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조차 잘못을 인정해 삭제와 사과한 정준영 피해자 정보 ‘단독’ 보도를 두고 심의위원들 의견이 엇갈렸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해당 안건을 전체회의에 올려 재논의한다.

방통심의위는 18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방송심의소위원회를 열고 채널A ‘뉴스A’가 ‘인권보호’ 조항을 위반했는지 심의했다. 채널A ‘뉴스A’는 지난달 12일 가수 정준영이 자신의 불법 촬영 영상물을 공유하는 등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피해자 신원을 간접으로 파악할 정보를 보도했다. 채널A는 이 소식을 전하며 ‘단독’ 타이틀을 달았다.

▲ 채널A가 지난달 13일 메인뉴스 뉴스A에서 성범죄 피해자 정보를 노출한 자사 보도에 공개 사과했다. 사진=채널A 보도화면 갈무리.
▲ 채널A가 지난달 13일 메인뉴스 뉴스A에서 성범죄 피해자 정보를 노출한 자사 보도에 공개 사과했다. 사진=채널A 보도화면 갈무리.

그러자 누리꾼들은 “피해자 신분 보호해라. 직업을 왜 좁히냐” “피해자 찾아내라고 실마리 주는 기사” 등이라고 비판했다. 채널A는 기사 출고 후 두 차례 수정했고 결국 기사를 삭제했다.

채널A는 지난달 13일 ‘뉴스A’ 첫 리포트 보도 전 사과했다. 김승련 채널A 앵커는 “첫 소식 보도에 앞서 어제 정준영씨 수사에 대한 ‘뉴스A’ 보도와 관련해 2차 피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자칫 피해자가 누구인지에 초점이 맞춰질 수 있다는 비판도 있었다.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전했다.

이날 의견진술자로 나선 정용관 채널A 보도본부 부본부장은 “보도 당시 (채널A는) 피해자가 특정될 것이라는 생각을 못 했다. 자료화면도 첨부하긴 했는데 그게 누군지 드러나지 않게 강하게 흐림처리를 지시했다”고 해명했다.

정부·여당 추천 윤정주 위원은 “채널A 기자협회는 당시 취재기자가 피해자 보호 관련해 문제를 제기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성명을 냈다. 누구에게 문제 제기하고 왜 받아들여지지 않았냐”고 묻자 정용관 부본부장은 “해당 기자와 데스크는 자료화면을 세게 흐림처리 해달라는 대화를 주로 했다”고 답했다.

윤정주 위원은 “방송 이후 내부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오갔냐”고 질문하자 정 부본부장은 “논란이 일자 제목을 바꾸고, 피해자 특정할 내용을 삭제하고, 흐림처리된 영상도 삭제하고, 그 이후에 사내 기자협회에서 오후에 면담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정용관 부본부장은 “피해자에게 2차 가해 기사라는 지적이 있다면 기사를 삭제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앵커가 뉴스 시작 전 사과했다. 기자협회도 신속한 조치에 만족했다. 다만 데스크보다 현장기자가 뭔가 느낀다면 즉각 보고해야 조치를 취한다. 보도 후에 의견서를 가져오면 무의미하다는 논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추천 전광삼 상임위원은 “단독 표현은 왜 하냐.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지나치게 디테일하면 악마가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취재한 걸 어디까지 쓸지는 데스크가 잡아줘야 한다”고 지적하자 정 부본부장은 “선정적 보도로 시청률을 높일 마음을 먹은 적은 없다. 저희들 생각이 짧았다”고 해명했다.

▲ 채널A가 지난달 12일 메인뉴스 뉴스A에서 정준영 성범죄 피해자 신원을 유추할 수 있는 정보를 보도해 논란이었다. 사진=채널A 보도화면 갈무리.
▲ 채널A가 지난달 12일 메인뉴스 뉴스A에서 정준영 성범죄 피해자 신원을 유추할 수 있는 정보를 보도해 논란이었다. 사진=채널A 보도화면 갈무리.

그러나 채널A도 사과한 보도를 두고 심의위원들 의견은 엇갈렸다. 정부·여당 추천 위원 2인과 한국당·바른미래당 추천 위원 2인은 각각 법정제재인 ‘주의’와 행정지도인 ‘권고’ 의견을 냈다. 행정지도는 강제력 없는 경징계다.

전광삼 상임위원은 “누군가 특정돼야 피해를 줬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이 정도로 흐림처리 했는데 문제되냐”며 행정지도인 ‘권고’ 의견을 냈다. 박상수 위원도 “이름도 밝히지 않았고 모자이크 처리해 전혀 알 수 없게 보도했다”며 ‘권고’를 결정했다.

반면 윤정주 위원은 “직업 등 여러 가지가 특정됐다. 네티즌들은 이 단서를 바탕으로 찾아내기 시작한다. 의도는 없었다지만, 결과적으로 2차 가해다. 채널A 기자협회에서 이례적으로 입장문을 냈을 정도로 심각한 사안”이라며 법정제재 ‘주의’ 의견을 냈다. 심영섭 위원도 “전체회의서 신중하게 따져보자”며 윤 위원과 같은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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