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전과 반파 직후의 모습을 촬영한 TOD(열상감시장비) 동영상의 일부를 확대해 초저속으로 재생하자 미상의 검은 점과 긴 선이 수면위로 올라온 것이 나타났다.

이를 두고 당시 천안함 군측 합조단장은 조사과정에서도 이를 봤고 외국인 조사단까지 함께 분석했다며 이후 생존장병이 구명정이라고 진술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구명정이라고 보기엔 조류에 따라 떠내려가는 천안함 함수 함미 선체의 속도보다 훨씬 천천히 이동하고 있고, 그 크기와 형태도 의문이 제기된다는 반론이 나온다.

박정이 천안함 군측 합동조사단장(예비역 육군대장)은 18일 오후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김형두 부장판사) 주재로 열린 신상철 전 민군합동조사위원의 명예훼손 혐의 항소심 재판에 출석해 천안함 TOD 영상속의 미상의 검은 점(물체)을 분석한 사실이 있다고 증언했다.

이날 법정에서는 신상철 피고인이 법정에 제출한 천안함 TOD 동영상 확대 초저속 재생 편집본을 상영했다. 이 영상을 보면 천안함 함수와 함미가 분리된 이후 함미는 거의 바다밑으로 가라앉아 있고, 함수만 떠있는 상태에서 함미 뒷부분과 함수 선체 사이에 미상의 검은 물체가 보인다. 약간 사각형 형태이고, 크기는 2~3m 가량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TOD 오른쪽 상단에 표시된 시각 21시23분16초~21시23분17초 사이에 약 2초 가량 되는 시점에 미상의 점이 순간 살짝 떠오르면서 점 바로 아래 쪽 수면에 검은 선이 등장하는 모습이 잡힌다. 이것이 검은점에 붙어있는 것인지, 순간 해수면에 생긴 물살인지는 TOD 영상만으로는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렇다고 단순 부유물이나 구명정이라고도 단정하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든다.

이와 관련해 이 영상을 본 사실이 있느냐는 심재환 변호사의 질의에 박정이 전 단장은 “예”라고 답했고, 이날 상영한 초저속 영상도 봤느냐고 하자 “이것도 봤다”고 밝혔다.

심 변호사는 ‘초기엔 가운데에 작은 점이 있는데, 이후 부력에 의해 떠오르며 코닝타워의 사각형 모습이 잡히고 그 후엔 잠수함의 코닝타워와 선체 같은 모습이 고스란히 잡히는 모습이 드러나는데 합조단에서 논의가 있었느냐’고 신문하자 박 단장은 “논의가 있었다. 여러 가지 분석했다”고 답했다.

심 변호사가 ‘이후 이 물체가 다시 가라앉아 코닝타워처럼 보이는 선이 물 속으로 잡겼다가 다시 떠 오르면서 커지고 이때부터 천안함 함수가 서서히 선회하기 시작하는데 물 속에서 이 물체와 함수가 물리적인 접촉이 발생한 것 아니냐’고 주장하자 박 전 단장은 “그당시 잠수함은 없었다고 생각한다”며 “함수가 선회했다는 것은 일부 유속에 따라 움직이면서 침몰하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박 전 단장은 “검은 점은 잠수함이라고 보기 어렵고, 생존장병에게 뭔가라고 물었더니 ‘구명정이 터져서 떠내려간 것’이라고 얘기했다”며 “구명정이 커졌다 작아졌다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 천안함 TOD 동영상을 확대해 초저속으로 돌려보니 수면위에 잠깐 떠오른 미상의 점과 선. 사진=TOD영상 갈무리
▲ 천안함 TOD 동영상 21시23분16~17초 사이에 등장하는 함수와 함미사이의 미상의 점과 선. 사진=TOD영상 갈무리
함수와 함미는 이미 동력을 잃고 조류에 표류하고 있는데 검은 미상의 점(물체)은 왜 함수 함미의 움직임과 달리 (TOD 화면상) 오른쪽 방향으로 움직이느냐, 검은 점이 동력이 있기 때문 아니냐는 심재환 변호사의 주장에 박 전 단장은 “(동력이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속도가 다른 것이며, 부풀어졌다 내린 것은 구명정이 터지기 때문에 커졌다 작아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전 단장은 “함미는 침몰했고, 함수는 떠내려가는데, 가운데의 점인 구명정은 이동하는 것처럼 착시현상을 보이는 것”이라며 “그것을 잠수함으로 보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 절대로 그렇지 않다. 잠수함이 뜨면 절대로 저런 모습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잠수함이면 어떻게 보이느냐는 김형두 재판장 신문에 박 전 단장은 “잠망경도 나오고, 여기서는 올리고 나오지도 않을 거고, 잠수함 모습이 뜰텐데, (TOD 동영상의 점은) 밋밋한 모습이던데”라고 주장했다.

심재환 변호사와 피고인측은 ‘이것이 천안함을 반파시킨 주범이라고 보이는데 합조단에서는 이에 대한 조사를 했느냐’고 주장했다.

박 전 단장은 “까만점은 구명정이 터져서 흘러내려간 것으로 분석했고, 당시 3월28일까지 함미 대잠(수함) 연합 훈련을 실시한 적이 있긴 했지만 대잠훈련은 태안반도 서쪽으로 사고해역으로부터 170~180km 남쪽에서 진행됐다”며 “해군의 초계함, 호위함 등 작전함 외엔 잠수함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박 전 단장은 “잠수함이라는 검은 점처럼 나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전체가 나왔어야 한다. 박치기하고 갔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고, 있을수도 없다.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질문”이라고 맞섰다.

검찰측인 박건영 검사가 천안함 초저속영상 가운데 작은 점의 합조단 분석 내용을 묻자 박정이 전 단장은 “외국 조사단까지 동참해 토의와 토론을 했다”고 답했다. ‘승조원의 진술로 구명정이라는 것을 확인했다는 것이냐’는 박 검사의 질의에 “예 그렇다”고 했다.

이와 관련 신상철 피고인이 ‘당시 외국조사단까지 참여해 구명정으로 결론냈다고 했느냐’고 하자 박 전 단장은 “그당시엔 구명정으로 했다고 하지 않았는데, 나중에 생존장병에 물어봤더니 그렇게 답했다”고 답했다.

신상철 피고인은 ‘국방부가 발표한 사고시각에 의하면 30초 이내에 함미가 침몰했고, 구조를 위해 올라온 대원들이 함수위에 올라와서 멀쩡한 구명정을 보고도 잡으려 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구명정을 보고도 이를 확보하려 하지 않고 나중에 구명정이었다고 진술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따졌다.

박 전 단장은 “생존장병 가운데 증언했을 때 구명정이 터진 것으로 증언했다”며 “당시 조류가 워낙 셌기 때문에 고속정이 도착했을 때도 홋줄 걸었고, (박연수) 작전관이 빠진 것으로 기억한다. (확보를 못한 것은) 깜깜한 밤이다 보니,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TOD 영상은 전부 수거해서 군, 민간 전문가, 외국전문가 모두가 봤다. 특별히 중요하다고 본 것은 아니다. 이상한게 있는 것 같다고 보고 분석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같은 TOD 동영상 속의 미상 물체의 정체 논란은 5년 전인 지난 2014년 10월27일 1심 재판에서도 등장했다. 당시 천안함 전탐장이었던 김수길 상사는 법정에 출석해 TOD 동영상 상의 미상 물체의 움직임을 보여주면서 ‘저런 것이 있을 수 있느냐’는 김형태 변호사의 신문에 대해 “처음봤는데, 아마도 구명정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김 변호사는 ‘구명정이 혼자 조류를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느냐’고 반박했다. 당시 유남근 재판장은 어차피 추측일 뿐이라고 더 이상의 신문과 증언을 제지했다.

이 미상 물체의 정체와 관련해 지난해 3월28일 KBS ‘추적60분’에서 국방부는 “천안함이 반파된 직후 분리된 연돌이나 구명보트 등의 부유물로 추정됨”이라고 답변서를 보냈다.

임남균 목포해양대 교수는 제작진과 인터뷰에서 “부유물로 보기에도 좀 애매하네요. 크기를 보니까 꽤 큰 것 같아요. 직사각형으로 반듯하게 생겼어요. 속도의 차이가 나는 게 이상하긴 하네요”라고 답했다.



▲ 박정이 전 천안함 민군 합동조사단 군측 단장. ⓒ 연합뉴스
▲ 박정이 전 천안함 민군 합동조사단 군측 단장. ⓒ 연합뉴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