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텍 노사가 23일 사측의 정리해고 ‘유감표명’과 해고자 ‘명예복직’에 공식 합의했다. 콜텍 해고노동자들이 지난 2007년 ‘비용절감’을 이유로 한 정리해고에 맞선 지 4464일, 임재춘 조합원이 복직을 요구하며 단식한지 42일 만이다.

이들은 이날 오전 서울 강서구 한국가스공사 서울지역본부 회의실에서 조인식을 열었다. 전날 잠정합의한 대로 회사는 정리해고로 해고노동자들이 힘들었던 시간에 ‘깊은 유감’을 표하기로 했다. 

정리해고에 맞서 농성을 이어온 임재춘‧이인근‧김경봉 세 조합원은 명예복직하기로 했다. 노동절 이튿날인 다음달 2일 복직해 30일 퇴직한다. 임금은 따로 받지 않는다. 또 국내 공장을 재가동하면 희망자를 우선 채용하고, 현 콜텍 조합원 25명에 합의금을 지불하기로 했다. 사측은 ‘사과’와 ‘위로금’이란 표현을 합의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끝까지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 콜텍 노사가 23일 오전  한국가스공사 서울지역본부 회의실에서 사측의 정리해고 ‘유감표명’과 해고자 ‘명예복직’에 합의하는 조인식을 열었다. 왼쪽부터 금속노조 콜텍지회 김경봉 조합원, 이인근 지회장, 금속노조 김호규 위원장, 박영호 콜텍 사장, 이희용 상무이사. 사진=김예리 기자
▲ 콜텍 노사가 23일 오전 한국가스공사 서울지역본부 회의실에서 사측의 정리해고 ‘유감표명’과 해고자 ‘명예복직’에 합의하는 조인식을 열었다. 왼쪽부터 금속노조 콜텍지회 김경봉 조합원, 이인근 지회장, 금속노조 김호규 위원장, 박영호 콜텍 사장, 이희용 상무이사. 사진=김예리 기자

이인근 콜텍지회장은 쓴웃음을 지으며 소감을 밝혔다. 이 지회장은 “지난 13년이 참 힘들고 모진 세월이었다. 앞으로 잘못된 정리해고로 노동자가 고통받는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해고는 살인이고, 한 가정을 무너뜨리는 아주 잘못된 일”이라고 말했다. 전날 잠정합의까지 42일간 단식 농성을 해온 임재춘 조합원은 조인식에 참가하지 않고 농성장을 지켰다.

박영호 사장은 “합의가 원만히 해결돼 다행”이라며 “세 분이 13년 간 가정에 못 들어가고 길거리 생활을 했는데 빨리 돌아가 정상적 생활을 하고 건강을 회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2007년 먼저 정리해고됐던 콜트사업장을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는 취재진 질문엔 “이곳은 콜텍 합의를 이야기하는 자리”라며 언급하길 거부했다. 콜트악기는 2007년 콜트콜텍 정리해고 사태의 시작이 된 사업장으로, 방종운 콜트악기지회장이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양승태 사법농단’을 주장하며 재심을 위해 농성 중이다.

▲ 콜텍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23일 노사 조인식이 끝난 뒤 복직 집중농성을 벌여온 서울 강서구 콜텍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앞줄 왼쪽부터 콜텍지회 김경봉 조합원, 이인근 지회장, 임재춘 조합원. 사진=김예리 기자
▲ 콜텍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23일 노사 조인식이 끝난 뒤 복직 집중농성을 벌여온 서울 강서구 콜텍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앞줄 왼쪽부터 콜텍지회 김경봉 조합원, 이인근 지회장, 임재춘 조합원. 사진=김예리 기자

‘콜텍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콜텍공대위)’는 올초부터 집중투쟁을 이어온 인근 콜텍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콜텍 농성이 정리해고의 부당함을 알리는 성과를 거뒀다고 입을 모았다.

콜텍공대위에 함께해온 양한웅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집행위원장은 “조합원들은 회한과 억울함, 분노를 느꼈을 것이다. 합의서를 다시 찢고 싶은 마음도 사무쳤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먼저 마무리된 장기투쟁 사업장에 비해 농성할 조합원도 3명밖에 남지 않았고, 사측을 타격하거나 여론을 움직일 수단이 다해 합의까지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도 했다. 

양 집행위원장은 “그럼에도 콜텍 해고노동자들의 싸움이 다른 장기투쟁 노동자들에게도 용기와 위안, 힘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 지난 1월 노사 합의로 장기 고공농성을 마친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조합원들과 임재춘 콜텍지회 조합원이 23일 콜텍 농성장 팻말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 지난 1월 노사 합의로 장기 고공농성을 마친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조합원들과 임재춘 콜텍지회 조합원이 23일 콜텍 농성장 팻말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공대위에서 활동한 신순영 불안정노동철폐연대 활동가는 “콜텍의 정리해고는 회사 운영이 어려워져 어쩔 수 없이 하는 해고가 아니라 좀더 이윤을 갖는 수단으로 이용됐다. 콜텍 해고자의 싸움이 이같은 정리해고의 부당함을 알리는 성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신 활동가는 이번 합의가 조합원들의 뜻으로 ‘끝장투쟁’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가게 된 점에서도 의미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밖에선 ‘13년 싸웠다고 15년, 17년 못 싸우느냐’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조합원들은 ‘이번에 해결을 보고 일상으로 돌아가겠다’는 결단으로 끝장투쟁을 시작했다”며 “사측을 교섭장에 끌어내고, 부족하지만 ‘유감표시’를 하도록 만들고, ‘명예복직’을 합의서에 담았다. 그 결과로 원하던 대로 일상에 돌아가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박영호 사장을 향해 “지금 본사 3층에서 듣고 있을 것으로 믿는다. 깊은 유감이 아니라, 평생 두고두고 참회하고 뉘우치길 간곡히 바란다. 두 번 다시 위장 정리해고 사태가 벌어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회견을 지키보던 임재춘 조합원은 “나의 목숨을 살려줘서 고맙다”며 말문을 열었다. 임 조합원은 “기타밖에 만들 줄 모르는 노동자였고, 13년 세월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젊은 사람들은 지금 같은 세계에서 안 살기를 바란다. 내가 마지막으로 단식하는 노동자이기를, 파인텍 노동자들이 고공에 올라간 마지막 사람들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겠다”고 했다.

▲ 콜텍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23일 노사 조인식이 끝난 뒤 복직 집중농성을 벌여온 서울 강서구 콜텍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 콜텍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23일 노사 조인식이 끝난 뒤 복직 집중농성을 벌여온 서울 강서구 콜텍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콜텍공대위 연대 활동가와 조합원들은 서로 감사와 축하의 장미꽃을 주고 받았다. 이들은 기자회견이 끝난 뒤에도 오랫동안 포옹하며 인사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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