직원을 동원해 무력으로 공장 출입을 저지했다. 이에 노조는 공장 점거농성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용역직원이 쇠파이프와 죽창, 돌, 소화기 등을 사용해 진압하는 유혈사태가 일어났다. 한 조합원의 두개골이 함몰됐고, 다른 조합원은 광대뼈가 부러졌다. 조합원 18명과 용역 6명이 병원에 옮겨졌다.

금속노조 유성지회를 대리하는 김차곤 변호사(법무법인 새날)는 “회사가 직장폐쇄해도 노조 사무실 이용 등을 위한 노조원들의 회사 출입을 막는 건 노동관계법 위반이다. 유성이 먼저 무력으로 출입을 저지하고선 이후 점거농성을 불법이라고 주장한다”고 말했다.

해당 독서신문 기자는 “말이 안 되는 소리라 판단해 답하지 않자 며칠 뒤 연락이 그쳤다”며 “유성기업이 중심내용도 아니었고, 다른 주제의 글에 다른 의도로 책 내용을 끼워 넣었을 뿐이다. 책 인용한 대목에 정정요구를 받은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 유성기업이 지난 4월23일부터 독서신문 웹페이지에 게재된 서평 내용을 수정해달라고 요구한 이메일 내용 일부. 사진=독서신문
▲ 유성기업이 지난 4월23일부터 독서신문 웹페이지에 게재된 서평 내용을 수정해달라고 요구한 이메일 내용 일부. 사진=독서신문

장석원 금속노조 기획부장은 “최근 유성기업이 ‘유’자만 나와도 일단 수정 요구를 하고 본다. 실제 언론중재위원회 제소까지 가진 않을 부분에 대해 담당 기자들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석원 부장은 “유성이 지난해 11월 노사 간 불미스러운 충돌사태가 일어난 뒤 보수언론이 대대적으로 노조를 비난하자, 이 틈에 반전 분위기를 밀어붙이려는 듯하다”고 했다.

김성민 금속노조 유성영동지회 사무장은 “이런 식으로 반론보도를 요구하면 기자들은 사실여부와 관계 없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무조건 법으로 걸어 문제제기를 무력화하는, 유성기업 노조파괴와 비슷한 방식”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해당 서평에서 “폭력으로 진압한 ‘창조컨설팅’이라는 업체”라 표현한 대목은 문구를 조정할 여지가 있어 보인다. 김차곤 변호사는 “창조컨설팅은 노조파괴 자문을 제공한 업체다. 이 시나리오에 따라 동원된 용역업체(CJ시큐리티) 직원 사이 대학생이 섞여 있었다”고 말했다.

유성기업 관계자는 “사실관계가 달라 정정 요청했다”면서도 “해당 내용을 쓴 유시민 이사장에게 문제제기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유성기업은 최근 경향신문 등 언론사 최소 7곳을 상대로 기사와 외부필진 칼럼 등을 놓고 언론중재위에 조정 신청을 넣었다.

[ 관련 기사 : 노조파괴 잔혹사 유성기업, 무더기 언중위 제소 ]

 

[유성기업, 유시민 글 인용한 서평까지 수정 요구]에 대한 반론보도문

본지는 2019년 5월3일자 본지 주간 신문, 인터넷신문 홈페이지에 [유성기업, 유시민 글 인용한 서평까지 수정 요구]라는 제목의 기사로, 유성기업은 2011년 5월18일 당시 용역직원을 동원해 무력으로 공장 출입을 저지하였고, 그 과정에서 용역직원이 쇠파이프와 죽창, 돌, 소화기 등을 사용해 노조원들을 진압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유성기업(주)는 2011년 5월18일 당시 폭력진압을 하지 않았다고 반론보도를 요청하였기에 이를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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