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문제를 다루는 언론 보도는 초미의 관심사다. 광고를 통한 삼성과의 종속 관계를 엿볼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거니와 돌발적인 사안이 터졌을 때 어떤 언론이 삼성을 향해 ‘구애’를 하고 있는지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기기 결함 문제를 드러낸 갤럭시폴드의 미국 출시를 잠정 연기하기로 한 삼성의 결정에 조선일보와 한겨레 보도는 차이가 컸다.

기사 제목과 면 배치, 꼭지 기사의 수부터 차이가 났다. 한겨레는 24일 “‘갤럭시폴드’ 출시 연기…삼성의 굴욕”이라는 제목을 달고 1면 기사로 배치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별도 섹션지면인 조선경제 1면에 관련 뉴스를 실었다. 제목은 “갤럭시 폴드 출시 연기…삼성, 자존심을 접다”였다. 미국 언론의 기기 결함 문제 제기로 비상이 걸려 출시를 연기했는데 한겨레는 이를 굴욕이라고 봤고, 조선일보는 삼성이 스스로 자존심을 접었다라고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한겨레는 1면 기사에서 “삼성의 퍼스트 무버 전략은 물론 시장과 고객의 신뢰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면서 “애초 삼성전자는 ‘사용상의 문제이지 기기 결함은 아니다’라며 ‘출시 연기는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결국 출시 연기 결정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경제 1면 기사에서 “세계 첫 폴더블폰을 내놓고 세계 1위 기술력을 과시하려던 삼성전자의 전략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라고 썼다. 조선은 스마트폰 업계에서 “품질의 삼성이라는 명성에 또다시 금이 갔다”라는 말이 나온다면서 “이번 사태의 배경에는 화웨이에 쫓기는 삼성전자의 조급증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라고 보도했다.

▲ 조선일보 경제B1면.
▲ 조선일보 경제B1면.
화웨이는 오는 7월 폴더블폰을 출시할 계획인데 “자칫 갤럭시 폴드의 출시가 예상보다 늦어질 경우 선점은커녕 ‘불량’이라는 오점을 안은 채 거의 동시에 판매가 시작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조선일보의 보도는 여기에 그쳤다. 한겨레는 하지만 1면에 이어 18면 경제면에서 두꼭지 기사를 통해 갤럭시폴드 출시 연기 파장을 보도했다.

한겨레는 “삼성 ‘완성도 높이려’…결함 가능성 부인 사흘 만에 ‘백기’”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사용상의 문제라며 결함 가능성을 부인해왔던 삼성 입장이 바뀐 것에 대해 “백기투항한 모양새”라고 꼬집었다.

한겨레는 “완성도 낮은 제품을 시장에 내놓았다는 소비자들의 평가를 자인한 셈”이라며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퍼스트 무버 전략을 무리하게 앞세우는 과정에서 기술이 이를 충분히 받쳐주지 못해 벌어진 일이라고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애플이 내구성을 담보하기 위해 구부러지는 유리 개발에 장기간 투자하고 있는 반면, 삼성이 제품을 성급하게 내놓다는 지적이다. 한겨레는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는 점은 대단히 치명적이다”라고 강조했다.

결함 문제와 대해서는 “삼성은 기기를 20만 번씩 접어보고 고온‧저냉 환경에 넣어보며 극한 테스트를 했다고 자랑했지만 공장 밖 실생활에서 발생하는 이물질과 충격에는 맥을 못췄다”고 비판했다.

▲ 한겨레 경제18면.
▲ 한겨레 경제18면.
한겨레는 사설에서도 삼성의 폴더블폰 출시 연기 결정 문제를 지적했다. 한겨레는 “출시 전 선제적 판단으로 더 큰 피해를 막았다는 점에선 다행이나, 미리 배포한 시연 제품에서 드러난 결함 지적에 미진하게 대응했던 초기의 태도는 지금이라도 겸허하게 돌아봐야 한다”고 썼다.

한편, 동아일보는 최초 외신에서 삼성 폴더블폰 결함 문제를 제기했을 때인 지난 19일 신문에서 관련 소식을 전하지 않았다. 동아는 24일자 신문에서 “출시 일단 ‘접은’ 갤럭시폴드, 내구성 강화해 5월내 ‘펼친다’”라는 중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제목을 달고 삼성의 결함 발생 문제 해결책을 상세히 설명하는 보도를 내놨다. 그러면서 “삼성전자는 출시 연기 여부를 두고 내부적으로 적지 않은 고민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면서 삼성 전자 고위 관계의 말을 인용해 “구조적인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예정대로 출시해야 한다는 내부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고 전했다. 출시 연기를 놓고 깊은 고민을 하다 큰 결단을 내렸다는 쪽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동아는 또한 출시 연기 결정에 “외신들은 대체로 호평했다”라고 쓰기도 했다.

지난 2017년 5월부터 올해 3월까지 삼성전자가 주요 일간지에 집행한 광고 건수 현황에 따르면 조선일보 230회로 가장 많았다. 이어 동아일보(204회), 한국일보(201회), 경향신문(172회), 서울신문(163회), 국민일보(139회), 중앙일보(103회), 한겨레(60회) 순으로 나왔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