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단체들이 “고소득이자 법조인·정치인·관료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50대 이상 남성이 독점한 정치가 2020년 총선 때도 계속 되도록 내버려둘 수 없다. 낡은 정치판을 바꿀 책임은 20대 국회에 있다”며 비례대표성 강화를 골자로 한 선거제도 개혁을 촉구했다. 젠더정치연구소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여세연)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선거제도 개혁을 촉구하는 페미니스트 선언’을 했다.

여세연은 “지금의 선거제도 개혁안은 불완전하며 만족스럽지 않다. 그럼에도 국회가 여성을 포함해 사회에서 배제되고 차별받는 시민들 목소리를 대변하는 국회로 변모하기 위해 지금 당장 선거제도 개혁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올리고, 100일 동안 좀 더 나은 21대 국회를 상상할 선거개혁 논의를 지속해야 한다”며 “선거제도와 공천제도를 성평등한 방향으로 개혁하고 이를 위해 페미니스트들은 선거제도 개혁에 계속 목소리를 내고 개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예정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활동가는 “양심적 병역거부, 낙태죄 등 중요한 법안들의 운명이 헌법재판소에서 국회로 넘어갔다. 더더욱 국회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장 활동가는 “헌법재판소 판결을 받은 지 1주일밖에 되지 않은 낙태죄만 해도 헌재의 권고와 시민 요구에 부합하지 못하는 내용이 발의 됐다. 양심적 병역거부도 정부와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차별금지법은 발의조차 되지 못했다. 차별금지법을 비롯한 각종 인권 법안들, 수많은 미투법안들이 제대로 통과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선거제도 개혁을 촉구하는 페미니스트 선언’을 했다. 사진=노지민 기자
▲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선거제도 개혁을 촉구하는 페미니스트 선언’을 했다. 사진=노지민 기자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안희정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은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는 인권에 이해가 가장 높은 대권주자로 꼽혔다. 그런데 수행비서에게 담배·반찬 심부름, 안경 닦기, 여자문제 함구에 심기의전까지 받다 지난 2월 강제추행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죄로 3년 6개월 형을 받고 수감돼 있다. 최근 사임한 청와대 홍보기획 행정관은 여성비하, 인종비하 등 발언과 출판 등의 전력으로 사퇴를 강력히 요구 받았지만 해당 행정관 외에는 그 일을 해낼 사람이 없다는 답변을 여성시민들은 오래 들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김 부소장은 “우리는 굉장히 좁은 선택지 안에서 산다. 정치는 원래 그런 거다, 정치는 권력의 사다리다(라는 말을 들으며), 인권이나 성평등을 만들어가기 보다 혐오나 폭력을 활용하는 논리에 익숙해지라고 강요 받아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50~60대 남성·고학력·이성애자·비장애인 중심 권력 콘크리트가 깨지지 않으면 안 된다. 정치에 여성이, 청소년이, 장애인, 비정규직, 이주민, 청년이 참여할 때에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효린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웹하드 카르텔’, ‘버닝썬 게이트’ 등으로 드러난 불법촬영 사건을 언급하며 “작년 12월18일부터 시행된 성폭력처벌법 14조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 개정은 유의미한 역사가 됐다. 그러나 여전히 이 법의 한계는 존재하고 디지털성폭력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며 “자기촬영물도 성폭력처벌법 제14조에 포섭해야 한다는 논의가 국회에서 이뤄졌지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의원들은 자기촬영물이 동의 없이 유포된다는 말의 뜻조차 이해하지 못한 상태였다. 국회는 이 폭력의 현실을 전혀 알지 못한 채 법률개정을 논할 때 법제도 밖에서 발생한 성폭력 피해는 방치될 수밖에 없음을 바로 인지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현우 비례민주주의연대 활동가는 “지금 정치권력이 여성을 대표하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잘못된 선거제도가 만든 정치권력 때문”이라며 “지역구 1등 중심의 선거제도는 거대정당은 과대대표되고, 군소정당은 과소대표된다. 또한 지역이 과잉대표되고, 거대정당의 남성정치는 여성정치의 기회를 가로막고, 여성 유권자를 정치로부터 과소대표되게 했다”며 “국민의 뜻이 국회에 정확히 반영되는 연동형비례대표제로 선거제도 개혁과 각 정당 지역구 30% 이상 여성 공천과 비례대표의원 여성교호순번제(1,3,5,7…) 미이행시 강력한 제재 등을 통해 2020년 4월15일 페미니스트 국회의원을 맞이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