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문재인 정부의 최근 언론환경을 두고 ‘친정권세력이 방송과 언론 매체를 장악해 정부 비판 통로가 막혔다’는 한 단체의 토론회 내용을 소개하며 비판에 나섰다.

조선일보가 인용한 토론회 발언자는 ‘반공자유민주국가’ 국가관을 드러내면서 광우병 사태와 세월호 참사, 박근혜 탄핵이 모두 언론탓이라는 인식을 분명히 했다.

조선일보는 22일자 사설 ‘정권세력이 방송과 언론 대다수 장악, 정부 비판 통로 거의 막혀’에서 “언론인·학자들 모임인 ‘미디어연대’의 설립 1주년 토론회에서 ‘친(親)정권 세력이 방송과 언론 매체 대다수를 장악해 정부 비판 통로가 거의 막혔다’는 지적들이 쏟아졌다”고 썼다. 이 신문은 “KBS 등 공영방송이 앞장서 6·25전쟁의 수괴 중 한 명인 김원봉에게 훈장을 주자고 하고, 김일성보다 이승만을 더 반민족적 인물인 양 매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 사설에서 소개한 미디어연대 1주년 토론회에서 발언한 사람은 이인호 전 KBS 이사장이다. 미디어연대는 이 전 이사장과 이석우씨 등 지난 정부 언론기관장과 전직 언론사 간부, 보수 언론학자, 유튜브 진행자 등이 참여해 만든 단체로 알려져있다. 

이 전 이사장은 정부 비판 통로가 봉쇄됐다는 근거로 과거 군부와 달리 현 집권세력이 언론계의 지원받아 탄생했기 때문이라는 논리를 제시했다. 그는 “촛불혁명으로 정권을 장악한 문재인 정부는 민주노총 산하기구인 전국언론노조가 실질적 패권을 장악하고 있는 KBS MBC는 물론 모든 종편의 적극 지원을 받아 탄생한 정부”라며 “따라서 거대 방송이나 언론매체들은 집행부 노조 모두 친정권세력에 장악돼 있기 때문에 정부 비판적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언론세력은 거의 존재하지 않거나 개인적으로 비판적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통로를 거의 봉쇄할 수 있는 것이 지금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언론의 지원으로 탄생했다면 오히려 언론이 더 자유롭고 당당하게 비판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반론이 제기된다.

또 문재인 정부 언론탄압과 방송장악을 두고 이인호 전 이사장은 그 어떤 정권이 동원했던 방법과는 다른 식이었다며 언론기관들의 집행부를 장악하는데 정부가 직접 나설 필요가 없이 좌파 노조를 고무해 전 정권이 임명한 사람을 적폐로 몰아 여론의 심판을 받게 했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직접 나서는 것이 더 문제지, 언론사 안에서 노조나 구성원이 목소리는 내는 것이 문제일까.

특히 이 전 이사장은 현재 대한민국 집권세력을 두고 국가를 공익을 위해 가동되는 국민의 합의기구 대표기구가 아니라 지배계급의 도구로 인식하는 반국가적 계급투쟁주의적 의식교육을 받은 사람들이라며 이런 도구를 자기들이 장악한 이상 소수 집단의 이익계산에 맞게 이용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그럼 이 전 이사장 본인은 어떤 국가관을 갖고 있으며, 어떤 국가관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일까. 그는 집권세력을 두고 “대한민국이 1948년 8월15일, 반공 자유민주공화국이며, 아프지만 감수할 수밖에 없었던 남북분단과 대립의 고난 속에서도 자랑스러운 발전의 역사를 이룩해온 나라가 아니라, 애초에 태어나지 말았어야할 부끄러운 정치체제로서 하루빨리 북한에 통합해야 한다는 맹목적 민족지상주의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에, 애국국민의 절대다수가 지닌 국가관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이 전 이사장의 국가관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미국 뿐 아니라 북한과 관계개선하는 모습은 용인되기 어려워 보인다.

심지어 이 전 이사장은 한국이 이대로 가다가는 중국 문화혁명이나 6·25 전쟁보다 더 심각한 유혈사태에 직면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외국인들의 입에서부터 나오고 있다고 예단했다.

문재인 정부의 3·1독립운동,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년 기념과 독립운동가 유해 봉환 등 역사바로세우기를 두고 이 전 이사장은 “대한민국 기득권 세력 전복시키기 위한 날조된 역사관 주입이 문재인 정부의 목표”라며 “기득권 세력 전복시키는 일은 서민층을 위해서는 좋은 일이라 착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계층간 격차가 점진적 개혁적 방법 해소되지 않고, 기득권층에 한꺼번에 전복되면 나라가 망한다는 것이 상식”이라고 주장했다.

▲ 이인호 전 KBS 이사장이 지난 19일 열린 미디어연대 1주년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팬앤마이크 유튜브 영상 갈무리
▲ 이인호 전 KBS 이사장이 지난 19일 열린 미디어연대 1주년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팬앤마이크 유튜브 영상 갈무리
그는 적폐청산과 반민족 친일청산 언급의 공격대상이 반공자유민주의 대한민국 자체라며 한시도 잊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이 전 이사장은 퇴치할 적이 문재인 정부의 언론정책이 아닌 “무지에 기초한 아집과 허위로 가득찬 정치세력이 기식할 수 있는 우리의 정신풍토와 사고방식 자체”라며 “언론인들이 앞장서서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이 전 이사장은 현재의 한국 언론시장을 언론자유가 차단당해 있다고 주장했다. 

MBC PD수첩의 미국산 쇠고기 보도를 두고 이 전 이사장은 근거없는 조작과 소문에 놀아난 난동이었음이 드러났지만, 언론계가 책임과 반성은 고사하고 막강한 MBC 사장으로 복귀해 시청자 위에 군림하고 국민에게 호령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세월호 참사를 두고 비통한 국가적 재난이라면서도 선주측 부실이 운영이 원인이었던 교통사고였지 국가가 책임질 일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세월호 교통사고론을 또다시 끄집어낸 것이다. 그는 언론이 이 사건을 선정적 취급, 정치적 목적에 이용해 국가적 손실을 극대화했다며 다른 사고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 한두 건이 아닌데, 그들의 인권은 어디갔는지 언론은 대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탄핵을 두고서도 이 전 이사장은 “무책임하고 선동적 언론보도 행태로 전체 오도당하고 세계적 선망대상이었던 대한민국 여성대통령을 악마에게 정신 빼앗긴 사람으로 몰아감으로써 법적 증거가 확실히도 나오기 전에 대통령이 탄핵당한 불행한 선례를 남겼을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나라의 명예를 실추시킨 것은 변명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쯤되면 이 전 이사장과 이를 소개한 조선일보는 문재인 정부에 언론의 자유를 촉구하는 것이 아니라 탄핵당한 박근혜 정부의 치명적인 과오와 부실을 덮기 위해 언론의 자유를 내세우는 건 아닌지 먼저 되돌아봐야 한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