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한 경제학자의 발언을 조선일보가 왜곡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경실련은 18일 서울 종로구 강당에서 ‘문재인 정부 2년 평가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는 문재인 정부의 출범 기조가 후퇴했다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소위 진보 개혁 진영의 시각에서 2년차 문재인 정부의 개혁 성과가 미진하다는 내용이다.

조선일보는 19일자 신문에서 “경실련 토론회 ‘민주당, 중남미형 좌파 정당’”이라는 제목 아래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의 발언을 기사 첫머리에 실었다.

조선은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가 “문재인 정부는 기본적으로 경제 문제에 관심이 없고 남북문제 같은 정치적 문제로만 득점하려 한다”며 “성과에 비해 지지율이 높은 건 ‘야당, 적폐 때문에 안 된다’는 말이 아직 먹히기 때문"이라고 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주류 경제학계에서 나오는 반대의 목소리도 이 정부 핵심부는 귓등으로 듣는다”고 한 박 교수는 현 여당을 가리켜 ‘중남미형 좌파 정당’이라고 했다고 조선일보는 보도했다.

하지만 박상인 교수는 19일 통화에서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심한 왜곡”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박 교수는 “어제도 기사를 쓴 기자가 전화가 와서 민주당을 중남미형 좌파 정당이라고 제가 발언했는지 확인했는데 지금처럼 가면 중남미형 좌파 정당과 우파 정당만 남는 상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조선은 마치 민주당이 현재 중남미형 좌파 정당인 것처럼 보도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중남미형 국가의 경우 지주, 재벌도 다 있고, 좌파 정부가 이를 개혁할 엄두가 못하고 포기를 하고 재정정책으로 가다 재정문제가 꼬이고 우파가 규제를 풀면서 경제 위기가 주기적으로 오는 사이클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한 발언”이라며 “중남미형 좌파 정당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개혁에 엄두를 못 내는 파퓰리즘 정당의 개념으로 부연 설명도 해줬는데 기사가 이렇게 나와 버렸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현재 민주당이 나쁜 의미로 ‘좌파’에 방점을 찍고 제가 말한 것처럼 했지만 기자 본인의 해석이 들어간 것 같다”며 “기자들이 인터뷰를 하면 발췌해서 많이 쓴다. 일일이 대응하지 않았는데 이번 경우 특별히 대응할지 안할지 생각해봐야할 것 같다. 제목도 경실련 자체에서 민주당을 (나쁜 의미로) 좌파정당이라고 포지션을 가지고 있는 뉘앙스가 있어서 경실련 쪽하고 상의를 해서 정정요청을 하던지 해야 할 것 같다. 심각하다”고 말했다.

조선일보와 달리 다른 언론 보도를 보면 박 교수의 발언은 재벌 경제 정책이 후퇴했다는 지적에 방점이 찍혀 있다. 박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재벌 정책은 공약 자체도 실효성에 의문이었으나, 이마저도 입법의 어려움을 핑계로 사실상 재벌개혁은 포기한 상태”라며 “지난해 지방선거 이후로는 오히려 친재벌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할 수 없는 것을 할 수 있다고 했다면 사기를 친 것이고 못했다면 무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 조선일보 19일자 4면
▲ 조선일보 19일자 4면
매체 ‘더팩트’에 따르면 박 교수는 “재벌개혁에 대한 거짓말을 하지 말고, 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해야 한다. ‘과거 야당 시절에는 어쩔 수 없이 (재벌의) 발목을 잡았는데, 사실은 친재벌’이라고 밝혀야 한다”고도 말했다.

박 교수의 발언은 문재인 정부 초기 가졌던 개혁적인 모습이 후퇴하는 것을 우려하는 내용인데 민주당이 중남미형 ‘좌파’ 정당이라고 했다고 자신이 하지도 않는 내용을 부각시키면서 조선일보가 발언 요지를 왜곡했다는 게 박 교수의 주장이다.

기사를 쓴 김상윤 기자는 “어제 토론회에 참석했고 박상인 교수하고도 기사 송고 전에 통화를 했다”며 “저 역시 민주당을 중남미형 좌파 정당이라고 한 부분에 대해서 재확인할 필요가 있어 여쭤봤고, 충분히 확인을 받았다고 생각했는데 박 교수와 통화를 다시 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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