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꿈세상을바꾸는꿈과 LAB2050은 2030세대를 중심으로 우리 사회 여러 문제를 진단하고 창의적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한국사회전환의전략” #(해시태그)공론장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5월25일(토)에는 2030세대가 생각하는 ‘노동’ 의제에 대한 여러 대안들을 함께 그려보고자 합니다. #노동 공론장을 앞두고 2030세대의 다양한 이야기를 우선 공유하기 위한 시리즈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많은 관심과 공유 부탁드립니다.


- 박보현, 88년생, 32세, 여, 미혼, 제조회사 근무, 경기도 고양시 거주

▲ 일러스트=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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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의 경제력 보다는 부모님의 경제력을 본다

서울의 전셋값이 최소 4~6억원이 있어야 ‘아파트’라는 곳에서 살 수 있더라고. 그런데 이게 현실적으로 부모님 도움 없이 일반 직장인이 돈을 모아서는 절대 갈 수 없잖아. 금리도 높고. 결혼을 하게 되면 빚더미에 앉게 될 텐데, 그래서 직장인 월급으로는 한계가 있으니 사실 상대방의 경제력을 보기보다는 남자친구 부모님의 지원이 어느 정도 가능한가를 보게 되는 거지. 나도 열심히 모았지만, 남자친구가 나 만큼 모았다고 해도 어림도 없어. 우리 부모님은 사실 나 결혼할 때 도와주신다고 하셨어. 그런데 만약 남자친구 쪽에서 나보다 준비가 덜 되어 있고, 부모님 편에서도 너무 부족하게 준비를 해온다면 속물 같지만 결혼이 망설여질 것 같아. 빚더미에서 시작하기는 싫으니까.

나 스스로 사람을 만날 때 너무 따지는 게 느껴져. 여성은 결혼하면 더 희생해야 하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해. 물론 세상이 많이 좋아졌지만, 육아도 그렇고, 시댁 눈치 보는 것도 여전히 존재해. 이런 상황에서 남편이 중간에서 잘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해. 그래서 그럴 수 있는 사람인지, 집안일도 같이 할 수 있는 사람인지도 보고 싶고. 집안 문제가 발생했을 때 서로 노력하고 이야기를 통해서 풀 수 있는 사람인지. 바람 피우지 않을 사람인지. 경제적인 능력은 있는지. 꿈은 가지고 있는 사람인지. 좋은 아빠가 될 수 있는 사람인지. 이런 거를 전부 다 따지기 시작했어. 원래는 이렇게 안 따졌는데. 그런데 결혼을 생각해보면 정말 좋은 사람이랑 평생 살아야하는 거니까. 따져야 할 것이 많은 게 맞는 것도 같으면서도 피로해.

▲ 일러스트=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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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가 되니, 무엇을 해도 적당히 즐거워

나랑 공감을 나눌 친구도 줄어들고 있고. 30대가 되니, 무엇을 해도 ‘적당히’ 즐거워. 쇼핑을 해도, 여행을 해도 엄청난 즐거움이 없어. 너무 자잘한 즐거움은 오히려 허무해는 것 같아. 그래서 결혼을 해야 하나 싶은 거지.

회사생활도 이제 7년차니까 안정기에 접어들어서 결혼 생각이 생기는 건가봐. 무언가 다른 자극과 기쁨은 결혼 밖에 없을 거라는 생각이랄까. 연애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 열정적인 사귐보다는 관계의 익숙함이 느껴질 때가 더 좋게 생각돼. 결혼이 주는 만족감이나 행복이 있을 거라고 환상을 갖고 있는 건지도 모르지만.

나는 팀장은 달겠다는 생각이야. 그렇지만 과연 결혼을 하고 육아를 병행하면서 할 수 있을까? 난 10년 이상은 일을 하고 싶은데, 아직은 결혼도 안하고 아기도 없으니 이렇게 생각하는 거겠지. 결혼하면 또 달라질지도 몰라.

근데 우리 회사에서 여자 팀장은 거의 없어. 완전 드물어. 우리 회사의 임원이 46살이야. 점점 더 임원의 연령대도 젊어지고 있어. 이렇게 생각하면 내가 지금 32살이니까 10년 정도면 위험하네!

그리고 나는 MD직군인데 AI가 발달하면 내 직업은 사라질지도 몰라. 이미 어느 유통회사에서는 AI가 자리를 잡은 거 알아? 그 회사가 상품 매입을 어떻게 가져가냐면. 자동으로 몇 주간 판매 누적 데이터를 근간으로 해서 자동 발주가 떠. 그럼 업체가 수량에 맞춰서 물건을 보내는 거야. MD가 상품 선정하고 상품 소싱하는 일을 로봇이 자동으로 다 해버리고 있어. 내 할 일은 점차 사라지겠지.

인당 생산성을 낮추더라도 쉼을 갖게 해야 한다

직장에서 자녀 때문에 연차 내거나 휴직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문화가 필요한 것 같아. 일반회사의 육아휴직은 고작 1년이야. 그런데 애는 1년 키우고 말게 아니잖아. 사기업에서도 육아휴직을 더 길게 줘야 돼. 그리고 1인당 생산성을 낮추더라도 쉼을 갖게 해야 해. 평소에 나는 화장실을 참아가면서까지 일할 때가 많아. 어느 정도는 여유 있게 일을 하는 문화가 있었으면 좋겠어. 한국 회사들은 직원들을 뽑아먹으려는 의도가 많아. 경력직은 용병이라고 표현하잖아.

게다가 육아휴직을 많이 쓰지만 육아휴직을 꺼리는 이유는 복직해서의 문제야. 내 자리가 사라지지 않을까하는 공포감. 고과는 무조건 바닥을 깔고 가기 때문에 쓰지 않지. 물론 육아휴직자는 빈자리였기 때문에 다른 대체자가 더 고생했으므로 점수를 못 주는 건 당연하게 볼 수도 있어. 그런데 이런 구조적 환경을 바꿔야 해. 회사는 당연히 나를 대체할 사람 정도의 여유 인력을 배치시켰어야 한다는 거지. 대체 인력이 있다면 당연히 편한 마음으로 육아휴직을 쓸 수 있을 거야.

내 친구는 육아휴직을 쓰는 것이 주변에 민폐를 끼친다는 생각 때문에 회사를 그만 두고 전업주부가 됐어. 퇴사한지 3년 째인데 경력단절 주부가 되어버렸어.

만약에 워킹맘이 자녀가 유치원 행사가 있어서 연차를 써야 하는 상황에 연차를 자유롭게 쓰거나 혹은 재택근무 제도가 활성화 되어 있다면 어떨까? 워킹맘을 좋은 시선으로 볼 필요가 있어. 우리 회사에도 재택근무제도가 있긴 하더라고. 정책은 있지만 쓰는 사람이 없어. 실효성이 없어.

우리 회사의 이야기를 하면 진짜 웃겨. 인사팀에서 연차 소진을 촉진하려고 각서까지 쓰게 해. 남은 연차 일수 보여주고, 올해 남은 연차를 언제 사용할 건지 계획을 제출하라고 해. 그런데 대부분 연차를 명절 전후로 일괄적으로 설정해놓고 쉬라고 해. 하지만 나는 일이 많아서 출근해. 그런데 시스템상 나는 쉬는 날로 되어 있어. 진짜 웃기지? 나는 출근했는데 연차를 썼으니까 월급도 제대로 못 받는 거야. 회사의 꼼수가 너무 기가 막혀.

워라벨을 위해 대기업부터 시행하고 있는 주 52시간 제도도 마찬가지 맥락 같아. 정책 때문에 사무실에서 일을 하지 못하지만 일이 많아서 결국 근처 카페에 노트북 들고 가서 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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