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윤도현이 지난 2008년 KBS 프로그램에서 동시다발적으로 MC 자리에서 하차한 이유를 파악할 구체적 정황이 나왔다.

KBS적폐청산기구 KBS진실과미래위원회(진미위)가 지난 2일 정기위원회를 열어 채택 의결한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가수 윤도현이 MC를 맡았던 ‘윤도현의 러브레터’와 라디오 ‘윤도현의 뮤직쇼’ 제작진 간부는 한 날짜에 윤씨에게 하차를 통보했다.

가수 윤도현은 지난 2008년 5월17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문화제에서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는 발언을 한 뒤 그해 10월 제작진에 하의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당시 예능1팀장은 ‘윤도현의 러브레터’는 KBS 대표 프로그램이라며 윤도현의 소속사인 다음기획 김영준 대표에게 하차를 만류해달라고 요청했고 양측은 하차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그런데 2008년 10월29일 예능1팀장은 담당 CP와 PD에게 윤도현의 하차를 지시했다고 진미위는 밝혔다. 이에 담당 CP는 항의했지만 하차 지시는 계속 내려왔다. 예능1팀장은 진미위 조사 면담에서 하차를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 했지만 당시 CP와 PD, 김영준 다음기획 대표는 하차 지시가 있었다고 반박했다. 결국 윤도현은 MC 자리에서 하차한 뒤 후임으로 배우 이하나가 MC를 맡았고, ‘윤도현의 러브레터’는 ‘페퍼민트’로 바뀌었다.

라디오 ‘윤도현의 뮤직쇼’ 하차 과정도 비슷했다. 윤도현은 정부 비판 발언을 한 뒤 라디오에도 하차 의사를 밝혔지만 제작진은 하차를 막기 위해 윤도현에게 한달 간 휴가를 줬다. 복귀 시점에서도 제작진은 개편회의를 열어 ‘윤도현의 뮤직쇼’ 진행자 교체는 없을 것이라고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10월29일 2FM팀장은 다음기획의 김영호 이사를 만난 자리에서 윤도현의 하차를 통보했다. 이에 라디오 PD들이 팀장에게 항의하고 언쟁이 오갔다고 진미위는 밝혔다. 10월29일은 예능1팀장이 ‘윤도현의 러브레터’ MC 하차를 지시한 날과 같은 날이다. 2FM팀장은 진미위 조사 면담에서 라디오 본부장의 지시에 따라 하차를 통보했다고 진술했다.

▲ 가수 윤도현(오른쪽)씨가 지난 2008년 <윤도현의 러브레터></div></div>
                                <figcaption>▲ 가수 윤도현(오른쪽)씨가 지난 2008년 <윤도현의 러브레터> 마지막녹화 때 방송인 김제동씨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KBS</fig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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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v>진미위는 윤도현의 KBS 프로그램 하차는 2008년 8월8일 정연주 사장 해임이 이사회에서 결정되고 8월 25일 이병순 사장이 취임한 이후 사실상 ‘블랙리스트’ 사건의 시발점이 됐다고 지적했다.<p></p><p>진미위는 윤도현 하차의 배경으로 2010년 11월 1일 국정원의 ‘좌파 연예인 활동실태 및 관리 방안’이라는 문건을 꼽았다. 문건에는 윤도현을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제재’의 결과로 적시했다. </p><p>진미위는 “이명박 전 대통령 취임이 있었던 2008년 2월부터 해당 문건이 작성된 2010년 11월 사이 윤도현에게 가해진 직접적인 불이익 조치는 2008년 KBS TV·라디오 동시 하차가 유일하다. 따라서 국정원 문건에서 말하는 직접제재는 윤도현 등의 진행자 강제 하차에 외부의 권력이 2008년부터 개입해왔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p><p>진미위는 “2008년 윤도현의 TV·라디오 동시 하차 사건은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기간 동안 계속해서 이어져 온 이른바 ‘블랙리스트’ 사건들의 시발점이 되는 사건”이라며 “여러 정황을 종합해볼 때 윤도현의 하차는 국정원이 개입, KBS 상층부의 협조를 통해 급박하고도 비밀스럽게 실행됐을 개연성이 있다”고 지적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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