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을 두고 김정은 대변인 역할만 하고 있다, 종북외교 포기하라 등 비방을 가하자 청와대와 여당이 반발했다.

청와대는 도 넘는 막말이자 악의적 모독이라며 순방중일 때까지 이러는 것은 지나치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도 황교안 대표에게 정치를 처음 시작한 사람이 정치를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황 대표는 지난 20일 취임후 첫 장외집회에서 “우리의 대통령은 대북제재 풀어달라고 사방팔방 돌아다니고 있다”며 “문 대통령은 경제 살릴 외교는 전혀 보이지 않고 김정은 대변인 역할만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황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대변인, 김정은 대변하는 일 즉각 중단하라”며 “종북, 굴욕 외교 포기하라”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청와대는 너무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2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도를 넘는 막말이자 대통령에 악의적인 모독”이라며 “더구나 순방중이다. 이럴 때는 국익을 위해 과거 야당도 과한 공격을 자제해온 관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여당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제1야당의 발언이 도를 넘는다”며 “문재인 대통령을 가리켜서 ‘김정은 위원장의 대변인’이란 표현을 야당 대표가 한다는 것이 어떻게 있을 수가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20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첫 장외집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자유한국당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20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첫 장외집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자유한국당
이 대표는 “정치를 처음 시작한 분이 그렇게 입문해서 막판을 무엇으로 끝내려 하는가”라며 “정치는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 다시 한 번 그런 발언하면 용납하지 않겠다”라고 지적했다.

박주민 최고위원도 “제1야당 대표가 정부의 외교정책을 비판할 수는 있지만 대통령을 북한 지도자의 수하 정도로 묘사하는 것은 용납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박주민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비핵화 외교는 북한과 미국의 틈바구니에서 어떻게든 평화를 만들어 내겠다고 하는 노력”이라며 “이를 냉전적 틀에 얽매여서 북한과 엮으려 드는 것은 한반도 비핵화나 남북 평화에 역행하는 정치적 공세다. 특히 나경원 원내대표의 동일한 발언이 문제 됐음에도 불구하고 황교안 당대표가 집회에서 이를 다시 꺼내 것은 그 저의마저 의심하게 한다”고 덧붙였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12일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문 대통령을 두고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라는 낯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달라고 해 비판 받았다. 당시 비판을 받자 나 원내대표는 자신이 한 말이 아니라 외신에서 한 말을 인용한 것 뿐이라고 발을 뺐다. 그러나 이번에 황 대표는 아예 대놓고 김정은 대변인이라고 한 것은 총선을 앞두고 이렇게 막말을 해도 손해볼 것 없겠다는 판단을 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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