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은 한국 언론보다 표절문제에 민감하다. 지침서에 따라 윤리 교육이 이뤄지는 동시에 문제가 발생하면 관련 기사를 전수 조사해 결과를 공개하는 등 재발 방지에도 공들인다.

블룸버그 취재 윤리 지침서 ‘블룸버그 웨이’는 표절을 ‘타인의 결과물을 출처 표기 없이 베끼는 것’이라 정하며 “표절은 절대 용납될 수 없다. 어길 경우 해고될 준비를 하라”고 밝힌다. 블룸버그는 “원 보도는 실제 발품을 판 기자의 공으로 봐야 하며 다른 이가 취재한 인용문을 직접 들은 것처럼 사용하지 말라”고 교육한다. 기자 태도와 관련해선 “블룸버그는 기자들이 진실 보도를 위해 쏟는 모든 시간과 노력, 결과물에 자부심을 느낀다. 이와 똑같은 존중을 다른 기관(매체)에도 보여야 한다”고 밝힌다.

▲ 블룸버그 취재 윤리 지침서 '블룸버그 웨이(The Bloomberg Way: A Guide for Reporters and Editors)' 중 표절 윤리 명시 부분.
▲ 블룸버그 취재 윤리 지침서 '블룸버그 웨이(The Bloomberg Way: A Guide for Reporters and Editors)' 중 표절 윤리 명시 부분.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국(NPR) 지침은 “다른 기관 저작물의 표현을 너무 많이 고치거나 인용하지 말라”거나 “취재하지 않은 부분을 과도하게 인용하는 것은 효과적인 표절”이라고 정한다. NPR은 보도 투명성·정확성을 위해서라도 “출처를 밝히고 또 밝히고 또 밝혀라(Attribute, attribute and attribute some more)”거나 “우리 문장은 반드시 스스로 써야 한다”고 명한다.

외신 기자도 표절 유혹에 빠지는 건 마찬가지다. 다른 점은 매체의 대응이다. NPR은 2015년 10월 표절 사건이 터졌을 때 문제 작가(Brian Wise)의 기사를 전수 조사해 어구·문장 단위 표절까지 잡아냈다. NPR은 자성의 의미로 표절 기사 10건을 사과문과 함께 전체 게재하고 표절 문구마다 원문 링크를 달아 모든 독자가 볼 수 있게 온라인에 공개했다. 협력 방송국 WQXR 직원이었던 작가는 이후 회사를 사직했다.

버즈피드(Buzzfeed)의 수습도 동일했다. 2014년 7월 기자 베니 존슨이 다른 웹사이트의 표현과 문장을 베꼈다는 제보가 트위터 사용자들로부터 나오자 버즈피드는 조사에 착수했다. 버즈피드는 그의 기사 500개를 검토해 41개에서 문장·표현 표절을 적발했다. 버즈피드는 7월26일 사과문과 함께 41개 기사 링크를 모두 올렸다.

2011년엔 미국 유력 일간지 기자 2명이 표절로 중징계를 받거나 사직했다. 퓰리처상을 3번이나 수상한 새리 호르위츠 워싱턴포스트 기자는 3월 ‘애리조나 리퍼블릭(The Arizona Republic)’ 기사 두 편에서 문장을 베껴 썼다. 한 기사에선 문장 두 개를 똑같이 베꼈고 다른 기사에선 문장 여덟 개를 비슷하게 차용했다. 폴리티코(Politico)는 10월 켄드라 말 기자가 뉴욕타임스 기사를 표절했단 제보를 받고 전수 조사해 표절 기사 7건을 찾아냈다. 새리 호르위츠는 무급 정직 3개월 징계를 받았고 켄드라 말은 사직했다. 미국 언론학 전공생들은 이 사건들을 경고 사례로 배운다.

일본은 통신기사 표절 사건에 사장이 사임한 적이 있다. 2012년 6월 지지통신(時事通信) 워싱턴 지국의 한 기자가 교도통신(共同通信) 기사를 일부만 고치고 그대로 베껴 쓴 게 들통났다. 지지통신은 이 해 1월에도 교도통신 기사 표절로 논란이 됐다. 6월 사건 직후 나카타 마사히로 사장이 책임지고 물러났고 지지통신은 교도통신, 계약 언론사, 독자들에게 사과했다.

한 외신기자는 “다른 매체 기사의 출처를 밝히고 인용을 하는 건 당연하고, 인용할 때도 따옴표를 쓰지 않고 글자 그대로 옮기면 표절이니 주의하라는 지침도 받는다”며 “이런 윤리는 언론인에게 너무도 당연하다. 논란의 여지가 없는 기본 전제”라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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