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개봉한 영화 ‘어벤져스-엔드게임’의 상영관 ‘싹쓸이’가 지나치다는 우려가 나온다.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어벤져스-엔드게임’은 개봉 첫날 전국 2760개 스크린에서 1만2545회 상영됐다. 상영점유율은 80.9%, 좌석점유율은 85%로 나타났다. 영화관에서 10번 영화를 틀면 8번 이상이 ‘어벤져스-엔드게임’이었다. 당일 해당 영화의 좌석판매율은 65.2%였다.

▲ 영화 '어벤져스-엔드게임' 포스터.
▲ 영화 '어벤져스-엔드게임' 포스터.
이 같은 독점 추세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종전 기록은 지난해 개봉했던 영화 ‘어벤져스-인피니티 워’다. 당시 첫날 상영점유율은 72.8%였다. 3위는 2015년 개봉했던 영화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으로 당시 첫날 상영점유율은 65.4%였다. ‘어벤져스’의 인기가 아무리 높다고 해도 개봉일 좌석점유율이 73.1%(에이지 오브 울트론)→78.9%(인피니티 워)→85%(엔드게임)로 매번 높아진 대목은 그동안 영화계의 ‘특정 영화 독점’ 우려를 무색하게 만든다.

지난해 ‘어벤져스-인피니티 워’는 개봉 첫날 2460개 스크린에서 1만1429회 상영되면서 ‘독점’ 논란에 부딪혔으나, 당시 영진위를 비롯해 문화체육관광부는 사실상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당시 극장들은 ‘어벤져스-인피니티 워’의 상영관 독점 우려에 시장의 수요에 따른 결정이라고 밝혔으나 이 영화가 1000만 관객에 도달하기까지 19일간 평균 좌석판매율은 28.1%였다. 10석 중 7석은 비어 있었다는 뜻이다.

‘어벤져스-인피니티 워’의 개봉이후 10일간 평균 좌석판매율은 34.1%였던 반면 좌석점유율은 76.5%에 달했다. 이 기간 동안 영화 관객 수는 693만9446명을 기록하며 무난히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영화 관람객들이 다양한 영화를 볼 기회는 사라졌다.

한국은 극장업(상영)과 영화유통업(배급)을 겸하는 CJ·롯데·메가박스 3개 기업 세 곳이 전국 상영관의 92%, 좌석의 93.4%, 매출액의 97%(2017년 한국영화연감 기준)를 독점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이들 세 기업이 결의하면 ‘어벤져스’ 1000만 관객을 만들 수 있다. 3개 기업의 상영관 독과점은 △향유권 침해 △요금 인상 △매점 폭리 △광고시청 강제 등 부정적 요인을 낳고 무엇보다 이해관계에 따른 과다상영과 조기종영으로 영화계 다양성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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