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사이버성범죄로 논란이 된 ‘기자 카톡방’ 사건 내사에 들어갔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2일 클럽 버닝썬에서 촬영된 영상 등 복수의 불법촬영물이 유포된 기자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내사 중이다. 채팅방에선 ‘버닝썬 유출영상’으로 불린 불법촬영물 2건, 신원미상의 남·녀 성관계 영상 등이 공유됐다. 버닝썬 유출영상엔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여성을 상대로 한 남성이 성추행을 하는 장면 등이 찍혔다.

채팅방 구성원 다수는 언론사 직원으로 추정된다. 채팅방은 기자, PD 등 언론인 200여명이 소정의 인증절차를 거쳐 모인 별개의 단체 정보카톡방(정보방)에서 파생됐다. 정보방 운영자는 매체 인증을 거친 ‘블라인드(앱의 일종)’에 모집 공고를 올렸고, 참가 희망자들로부터 개별 카카오톡을 받고 재인증한 뒤 이들을 가입시켰다.

▲ 구성원 대다수가 언론인으로 추정되는 한 익명 단체 카카오톡방에 불법촬영물이 유포됐다.
▲ 구성원 대다수가 언론인으로 추정되는 한 익명 단체 카카오톡방에 불법촬영물이 유포됐다.
▲ 문제의 '사이버성범죄' 채팅방이 파생된 또 다른 기자들 단체 카톡방 갈무리. 성범죄 피해자 사진을 돌려보자는 요구가 제지당하자 '문학방(문제 카톡방)을 애용하라'는 말이 나왔다.
▲ 문제의 '사이버성범죄' 채팅방이 파생된 또 다른 기자들 단체 카톡방 갈무리. 성범죄 피해자 사진을 돌려보자는 요구가 제지당하자 '문학방(문제 카톡방)을 애용하라'는 말이 나왔다.

문제의 채팅방은 정보방에서 ‘유출사진을 구한다’거나 ‘성폭력 피해자 사진 구한다’ 등의 문제 발언을 할 수 없자 한 참가자가 따로 개설했다. 이 참가자는 방 링크와 비밀번호를 정보방에 올려 사람을 모았다. 카톡방 사이버성범죄가 논란이 된 지난달 19일 참가자 대부분이 방을 나갔다. 운영자는 기존 정보방도 모두 폐쇄했다.

채팅방에선 불법촬영물 외에도 성폭력 피해자·가해자 신상 정보가 유포하거나 피해자를 음해하는 찌라시도 공유됐다. 참가자들은 성매매 업소 후기와 포르노사이트 링크를 일상적으로 나눴다.

한편 한국여성변호사회(회장 조현욱)는 지난달 30일 성명을 내 “언론인을 대표하는 기자들이 지극히 왜곡되고 저급한 성 인식을 바탕으로 여성을 물건처럼 성적 대상화 하거나, 성폭력 피해자들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이들이 겪은 아픔을 사회에 엄중히 알리려는 노력 하기는커녕 이들의 신상정보와 피해사실을 공유하는 행동했다는 점에서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엄정 수사와 처벌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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