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28일 OBS 주주총회에서 박성희 OBS 사장 연임이 결정됐다. 박 사장은 MBC 경영본부장 출신으로 2017년 11월 신임 사장에 임명됐다.

그동안 OBS는 IPTV 3사 간 프로그램 재송신료(CPS) 협상을 타결하는 등 숙원 과제를 해결했다. 그러나 인천시로 사옥을 이전하는 데 자금 조달 문제를 겪고 있으며 콘텐츠 전략에 대한 새 판을 짜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사장 연임에 성공한 박 사장을 22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OBS 사옥에서 만났다. 다음은 박 사장과 일문일답이다.

- 사장 연임이 결정난 이후 새 각오가 있는지.

“OBS는 매우 독특한 위상을 갖고 있지만 환경과 여건이 어렵다. 내부 갈등의 흔적이 남아있고, 우려 섞인 외부의 시각도 있었다. 그런 것을 헤쳐나가려니 정신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연임됐다고 해서 특별한 감흥을 갖기보다 앞으로 꾸려나갈 일에 대한 걱정이 많은 상황이다. 저는 신임 대표를 맡을 당시 OBS 조직이 어느 정도 안정을 이루고 ‘회생의 선순환’을 가져오겠다고 했다. 지금은 당시보다 구성원의 자신감과 기대감이 커진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가는 ‘진보의 선순환’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겠다.”

- 지난 1년4개월 동안 IPTV 3사와 재송신료 협상을 타결한 것이 성과로 꼽힌다.

“통신 3사와의 재송신료 협상은 가장 큰 보람 중 하나다. 미래를 위한 마중물을 마련했다고 생각한다. 대표가 된 후 OBS 콘텐츠 재송신료를 6년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는 걸 알고 굉장히 놀랐다. 매우 불공정하고 불평등한 관행이었다. 이런 방향을 고쳐나가는 게 새 정부의 ‘공정사회’ 방향과 맞는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받아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당당하게 협상했다. 1년 이상 협상이 진행된 가운데 통신 3사와의 협상이 타결됐다. 그러나 KT스카이라이프와 아직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기준점이 생겼으니까 스카이라이프와도 합리적으로 타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후 케이블 등과의 협상에서도 원만하게 타결점을 찾을 거라 생각한다.”

▲ 22일 경기도 부천시 OBS 사옥에서 박성희 OBS 사장을 만났다. 사진=정민경 기자.
▲ 22일 경기도 부천시 OBS 사옥에서 만난 박성희 OBS 사장. 사진=정민경 기자.
- 사옥 이전 문제가 또 다른 현안이다. 2010년 인천광역시와 OBS 사옥 이전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본사 이전을 위해 논의를 해왔다. 그러나 이전을 아직 하지 못했고 4월23일 양해각서가 종료된다. 사옥은 이전되는 것인가.

“우선 사옥 이전의 맥락을 설명하면 OBS 재허가 조건에 사옥 이전이 들어가 있다. OBS가 인천으로 이전한다는 전제 하에 인천시가 계양 터미널 시외 부지를 방송통신시설로 용도 변경했다. 건물이 지어진 후 OBS 자본금이 잠식돼 자금 부족 문제가 발생했다. 의지는 있지만 재원이 부족한 상황이다.

사옥 이전 비용이 굉장히 많이 들어간다. 3년간 150억원 정도가 필요하다고 계산했고 당장 이전을 위해 60억원이 부족한 상황이다. OBS는 자금 지원에 관해 인천광역시에 단기적으로 부족한 60억원을 4년 분할 상환하는 조건으로 정책 자금 융자(OBS 최대주주 지급보증 조건)를 시행해 달라고 했다.

그러나 인천시는 정책 자금 융자가 행정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했다. 그리고 OBS와의 양해각서를 종료하고 입주자를 공모하겠다고 했다.

OBS는 이전 자금만 마련되면 옮기는 것으로 이사회를 비롯해 내부 입장 정리가 됐다. 자금 조달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다행히 OBS는 재작년도부터 흑자 경영을 이뤄냈다. 재작년과 작년에 이어 올해도 더 큰 흑자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렇기에 인천시에 정책 자금 융자를 요청한 것이다. 이전한다는 방침은 변함이 없고 자금 조달 방안을 검토하는 등 이전 노력을 기울이겠다.”

- 인천시와의 양해각서가 23일 이후 종료된다. 현재 자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상황인데도 다시 공모가 나오면 지원하는 것인가.

“아직 어떤 식으로 공모하겠다는 인천시의 입장이 나오지 않았다. 구체적 입장이 나오면 공모할 수 있다.”

- 외부적 문제 외에, OBS의 콘텐츠 전략은 어떤지.

“프로그램 지역성을 강화하고 채널 차별성을 강화하는 것 두 줄기로 잡고 있다. 지역 뉴스를 강화하고, 글로벌 수준의 좋은 프로그램(다큐멘터리 등)을 구매해 배치할 것이다. 일종의 글로벌과 로컬의 결합, ‘글로컬’ 전략이라 부르고 있다. 물론 지역 콘텐츠 강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재원 문제다. 재원이 허락하는 한 최우선으로 지역성을 강화하는 데 투입하려고 한다. 실제 작년도 제작비를 늘렸고 올해도 늘려가려고 한다.”

- 만약 사옥 이전 등을 하게 되면 콘텐츠 제작비에 재원을 쓸 여력이 없는 것 아닌가.

“OBS 사옥 이전은 개인의 판단이 아니다. 노동조합을 포함해 구성원과 이사진, 주주 모두 합의를 이룬 부분이다. 방송 콘텐츠가 좋아지려면 첫 째는 인력, 둘 째는 인프라, 세 번 째는 제작비가 필요하다. 사옥을 이전하면 인프라가 일단 업그레이드된다. 사옥 이전을 하면 더 좋은 인프라를 이용해 더 좋은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다. OBS의 경우 재원이 생길 때 주주 배당보다 제작비, 시설 장비 업그레이드를 우선 사용해왔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OBS는 국내 유일의 수도권 지역 독립 지상파 TV다. 수도권에 있는 지상파여서 다른 지상파와 똑같이 자체 편성을 하라고 한다. 또 지역 방송이다보니 또 다른 규제가 있다. 독립 지역 지상파지만 광고 부분은 타 지상파에 묶여 있기도 한다. 지역 언론이 제 역할을 하면 방송 생태계가 다양해지고, 풍성한 모습을 갖지 않을까 싶다. 지역 시청자분들과 많은 분이, 어려운 여건에 있는 방송사인 OBS를 잘 살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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