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자협회가 주최하는 축구대회가 과열 양상을 띠면서 친목 도모와 화합이라는 당초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47회째를 맞는 한국기자협회 축구대회는 경쟁이 치열하기로 유명하다. 대회 참가 매체는 적어도 한달 전부터 기자들을 소집해 훈련을 한다. 경영진의 지원도 전폭적이다. 차량 지원부터 식사 그리고 좋은 성적을 내면 ‘특별 보너스’까지 준다.

축구대회 성적에 목을 매면서 종종 과열양상을 띠기도 한다. 대회에 선수로 참여하지 않은 저연차 기자들의 경우 응원단으로 참여하라고 강요했다는 얘기는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크고 작은 부상자가 나오는 것도 다반사다.

경기가 과열되면서 서로 싸움을 하는 경우도 나온다. 올해 축구대회에서 한 경제지와 자회사 간 경기가 거칠어지면서 양측 선수들이 말을 주고받다 몸싸움까지 번졌다. 한 기자는 “집안 싸움이 더 무섭다고, 해당 경기가 다른 경기보다 훨씬 치열해 보는 사람도 살벌하다고 느꼈다”고 전했다.

한국기자협회는 “주먹다짐까지는 아니었다. 늘상 축구 경기에서 나오는 약간의 트러블로 파악했다. 축구하다보면 나오는 걸로 크게 문제될 일은 아니다. 공식 문제로 접수된 것도 아니다”고 밝혔다.

▲ 축구 자료사진 (해당 사진은 이 기사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pixabay
▲ 축구 자료사진 (해당 사진은 이 기사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pixabay
축구 경기 특성상 몸싸움이 자주 일어나고 충돌 끝에 부상으로 이어지는 일이 발생하면서 대회가 끝나면 부상을 달고 다니는 기자도 많다. 과거 쇄골이 부러지는 등 골절 사고도 끊이지 않았다.

차라리 충돌이 없는 다른 종목으로 대체하자는 의견도 있다. 한국편집기자협회의 경우 매년 배구대회 겸 가족운동회를 개최한다. 배구 대회는 상대방과 몸싸움을 하는 경우가 없어 부상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편집기자협회 관계자는 “축구대회 부상이 많아서 편집기자들이 배구대회를 만들었다라는 것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배구대회는 부상이 적은 게 사실이다. 가족까지 참여하는 게임도 만들어서 대회를 운영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축구대회에서 몰수패 논란까지 휩싸이면서 사람들 입길에 올랐다.

지난 20일 JTBC는 예선전에서 중앙일보를 꺾고, 32강전에서 조선일보를 만나 이겼다. 이어 SBS를 상대로도 승리를 거뒀다. 그런데 JTBC 선수 명단에 자격이 없는 사람이 포함됐다면서 몰수패를 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축구대회 선수는 기자협회 소속 회원 즉 기자 직군에 한정하는데 JTBC 선수 명단에 자회사 소속 직원과 PD 직군까지 포함돼 있어 ‘부정선수’에 해당하고, 규정 위반으로 몰수패를 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JTBC와 붙은 한 매체 관계자는 “JTBC가 미리 등록한 명단에서도 두 명이 부정선수로 등록해서 제외됐는데 별도로 이번엔 PD 2명이 문제가 돼 제기했다”고 말했다.

문제를 접수한 한국기자협회는 자격징계분과위원회를 열어 몰수패에 해당하는지 논의해 23일 결정할 예정이다. 기자협회 관계자는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다. 해명 듣는 자리를 만들 예정이고, 몰수패 결정이 나면 상대편 측이 모두 모여 재경기를 할지 아니면 승부차기나 제비뽑기를 할지 방식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반면 JTBC는 조직 특성상 파견직이 섞여있고 PD도 보도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서 기자협회 선수 등록시 이미 유권해석을 받아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린 사안이라고 밝혔다.

조익신 한국기자협회 JTBC 지회장은 “저 역시 중앙일보에서 파견돼서 왔다. 자회사 소속이기에 부정선수라고 주장하지만 파견직의 특수성을 감안해 기자협회에 문의해서 회원 자격을 얻을 수 있도록 용의된 부분”이라고 말했다. 조 지회장은 “문제가 된 PD직군 선수의 경우 직함은 PD지만 앵커 브리핑을 맡고, 스포츠뉴스 편집기자 역할을 한다. JTBC는 뉴스 PD 개념이 있어서 대회 선수 등록 시에 이같이 해명했고, 기자협회에서 JTBC 지회의 자율성 차원에서 허락한다는 유권해석을 받았다. 이번 명단은 지난해 명단과 동일하다. 문의해서 시키는 대로 했고 문제가 없었는데 몰수패 논란이 나와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축구대회 참가 강요 논란도 여전하다. 대회를 앞두고 주말마다 연습에 참석해야 하고 출근 전에 훈련하는 매체도 있었다고 한다. 성적에 목을 매는 매체에서 쉬이 강요 문제를 제기하긴 어렵다.

마냥 축구대회를 나쁘게 보는 시각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기자도 있다. 한 통신사 기자는 “축구대회가 과열 양상이 있긴 하지만 1년에 이처럼 많은 기자들이 모이고, 회사 사람들이 모이는 행사가 흔치 않다”면서 “축구대회에서 만나 인사도 나누고, 실제 친목을 도모하는 자리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축구대회에서 응원을 했던 한 여성 기자는 “연차 어린 기자일 때 기자협회 축구대회라면 치를 떨었다. 왜 남 기자들만의 축제에 왜 꼭 여기자들만 응원단으로 끌려와야 하는가”라면서도 “지금은 문화가 많이 바뀌었다. 기자 초반 강제적으로 동원도 되고, 선배들도 당연히 그렇게 생각했다. 연차 낮은 남성 기자는 선수로 뛰고, 연차 낮은 여성 기자는 응원하는 식이었지만 지금은 강제성이 없어졌다. 그러다보니 참여율이 낮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기자는 “방송기자협회의 경우 축구도 하고 발야구도 하고 배드민턴도 하고 해서 여 기자들도 시합에 참여했다”면서 “한국기자협회는 더욱 큰 조직이니 전통도 중요하지만 여러 변화를 모색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성별과 연차를 떠나서 참여율을 높이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기자협회 관계자는 “과열 양상이 있긴 하지만 보는 사람마다 입장이 다르다”라며 “축구대회 취지는 친목을 도모하고 기자들의 화합을 하자는 것이어서 경기 과열에 항상 조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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