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사상 초유의 국회의원 감금 사태를 일으켰다. 법안 접수와 회의를 방해하기 위해 집단 행동을 벌이고 이 과정에서 물리력을 행사했다.

한국당은 이번 사태의 원인이 여야 4당에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당이 최근 며칠 동안 기자들에게 보낸 입장에는 ‘헌법유린’ ‘전체주의’ ‘폭거’ ‘좌파개악’ ‘좌파독재’ ‘반민주적 폭정’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반면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저항을 온몸으로 했다”는 나경원 원내대표의 말처럼 자신들의 저항은 정당하다는 입장을 반복한다.

한국당의 저항 자체를 폄하하고 싶진 않다. 제1야당의 동의를 받지 않은 선거제 개편이 부당하다고 여길 수 있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에 기소권이 빠지고 야당 추천 몫을 늘린다 해도 정치적 기구로 작용할 거라는 우려도 할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저항을 했고 이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을 빚은 일도 이해는 할 수 있다.

▲ 26일 국회 의안과에 공수처 설치법안 등을 접수하려는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자유한국당 의원과 보좌진들이 가로막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 26일 국회 의안과에 공수처 설치법안 등을 접수하려는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자유한국당 의원과 보좌진들이 가로막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그러나 다른 누구도 아닌 한국당이 이러는 건 불편하다. 최근 며칠 동안 한국당의 반발을 지켜보면서 이들이 지금까지 보여온 모순적인 언행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멀리 갈 필요도 없다. 지난 3일 국회 앞에서 민주노총이 담장을 무너뜨렸다. 그때 한국당은 “불법시위로 대한민국의 법치주의 담장이 무너져 내렸다”는 논평을 냈고 “한국당은 어떠한 불법과 폭력도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다”고 했다. 

경찰에는 “그들이 부수고 밟은 기물을 가려내 국민의 세금을 훼손한 경제적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 12일 대학생 단체가 나경원 의원실을 점거했을 때 한국당은 “불법행위에도 손 놓은 공권력”을 규탄했다.

국회에서도 마찬가지다. 과거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 진보 정당이 회의장을 점거할 때마다 강력하게 반발해온 정당이 자유한국당이다. 26일 한국당 의원 20여명 고발의 근거가 된 국회법상 회의방해 등 조항은 과거 야당의 저항에 반발하며 한국당이 주도해 만든 것이기도 하다.

그동안 한국당은 저항하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오로지 “엄정한 법 집행”이란 주장을 고장난 라디오처럼 쏟아냈다. 그런데 자신들의 저항에는 이 잣대를 적용하지 않는다. 이런 한국당이 국민을 설득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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