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주간지 일요서울(회장 고재구, 대표 은기원) 소속 정치부 기자가 기사 다수를 표절한 의혹이 나왔다. 다른 언론사가 취재한 내용을 토씨하나 안 다르게 베끼거나 다른 매체 기자가 쓴 분석기사 내용을 ‘정치권의 한 관계자’가 한 말처럼 베끼기도 했다. 물론 출처를 밝히지 않았다. 해당 기자는 일요서울미디어그룹 회장의 아들로, 일요서울신문사 등기를 보면 해당 기자는 일요서울 사내이사를 겸하고 있다. 

▲ 시사주간지 일요서울 소개. 사진=일요서울 홈페이지 갈무리
▲ 시사주간지 일요서울 소개. 사진=일요서울 홈페이지 갈무리

3명 멘트·4문단 연속 표절

고아무개 일요서울 기자는 지난 19일 “[기획취재] 황교안 ‘전위부대’ 특보단 32인, ‘중진 물갈이론’·‘세대교체론’ 띄운다”란 기사를 썼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공천 관련 분석기사인데 해당 기사 끝에 곽대훈 한국당 대구시당 위원장, 또 다른 의원, 지역정가 관계자 등 3명의 발언이 4문단에 걸쳐 등장했다. 이는 3일전인 지난 17일자 대구일보 “TK 한국당 압승 최대 변수 낙하산 공천”이란 기사에 나오는 표현과 일치한다.

대구일보가 일요서울과 함께 취재했을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물론 여러 매체 기자가 함께 취재 했더라도 먼저 나온 기사표현을 그대로 베끼는 건 표절이다. 기사를 쓴 이창재 대구일보 정치부장은 23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우리가 대구에 있는데 같이 취재했을 리가 있겠느냐”며 표절 사실을 확인해줬다. 그는 일요서울의 표절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고 답했다. 

▲ 왼쪽은 일요서울 19일자 기사, 오른쪽은 대구일보 17일자 기사. 4문단 연속 표절이다.
▲ 왼쪽은 일요서울 19일자 기사, 오른쪽은 대구일보 17일자 기사. 4문단 연속 표절이다.

고 기자는 지난 19일 “[집중분석] 박근혜 석방 여부에 이재용 운명 걸렸다”는 분석기사도 썼는데 기사는 다음과 같이 끝났다.

한 법조계 인사는 “현 정부가 통 크게 정치적 결단을 내리는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지 않겠느냐”며 “박 전 대통령이 총선을 앞두고 석방될 경우, 보수진영이 오히려 더 혼란스러워질 수도 있는 측면이 있다”고 귀뜸했다.

고 기자가 법조계 인사를 만나 직접 취재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CBS 기사에 먼저 나온 표현이다. 지난 16일 최철 CBS 기자가 쓴 “대체 ‘박근혜 사면설’은 어디서 흘리고 있는걸까?”란 기사에 나온 표현으로 서술어까지 똑같다. 최 기자는 2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이 부분은 (내가) 한 법조계 인사와 저녁을 먹으며 취재한 내용”이라며 자신이 취재한 내용임을 확인해줬다.

▲ 왼쪽은 19일자 일요서울 기사, 오른쪽은 16일자 CBS 기사.
▲ 왼쪽은 19일자 일요서울 기사, 오른쪽은 16일자 CBS 기사.

한 기사 안에 두 신문사 기사 짜깁기 의혹도
기자의 분석내용을 정치권 관계자 멘트처럼 인용

하나의 기사를 쓰면서 두 신문사 기사를 조금씩 베껴 짜깁기한 흔적도 보였다. 고 기자는 지난 5일 오후 “[4·3 재보선 후폭풍] 촛불 지형 붕괴의 서막… 민주당·바른미래 ‘완패’”이란 4·3재보선 분석 기사를 썼다.

해당 기사에는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지난 총선 승리의 핵심은 PK 약진이었는데 당시 우리를 지지했던 PK 민심이 신기루처럼 사라진 셈’이라고 했다”는 부분이 나온다. 역시 고 기자가 민주당 중진의원을 만나 취재한 내용처럼 보인다. 이 부분은 이날 오전 3시16분에 올라온 조선일보 “단일화하고도 1년새 16%p 추락… 범여권 향한 ‘PK 민심의 경고’”에 나온 표현과 한글자도 빠짐없이 같다.

지역신문의 정치부 기자가 ‘정치권의 한 관계자’로 둔갑한 일도 있었다.

재보선 다음날인 지난 4일 대구일보는 “4·3선거에서 보여준 황교안식 쇄신, TK총선 공천에도 이어지나”란 기사에서 황교안 대표의 TK(대구·경북)지역 향후 공천을 예상하며 “동구을과 북구을, 수성갑 등 한국당 약세지역에는 인지도 높은 현역 의원을 공천하되 그 외의 강세지역에는 대대적인 ‘물갈이 공천’이 이뤄질 공산이 큰 것이다. 다만 (중략) TK 내에서도 ‘친황’으로 떠오른 곽상도·정종섭·추경호·김재원·최교일 의원은 이번 공천에서 살아남지 않겠냐는 의견이 나온다”고 분석했다.

▲ 왼쪽은 일요서울 4월5일자 기사. 오른쪽은 대구일보 4월4일자 기사
▲ 왼쪽은 일요서울 4월5일자 기사. 오른쪽은 대구일보 4월4일자 기사. 대구일보 기자의 해설내용을 정치권의 한 관계자가 한 말처럼 만들어 베꼈다.

이는 대구일보 정치부 기자의 해석이다. 고 기자는 이를 다음과 같이 기사에 인용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동구을과 북구을, 수성갑 등 한국당 약세지역에는 인지도 높은 현역 의원을 공천하되 그 외의 강세지역에는 대대적인 ‘물갈이 공천’이 이뤄질 공산이 크다”라며 “다만 TK 내에서도 ‘친황’으로 떠오른 곽상도·정종섭·추경호·김재원·최교일 의원은 이번 공천에서 살아남지 않겠냐는 의견도 나온다”고 말했다.

고 기자가 대구일보 기사를 표절한 사례는 더 있다. 그는 지난 12일 “친정 체제 구축하는 황교안, 공천 전략 득과 실 따져보니…”란 기사에는 지역 정가 관계자의 발언을 두 문단 담았다. 이는 대구일보 지난 4일자 “4·3선거에서 보여준 황교안식 쇄신, TK총선 공천에도 이어지나”란 기사에 이미 그대로 나왔다.

다른 매체에 실린 변호사 칼럼을 ‘정치권의 한 관계자’의 멘트처럼 처리한 기사도 있었다. 다음은 고 기자의 12일자 기사 일부다. 

▲ 왼쪽은 일요서울 12일자 기사 일부. 오른쪽은 브레이크뉴스에 실린 8일자 김정기 변호사의 칼럼 일부.
▲ 왼쪽은 일요서울 12일자 기사 일부. 오른쪽은 브레이크뉴스에 실린 8일자 김정기 변호사의 칼럼 일부.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오로지 구당과 구국의 일념으로 전략적이고 개혁적 마인드로 무장한 인재들을 골고루 중용하지 않고, 줄 서기 DNA만 있는 ‘내시’ 정치인들에게 둘러싸이게 되면 안 된다”라며 “자칫 ‘이회창의 덫’에 걸릴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이는 지난 8일자 브레이크뉴스 김정기 변호사의 칼럼의 내용을 그대로 베껴 ‘정치권의 한 관계자’를 취재한 것처럼 표현한 기사다.

이는 미디어오늘이 고 기자의 기사를 무작위로 골라 확인한 사례 일부에 불과해 표절기사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미디어오늘은 22일과 23일 당사자인 고 기자를 비롯해 오아무개 정치부장, 장성훈 편집국장 등에게 표절 관련 입장을 물었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

한편 일요서울은 23일 오후 자사 홈페이지에 “그동안 관행처럼 내려오던 통신 계약 매체 기사를 짜깁기하지 않도록 엄중조처했다”며 “본사는 징계위원회를 열어 문제를 야기한 기자들에 대해 징계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히며 “독자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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