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혁 전 EBS PD(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가 청와대 청원을 통해 EBS 부사장 임명 철회와 EBS의 반민특위 다큐멘터리 제작 재개를 요구했다.

김 전 PD는 지난 16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제가 굳이 전 직장인 EBS의 부사장 임명 철회를 요구하는 이유는 이번에 새로 임명된 신임 부사장이 2013년 당시 반민특위를 다룬 다큐멘터리 제작 중단에 책임이 있어서”라고 밝혔다. 19일 오후 5시 현재 이 청원에 1977명이 동참했다. [청원 게시판 바로가기]

지난 5일 임명된 박치형 EBS 부사장은 지난 2013년 4월 반민특위 다큐 ‘다큐프라임- 나는 독립유공자의 후손입니다’ 제작을 하던 담당 연출자 김 전 PD를 수학교육팀으로 인사 이동시키는 등 제작 중단 사태 책임자로 꼽힌다. 박 부사장은 당시 제작을 총괄하던 방송제작본부장이었다. 제작 중단 사태 이후 김 전 PD는 그해 6월 사표를 제출하고 EBS를 떠났다.

▲ 박치형 EBS 신임 부사장(왼쪽)과 김진혁 전 EBS PD. 사진=EBS·미디어오늘
▲ 박치형 EBS 신임 부사장(왼쪽)과 김진혁 전 EBS PD. 사진=EBS·미디어오늘
김 전 PD는 청와대 청원에서 “박근혜 정권 당시 일어난 방송사 제작 자율성 침해와 역사 아이템들의 제작 중단은 굳이 다시 설명하지 않아도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한다”며 “문제는 정권이 바뀐 상태에서 이런 문제에 책임이 있는 인사가 공영방송 EBS 부사장으로 임명됐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김 전 PD는 “신임 EBS 부사장은 당시 반민특위 다큐멘터리 중단에 공개 사과를 한 적도, 제작 재개를 통해 정상화를 약속한 적도 없다”며 “그저 담당 연출이었던 제게 개인적 사과를 한 것뿐이다. 개인 사과로 넘어갈 일이었다면 굳이 제가 이곳에 청원 글을 올릴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제작 과정에 “다큐 완성을 간절하게 기다리던 반민특위 후손 분들 바람이 한 순간에 사라진 것이 문제의 본질”이라며 “2012년 반민특위 관련 다큐멘터리를 EBS에서 제작한다는 이야기에 흔쾌히 동의해 고령의 후손 분들이 EBS까지 직접 오셔서 적게는 4시간, 길게는 이틀이 넘게 인터뷰를 해주셨다”고 설명했다.

김 전 PD는 “이분들은 독립유공자 후손이라는 이유로 평생을 연좌죄에 고통 받으신 분들”이라며 “본인들의 삶을, 그 억울함을, 역사의 뒤틀림을 번듯한 다큐멘터리로 보고 싶으신 마음으로 힘든 걸음을 해주셨다. 그런 진정성이 박근혜 정권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중단된 것이다. 정권이 바뀌고도 EBS가 제작 중단 책임자를 부사장에 임명한다면, 그건 더 이상 박근혜 정권만의 책임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 전 PD는 EBS에 박치형 부사장 임명 철회를 요구하며 “나아가 EBS 제작 역량을 총동원해 반민특위에 관한 최고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해달라. 반민특위 후손 분들이 평생을 견디고 버틴 삶을 위로해달라. 그것이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에 가장 빛나는 기념”이라고 덧붙였다.

박치형 부사장은 지난 12일 EBS 노조 및 언론단체의 임명 철회 요구 등에 “최근 반민특위 관련 프로그램 제작 중단 건과 함께 노조에서 제기하는 의혹들을 해소하기 위한 노사 동수 조사위원회 구성을 노조에 요청한다. 특별감사도 괜찮다. 그 결과를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상황에 선배로서 안타까움이 아직도 제 가슴에 묻어 있다. 잊지 않고 우리 구성원 모두의 생각을 귀중하게 받들고 각자 역량이 최대로 발휘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 책임을 미루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국언론노조 EBS지부는 회사의 노사 동수 조사위(가칭 ‘진실규명을위한위원회’) 구성이 노조 동의 없는 일방 통보이자 ‘셀프 면죄부’를 위한 조처라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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