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민주노총이 북한의 주장을 그대로 옮겨 책을 썼다고 비판하자, 민주노총은 통일부 등이 펴낸 자료에서 발췌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조선일보는 22일자 10면 ‘美 북핵소동으로 北생존 위협… 민노총, 北주장 그대로 옮긴 책 펴내’란 제목의 기사에서 민주노총이 “노동자가 알아야 할 북녘 이야기”라는 책을 올렸는데 “북한 역사나 정치 체제와 관련해 북한 정권의 일방적인 주의 주장을 그대로 옮긴 부분이 많았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미국은 ‘북핵 소동’을 벌였고 (북한의) 생존 자체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었다”, “미국은 북을 국제사회로부터 철저하게 고립시켰고 정치군사적 공세를 더욱 강화하였다”라는 부분을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선군 정치라는 새로운 정치 방식으로 최악의 위기를 돌파하고자 했다”고 책은 썼다고 했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해 “북녘 사회의 전반적인 기풍을 혁신하는 데 모든 힘을 집중했다고 한다”, “군사외교적인 면에서 ‘핵 무력, 경제 건설 병진 노선’을 선언하고 5년여의 집중적인 개발과 대결을 통해 2017년 핵 무력 완성을 선포하고 북미관계의 정상화의 길에 전면적으로 나섰다”라고 한 대목도 문제 삼았다.

조선일보는 “북은 수령제 사회주의라는 독특한 방식의 권력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수령, 당, 인민대중의 일심단결을 강조하며 당내 분파와 권력투쟁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북의 주장을 따라서 쓴 것이라고 지적했다.

▲ 조선일보 22일자 10면.
▲ 조선일보 22일자 10면.
이에 민주노총은 “조선일보가 저희 책을 가지고 소설을 쓰고 있다. 64페이지 분량 중에 단 몇줄에서 문제가 된다는 거리를 만든 것”이라며 “이게 문제가 된다면 시중에 나온 모든 책자가 문제가 있다. 통일부 자료도 책에 있는데 민주노총이 책을 썼다는 게 문제라는 시각이 깔려 있다”고 반박했다.

실제 조선일보가 지적한 책은 △오늘날의 평양 △평양을 말한다 △평양 관광 가이드 등 오늘날 북한의 발전상과 제도를 소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국호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수립 과정부터 북의 수도인 평양의 건설계획 내용을 설명하고 각종 매체에 실린 평양 도로와 수영장, 놀이공원, 맥줏집, 식료품 매장 등의 풍경을 실었다. 평양의 과학자 거리와 려명 거리 사진을 실은데 이어 북의 택시 이용 실태, 총 12년제로 개편한 무상의무교육 현황, 특수교육기관 ,북의 결혼 제도와 가정생활, 명절 등을 소개했다.

평양 관광 가이드라는 별책에는 평양지하철에 대해 설명하고 ‘트림어드바이저’라는 앱에서 나온 내용을 정리한 평양의 랜드마크 10가지를 소개했다.

조선일보는 민주노총이 집단주의에 대해 “각 개인끼리 모여 상호 협력해 사회생활을 영위하는 사회학적 원리”라며 북의 주장을 썼다고 했는데 전체 원문을 보면 우리의 헌법과 북의 헌법(공민의 권리와 의무는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라는 집단주의 원칙에 기초)의 비교하고 “두 사회가 추구하는 사회가 차이가 있음이 나타난다”고 설명하고 있다.

조선일보가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대목은 ‘조금 더 알아보기 Q&A’코너다. 조선은 선군 정치에 대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선군 정치라는 새로운 정치 방식으로 최악의 위기를 돌파하고자 했다”라고 기술해 북의 주장을 따라 썼다고 했지만 책 원문엔 “우리에겐 너무나 낯선 정치방식이다. 90년대 북이 선군정치를 표방한 것은 북의 위기상황과 직결되어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책은 고난의 행군 이후 북미 대결 양상이 격화된다면서 “대부분의 서방언론과 한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체제가 짧으면 3개월, 길면 3년 이내에 붕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나와 있다.

그러면서 나온 대목이 “그러나 북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선군정치’라는 새로운 정치방식으로 최악의 위기를 돌파하고자 했다”라는 내용이다. 선군정치가 나온 배경을 설명하고 있는데 조선은 선군정치에 대한 기술이 북의 주장을 따라쓴 것이라고 지목한 것이다.

▲ 민주노총이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책 “노동자가 알아야 할 북녘 이야기”
▲ 민주노총이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책 “노동자가 알아야 할 북녘 이야기”
책은 “북이 말하는 ‘선군정치’란 국방력 강화를 기본으로 하면서 규율성과 전투성이 강한 인민군대를 체제수호와 위기돌파의 선봉부대로 내세우는 정치를 말한다”며 “북은 이 독특한 정치 방식인 ‘선군노선’을 통해 90년대 후반의 위기를 극복하고 2000년대에 들어와서는 새세기 과학기술에 기반한 경제건설을 전면적으로 추진할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고 썼다. 북이 정의한 선군정치의 개념과 북의 주장을 소개해 이해를 돕기 위한 것인데 마치 선군정치를 옹호하는 것처럼 조선일보가 보도했다는 게 민주노총의 주장이다.

책은 또한 “북은 수령제 사회주의라는 독특한 방식의 권력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국민투표로 국가 지도자를 선택하는 우리 사회에서는 결코 이해되지 않는 권력체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책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녘 사회 전반적인 기풍을 혁신하는데 모든 힘을 집중하고 북미관계 정상화의 길에 전면적으로 나섰다라는 대목 앞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여 년 동안 김일성 주석과 함께 실질적인 지도자 역할을 한 반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년여의 짧은 기간 동안 후계자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증되지 않은 젊은 지도자에 대해 세간의 우려는 컸다”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 민주노총이 쓴 “노동자가 알아야 할 북녘 이야기” 일부분.
▲ 민주노총이 쓴 “노동자가 알아야 할 북녘 이야기” 일부분.
박정옥 민주노총 통일국장은 “책을 보면 출처에도 밝혔듯이 시중에 나온 자료를 합법적으로 발췌한 것에 불과하다”며 “판문점 선언 1주년이 다가오는 시점에 남북 합의 정신을 훼손하기 위해 악의적으로 쓴 기사에 가깝다. 조선일보는 아직도 시대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박 국장은 “지난해 판문점과 9·19 공동선언 이후 전 국민적 관심이 쏟아졌고 조합원들도 북에 대한 정보 요구가 많아서 짧은 시간 안에 최소한의 정보를 전달한다는 취지에서 만든 책”이라며 “책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관광지와 음식 소개는 전 세계인이 보는 어플 내용을 가져와서 작성한 것이다. 통일부에서 나온 정치 군사 내용도 발취했다. 이런 내용이 문제라고 한다면 시중에 나온 책자는 모두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번 민주노총 책의 출처는 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 프레시안, 오마이뉴스, 통일뉴스, 민플러스의 기사, 한홍구의 역사이야기, 통일부의 북한정보포털, 국가지식포털 ‘북한지역정보넷’, 위키피디아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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