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장자연씨의 동료 배우로 장자연 사건 증언자로 나선 윤지오씨 주장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장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2009년 3월 장자연 문건을 처음 알린 김대오 전 오마이스타 기자는 23일 오후 서울 종로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윤씨가 주장하는 일목요연한 ‘장자연 리스트’는 절대 원본 문건에 없었다는 걸 밝힌다”고 주장했다.

김 기자는 기자회견장에서 윤씨가 지난 3월 출간한 책 ‘13번째 증언’을 인용하며 윤씨 주장을 반박했다. 윤씨는 이 책에서 “마지막 두 장에는 이름이 쭉 나열돼 있었다.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였다”며 “A4 용지 한 장은 빼곡히, 또 한 장은 3분의 1 정도의 분량으로 사람들 명단이 적혀 있었고 족히 40~50명 정도는 되는 것 같았다. 리스트까지 포함해 내가 읽은 문건은 모두 7장의 사본이었다”고 주장했다.

▲ 장자연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2009년 3월 장자연 문건 존재를 처음 알린 김대오 기자는 23일 오후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윤지오씨가 주장하는 일목요연한 ‘장자연 리스트’는 절대 원본 문건에 없었다는 걸 밝힌다”고 주장했다. 사진=김도연 기자
▲ 장자연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2009년 3월 장자연 문건 존재를 처음 알린 김대오 기자는 23일 오후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윤지오씨가 주장하는 일목요연한 ‘장자연 리스트’는 절대 원본 문건에 없었다는 걸 밝힌다”고 주장했다. 사진=김도연 기자

김 기자는 “제 목숨을 걸고 말씀드린다. 윤지오씨는 나중에 (리스트 명단 수를) 50명에서 30명으로 말을 바꾸기도 하지만 50여명의 일목요연한 리스트는 절대 원본 속에 없다는 걸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 김 기자는 2009년 3월 장씨가 사망한 직후 노컷뉴스 기자로 장자연 친필 문건을 알렸다.

김 기자는 “윤씨는 본인 책에서 자신이 읽은 문건이 사본 7장이라고 했지만 지난 3월7일(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는 ‘4장으로 기억하고 있다’며 말을 바꿨다”고 주장했다.

실제 윤씨는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유족 분들이 보시기 이전에 원본이라는 부분 4장을 봤다”, “언론에 공개되지 않은 것까지 봤다”, “언니(장자연)가 받았던 부당한 대우에 거의 호소하다시피, 또 이름들이 쭉 나열돼 있는 페이지가 한 페이지를 넘어갔다”고 주장했다.

김 기자는 윤씨 책 가운데 “(소속사 대표가 장씨의) 어머니 기일에도 술접대를 강요했다고 적혀 있었다”는 대목에 “제가 본 문건에 등장하지 않을 뿐더러 윤씨의 초기 수사기관 진술에도 등장하지 않는 발언”이라며 “당시 장씨를 술집에 태워다줬던 로드매니저 김모씨가 경찰에서 진술한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장씨의 로드매니저 김씨는 2009년 경찰 수사에서 “장자연이 차 안에서 누군가와 통화했고 어머니 기일이라고 하면서 울다가 다시 주점으로 내려갔던 것을 기억한다”라고 증언했다.

현재 ‘장자연 문건’으로 불리는 문서는 2009년 KBS가 입수해 보도한 뒤 재판 증거 기록 등으로 사용된 4장이다.

이날 김 기자와 동석한 박훈 변호사는 SNS 등에서 윤씨와 공방을 벌인 김수민 작가를 대리해 윤씨를 명예훼손과 모욕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김수민 작가는 윤씨가 장씨 죽음을 사익 목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박 변호사는 윤씨 주장을 검증하지 않은 언론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언론이 윤씨를 ‘유일한 목격자’라고 수식했다. 그가 무엇을 목격한 것인지 파고든 적 있느냐”며 “일개 변호사도 하는 일을 언론이 왜 방기하는지 묻고 싶다. 독점할 수 없는 장자연의 죽음을 윤씨가 독점했다”고 비판했다.

김 기자는 “취재 속도를 조금 늦춰주셨으면 한다. 윤씨 증언이 장자연 사건을 해결할 실마리라는 사실이 수사 일선을 통해, 또 검사와 판사를 통해 확인돼야 하고, 또 그런 과정을 통해 공익 제보자라는 칭호가 부여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반면 윤씨는 이날 자신의 SNS에 “해명? 백날 해명해봤자 뭐하나”라며 “당신의 궁금증을 해소한들 뭐가 달라지나. 무슨 도움과 보호, 재수사에 있어서 본인이 뭘할 수 있나. 당신들이 의심하고 모함해도 제가 증인이라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고 세상 모든 이가 제게 등을 진다고 해도 저는 제가 할 일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씨는 “저는 피해자를 위해 존재하는 증인”이라며 “10년 넘게 16번의 증언을 한 내게 증인의 신빙성을 논하다니. 거짓을 이야기하는 저를 검·경이 16번이나 조사했다면 검·경에 문제를 제기해야죠. 상식이 없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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