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 임명을 강행한 가운데 언론이 이미선 재판관 후보자에 ‘부적격’ 여론이 높게 나온 여론조사는 적극 인용하고, 찬성 여론이 높게 나온 같은 기관의 여론조사는 소극 인용했다.

일부 언론은 조사기관의 첫 번째 여론조사 질문과 두 번째 여론조사 질문이 달랐다며 문제제기했다.

‘부적격 54.6%’땐 인용보도 111건, ‘찬성 43.3%’땐 36건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는 지난 15일과 18일 이미선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했다.

첫번째 조사에선 이 후보자가 ‘헌법재판관으로 부적격’이라는 응답이 54.6%, 적격하다는 응답이 28.8%였다. 이 조사는 CBS 의뢰로 진행했고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4명이 응답했다.

두번째 조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이미선 후보자를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하는 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으로, 찬성이 43.4%, 반대가 44.2%였다. 이 조사는 tbs가 의뢰해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1명이 응답했다.

▲ 이미선 헌법재판관이 지난 10일 후보자 신분으로 국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선서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이미선 헌법재판관이 지난 10일 후보자 신분으로 국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선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언론은 첫번째 여론조사는 적극 보도했지만 두번째 여론조사는 소극적으로 보도했다.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리얼미터’를 검색해 해당 조사를 인용한 언론 보도를 분석한 결과, 15일 공표된 여론조사(적격 28.8%, 부적격 54.6%)의 경우 당일 보도는 111건에 달했다.

반면 18일 공표된 여론조사(임명 찬성 43.4%, 반대 44.2%)의 경우 당일 보도가 36건에 그쳤다. 첫번째와 두번째 여론조사의 질문이 달라 일대일 대응이 완벽하게 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해도 차이가 크다.

특히 세계일보는 15일 공표된 ‘부적격’ 여론이 높은 여론조사는 5건 보도했지만 18일 여론조사는 1건도 보도하지 않았다. 중앙일보는 15일 여론조사를 5건, 18일 여론조사는 1건만 보도했다.

한국경제, 헤럴드경제는 15일 여론조사를 각각 3건씩 보도했으나 18일 여론조사 인용보도는 한 건도 없었다.

반면 JTBC, 뉴스1, 서울경제, 뷰스앤뉴스의 경우 15일 여론조사와 18일 여론조사를 각각 1건씩 보도했다. tbs는 18일 여론조사만 2건 보도했다. 

▲ 리얼미터 '이미선 후보자 관련 여론조사 결과' 주요 언론인용 비교.
▲ 이미선 후보자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한 주요 언론의 보도건수 수치. 해당 수치는 여론조사 발표 당일 수치만 해당된다. 해당 표에 등장하지않는 언론들을 모두 합칠 경우 총 보도건수는 111건이다. 
조선‧중앙일보는 질문 바뀐 리얼미터에 문제제기

중앙일보는 두 여론조사의 질문이 달랐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리얼미터의 첫번째 여론조사 질문이 “최근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렸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이미선 후보자 헌법재판관의 자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였는데, 두번째 여론조사 질문은 “여야 정치권이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임명을 두고 대립하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이 후보자에 대한 청문 보고서를 국회에 다시 요청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이미선 후보자를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하는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로 달랐다며 두 번째 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입장에 따라 답변이 달라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도 같은 내용의 기사를 내보냈다.

이에 리얼미터 측은 19일 “이 후보자의 ‘자격’에서 ‘임명’으로 정치권의 대립 지점이 바뀌고 언론 역시 임명을 둘러싼 기사를 쏟아내는 상황에서 리얼미터가 임명 찬반으로 질문한 것이 문제가 된다고 보지 않는다”며 “정치권과 언론의 정국 대립 지점이 바뀌었다면, 현안에 대한 민심을 분석하는 여론조사 기관은 당연히 바뀐 대립 지점으로 조사하는 것이 상식”이라고 밝혔다.

리얼미터 측은 “변한 대립 지점을 반영하지 않고 이미 지나간 상황의 조사를 반복하는 것이 오히려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고 전했다. 또한 리얼미터는 타 여론조사 기관의 결과 역시 긍정 여론이 높아졌다며 질문이 달라도 여론 흐름을 분석하는 데 무리가 없다고 반박했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여론조사가 현안의 변화를 의식하지 않고 완전히 똑같은 질문을 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물론 이전과 다른 질문으로 얻은 여론조사 결과이기 때문에 완벽히 일대일 대응한다고 보기 어렵지만, 언론이 입맛에 맞는 정보만을 취사 선택해 보도한 것이 드러났다고 볼 수치”라고 말했다.

김 사무처장은 “이 후보자가 부적격하다는 통계는 보도할 만한 것으로 판단해놓고 왜 문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찬성한다는 의견은 보도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는지 궁금하다”며 “언론이 정파적 판단을 내린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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