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전문채널 연합뉴스TV와 종합편성채널 MBN. 최근 CG와 자막 사고가 일어난 방송사다.

연합뉴스TV와 MBN이 잇따라 ‘문 대통령’과 관련한 방송사고를 낸 후 누리꾼들은 의도적인 실수가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했다. 하지만 방송사 관계자들은 게이트키핑 시스템이 철저히 이뤄지지 않았고 인력이 부족한 데서 발생한 사고라고 밝혔다.

▲ (위쪽부터) MBN이 지난 11일 김정숙 여사 이름을 김정은이라 쓰는 실수를 했다. 지난 21일에는 문 대통령을 북 대통령으로 오기했다. 사진=MBN 보도화면 갈무리.
▲ (위쪽부터) MBN이 지난 11일 김정숙 여사 이름을 김정은이라 쓰는 실수를 했다. 지난 21일에는 문 대통령을 북 대통령으로 오기했다. 사진=MBN 보도화면 갈무리.

MBN은 같은 프로그램에서 연달아 실수했다. MBN ‘뉴스와이드’는 지난 21일 “트럼프, 김정은에 보낼 메시지 문 대통령에 줬다”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보도했다. 해당 보도는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전할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가지고 있다며, 미 CNN방송이 한국의 외교소식통을 인용 보도한 것을 전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하단 스크롤 뉴스에는 “CNN, 북 대통령 김정은에 전달할 트럼프 메시지 갖고 있어”라고 썼다.

지난 11일에는 한미정상회담 전망을 분석한 “‘여지’ 남긴 美 폼페이오 ‘핵 언급’ 피한 北 김정은…文, 북미 물꼬 트려면?” 꼭지에서 김정숙 여사 이름을 ‘김정은 여사’로 쓴 화면을 보도했다.

MBN 복수의 취재원에 따르면 주말인 지난 21일 스크롤 뉴스 사고를 낸 기자는 지난 20일 밤 10시부터 21일로 넘어가는 아침 7시까지 당직 근무를 했다. MBN 평일 당직 기자는 밤새 소방서에 전화를 돌리고 사건이 발생한 현장에 나간다. 회사 복귀 후 아침뉴스 기사를 작성하고 퇴근한다.

평일엔 보도제작부에서 스크롤 뉴스만 입력하는 당직자가 따로 있으며 보도제작부장이 출근하면 스크롤 뉴스 내용을 종이로 출력한 후 살핀다.

반면 주말엔 보도제작부 스크롤 뉴스 당직자를 따로 두고 있지 않다. 결국 MBN 주말 당직 기자는 △스크롤 뉴스 입력하기 △밤새 소방서에 전화를 돌리기 △사건이 발생한 현장에 나간 후 아침뉴스 기사 작성 등을 모두 해야 한다. 주말 당직을 서는 MBN 기자들은 정신없는 상황에서 스크롤 뉴스를 입력하다 보니 실수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MBN 관계자는 “시스템이 촘촘하지 않다. 헐거운 게이트키핑 시스템과 인력 부족이 원인”이라고 밝혔다. 게이트키핑이란 언론사 조직 내에서 기자나 편집과 같은 뉴스 결정권자가 뉴스를 취사선택하는 과정을 뜻한다.

이어 MBN 관계자는 “20년 전 적은 인력으로 보도채널을 시작했다. 종합편성채널 MBN이 개국하면서 인력이 보강됐지만,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그전에도 실수가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이번엔 대통령 관련 실수가 나오다 보니 의도적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색깔이 씌워졌다”고 말하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주요 보직자들이 경영진에게 강하게 이야기해야 하는데 (윗분들) 눈치 보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위쪽부터) 연합뉴스TV가 지난 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욕하는 일간베스트 저장소 이미지를 사용했다. 지난 10일에는 문 대통령 아래 태극기가 아닌 북한 인공기를 삽입했다. 사진=연합뉴스TV 보도화면 갈무리.
▲ (위쪽부터) 연합뉴스TV가 지난 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욕하는 일간베스트 저장소 이미지를 사용했다. 지난 10일에는 문 대통령 아래 태극기가 아닌 북한 인공기를 삽입했다. 사진=연합뉴스TV 보도화면 갈무리.

연합뉴스TV ‘뉴스워치2부’는 지난 14일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방미 길에 나선 소식을 전하면서 대통령 아래 태극기가 아닌 북한 인공기를 삽입해 논란을 자초했다. 연합뉴스TV는 지난 3일에도 실수했다. 재벌 3세 마약 실태를 보도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 상반신을 검은색 실루엣으로 처리한 사진을 내보냈다.

연합뉴스TV 복수의 취재원에 따르면 CG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들은 외주업체 소속 직원들이 대다수다. 연합뉴스TV 관계자는 “1차로 게이트키퍼가 제대로 역할을 못 했다. 문제가 되는 이미지를 걸러냈어야 했다. 뉴스가 24시간 체제여서 정확성보다 속도 위주였다”고 말하며 “열악한 근무 여건이 사고를 낳았다. 인력이 충분하고 CG 만드는 사람을 파견직 사원이 아닌 정규직 사원으로 고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TV는 사내에 있는 이미지 데이터베이스를 전면 검토했고 3단계 크로스체크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MBN은 앞으로 5년 차 이하 기자들에게는 스크롤 뉴스를 맡기지 않기로 했다.

연합뉴스TV와 MBN은 반복되는 방송사고에 사과방송을 하고 책임자를 징계했다. 연합뉴스TV는 보도본부 최고 책임자인 상무이사 직위를 해직하고 보도국장과 뉴스총괄부장 보도국 총괄 책임자들을 보직 해임했다. 이하 실무진들의 인사위 회부도 논의 중이다.

MBN은 ‘북 대통령’ 건으로 보도국장에 정직 3개월, 김정은 여사로 오기한 ‘뉴스와이드’ PD에 감봉 3개월 징계를 내렸다. MBN 실무진들도 곧 징계위에 회부될 예정이다.

[관련기사 : 노무현 전 대통령 모욕 일베 이미지 또 전파탔다]

[관련기사 : ‘북한 대통령’ 연합뉴스TV 그래픽 실수라지만…]

[관련기사 : MBN도 방송실수 ‘김정숙 여사→김정은 여사’]

[관련기사 : MBN ‘문 대통령’을 ‘북 대통령’ 표기한 뒤 사과]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