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KT 화재사고 청문회에서 몇몇 의원들이 자유한국당의 항의를 받으면서도 황창규 KT 회장에게 고액 경영고문 위촉, 채용비리 관련 질의을 했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포문을 열었다. 이철희 의원은 KT 경영고문 내역을 언급하며 “황 회장이 이를 알고 있었나”라고 물었다. 앞서 이철희 의원은 KT가 2014년 황창규 회장 취임 이후 정치권 인사, 퇴역장성, 전직 지방경찰청장, 전직 고위공무원 등 14명을 경영고문으로 위촉하고 자문료 명목으로 20억원을 지급해 로비에 활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폭로했다.

황창규 회장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는 “이 명단을 알지 못한다. 문건 내용을 언론 보도가 나온 이후 보고를 받고 알았다. 저는 관여한 바가 없다”고 했다. 

▲ 황창규 KT 회장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KT 화재사고 청문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 황창규 KT 회장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KT 화재사고 청문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이철희 의원은 경영고문 위촉 절차를 담은 ‘운영지침’ 문서를 공개하고 “여기 보면 위촉하는 최종 결재자가 회장으로 돼 있다”고 반박했으나 황 회장은 운영지침 내용도 모른다고 답변한 뒤 “부문장이 하는 일이라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자 이철희 의원은 “20억원이 쓰였는데도 모른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라며 “본인도 모르게 경영고문을 위촉한 부문장을 배임죄로 고발하셔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김종훈 민중당 의원은 “황 회장은 경영전문가라고 하면서 정치권에 줄대고 사유화하기 바쁜데 안전관리를 제대로 할 수 있겠나”라며 “정치 줄대기의 꽃은 채용비리”라고 지적했다.

김종훈 의원은 “채용비리가 조직적인 것으로 보인다. 김성태 의원 자녀 뿐 아니라 조카 의혹도 있고, 총 9명의 채용비리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인데 관련 보고를 받거나 파악한 게 있나. 내부 감사를 한 적은 있나”라고 물었다. 황창규 회장은 “수사 중인 사안으로 답변하기 어렵다”고 했다.

김종훈 의원은 “홍문종 의원 보좌진들이 KT에 입사했다는 의혹도 있고, 이 가운데 현재 직원으로 일하는 사람도 있다. 투명한 경영을 하려면 제대로 조사해야 한다”며 “그러지 않으면 은폐하려는 게 아닌가 생각할 수밖에 없다. 국민 알 권리 차원에서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판이 이어지자 황창규 회장은 “수사가 끝난 이후 자체 조사를 하겠다”고 했다.

이철희, 김종훈 의원이 질의를 하는 동안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고성을 지르며 반발했다. 이철희 의원은 “이런 경영이 화재의 원인”이라며 “질의 중에 방해하지 말고 끝나고 문제제기 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종훈 의원도 “이런 데 관심이 있다보니 사고가 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국당 간사인 김성태 의원(비례대표)은 “정치공세가 되지 않도록 유의하자고 강조했고 그 정신을 지킨 결과 청문회가 열렸다”며 “채용비리 갖고 따지면 여야가 자유로울 게 없다고 생각한다. 확대해석하면 무슨 이야기를 못하겠나. 제재해달라”고 했다. 노웅래 과방위원장은 “화재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질의를 해주셔야 청문회가 원만하게 진행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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