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고성·속초 산불 이후 소방공무원을 국가직으로 전환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20만명을 넘어 청와대가 직접 답변내용을 공개했다.

이번 청원은 고성‧속초 산불 발생 다음 날인 지난 5일부터 시작돼 사흘 만에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청원인은 청원 글에서 “문재인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소방공무원 국가직화가 국회 벽을 넘지 못해 좌초 위기에 처했다”며 소방안전법 등 법 개정을 호소했다.

청와대는 24일 정문호 소방청장과 최근 온라인에서 ‘동료를 떠나보낸 35년 차 소방관의 기도, 할 말 많은 소방관’이라는 영상으로 주목을 끈 정은애 전북익산소방서 센터장이 직접 답변하도록 했다.

정문호 소방청장은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을 두고 “소방관 처우 개선을 넘어 국민의 안전권을 보장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며 “소방관련 예산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인력 충원 계획도 체계적으로 세워 대한민국 어디에 있든 똑같은 소방서비스를 보장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문호 청장은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는 필요한 소방인력과 장비를 제대로 갖추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현재 우리나라 소방공무원 5만여명 중 약 1%인 637명만 국가직이고, 99%는 지방직이다. 서울의 경우 소방인력 1인당 0.09㎢의 면적을 담당하지만, 강원도는 58배인 5.22㎢를 맡아 심각한 불균형을 낳고 있다. 신속하고 전문적 구급활동을 위해서는 구급차 출동 시 운전요원, 간호사, 1급 응급구조사 등 최소 3인 이상이 탑승해야 한다. 그러나 ‘3인 이상 탑승율’의 경우 서울, 부산, 대구 등 대도시는 100%인데 반해 경기도는 25%, 충청북도는 33%에 불과하다.

정은애 익산소방서 센터장은 “소방청 독립 후에도 인력 부족은 여전히 심각하다”며 “예산 규모가 적은 지방은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강원도 산불 대응을 두고 정문호 소방청장은 “조기 진화에 소방청의 역할이 컸다”며 ‘소방청 독립’과 ‘출동지침 개정’으로 총력대응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소방청은 문재인 정부 들어 지난 2017년 6월 독립청으로 분리돼 육상재난 대응 총괄 책임기관이 됐다. 또한 ‘출동지침’ 개정으로 대형재난 발생 시 소방청장이 관할지역 구분 없이 각 시·도 소방력을 총동원해 최고수위로 우선 대응할 수 있다. 때문에 전국의 소방차가 이번에 강원도 속초로 일제히 출동할 수 있었다.

한편 정은애 익산소방서 센터장은 “부족한 인력으로 현장에서 고생하고도 국민을 지키지 못했다는 부담감에 괴로워하는 소방관이 없도록 국회가 관련 법안을 꼭 통과시켜 달라”고 호소했다. 청와대는 열악한 환경 속에 적은 인력으로 힘든 임무를 수행하다보니 임무 중 다치는 소방관만 한 해 수백명에 달하며 참혹한 현장에 자주 노출되면서 트라우마로 인한 우울증도 심각해 소방관의 자살자 수가 순직자 수보다 많다고 설명했다.

지방직이라는 이유로 그동안 국가가 돌보지 못한 점을 들어 정문호 소방청장은 국가직이 되면 의료지원과 복지혜택도 늘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을 위해서는 소방기본법 등 4개 법률 개정이 필요하며 지난해 국회에선 통과되지 못했다. 정 청장은 “국민 안전은 국가가 책임진다는 차원에서 관련 법안이 빨리 통과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정은애 익산소방서 센터장이 24일 청와대에 출연해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청와대 국민청원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영상 갈무리
▲ 정은애 익산소방서 센터장이 24일 청와대에 출연해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청와대 국민청원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영상 갈무리
정은애 센터장은 “컵라면을 먹고 일해도 괜찮은 것은 국민을 구할 수 있다는 마음”이라며 “계속 질책도 해주시고 응원도 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답했다.

청와대는 이번 답변으로 지금까지 모두 91개 청원에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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