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초대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돌연 원전 건설을 생각하고 있다고 하자 여러 언론이 탈원전 선언한 대통령에게 원전을 제안했다는 보도를 쏟아냈다.

그러나 전·현직 대통령 간의 원전 대화가 실제 원전 수주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러시아와 붙어있는 카자흐스탄이 한국을 원전 수주 상대국으로 삼을 가능성도 낮고, 카자흐스탄 자체가 반드시 원전까지 있어야 하는지도 의문이라는 것이다.

한정우 청와대 부대변인은 카자흐스탄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저녁(현지시각) 나자르바예프 센터에서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초대 대통령과 만났다며 면담 내용을 소개했다.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은 카자흐스탄의 자발적 비핵화와 관련해 “단순하지만 고귀하고 좋은 것”이라며 “우리는 핵을 포기하면서 신뢰를 얻었다. 지연하면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토카예프 대통령과 경제 관련 회담한 내용을 들어 “보다 대규모 프로젝트를 했으면 한다”며 “우리는 화력발전소를 짓기로 했는데 환경적 관점에서 달라져 그 자리에 원전을 건설하는 것을 생각 중에 있다. UAE에서 한국이 원전을 짓는 것도 잘 안다”고 주장했다.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은 “기업의 큰 프로젝트를 IT 분야나 의료 분야에서 확대하면서 한국이 카자흐스탄을 전 분야 산업의 기지로 활용했으면 한다”며 “지금 40억 달러 투자까지 올린 것도 좋지만 더 큰 프로젝트를 추진했으면 한다”고 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원전 건설 시 한국에도 기회를 달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 원전을 높이 평가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한국은 40년간 원전을 운영하면서 높은 실력과 안정성을 보여줬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카자흐스탄에서 추진하면 한국도 참여할 기회가 있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비핵화와 관련해 “김정은 위원장에게도 핵을 내려놓고 경제를 선택하는 것이 국민을 위하는 것”이라며 “남북 평화가 구축돼 남북철도가 해결되면 중앙아시아에서 유럽으로 연결되면서 남북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저녁(현지시각) 카자흐스탄의 초대 대통령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와 면담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저녁(현지시각) 카자흐스탄의 초대 대통령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와 면담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원전을 두고 문 대통령과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이 나누는 대화는 현실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박종운 동국대 원자력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러시아의 경우 원전을 지어주고 사용후 핵연료까지 회수해가는 조건을 내걸어 원전을 수주하는데, 우리는 사용후핵연료를 가져갈 도리가 없다”며 “카자흐스탄의 경우 원전을 지을만큼 자금이 풍족한 나라도 아니고, 외교적으로도 계속 원전을 수주하는 푸틴의 러시아와 더 끈끈한 관계”라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카자흐스탄도 옆나라 러시아의 풍족한 가스를 에너지원으로 삼는 게 훨씬 낫지, 원전처럼 돈 많이 들고 건설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을 할 필요가 없다”며 “의미있는 발언으로 보이지 않고, 탈원전 선언 대통령에 카자흐스탄 초대 대통령이 원전을 제안했다는 식의 기사도 무의미해 보인다”고 했다.

이정윤 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도 “카자흐스탄이 인구도 적어 꼭 원전 건설을 해야할 필요가 없다”며 “더구나 학교, 규제기관, 연구용 원자로 등 원전을 지을 기본적인 인프라가 없어 의지만으로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더구나 현직 대통령이 아닌 초대 대통령과 나눈 원전 건설 의사타진도 무게감이 떨어진다.

▲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저녁(현지시각) 카자흐스탄의 초대 대통령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와 면담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저녁(현지시각) 카자흐스탄의 초대 대통령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와 면담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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