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의 자료와 답변 요구는 사실상 언론에 대한 사후 검열로 헌법에 명시된 언론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높다.”

지난 2016년 박근혜 정권에서 안광한 당시 MBC 사장 등은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동행명령 요구에 거부 의사를 밝히며 ‘언론 자유 침해’를 주장했다. 게다가 “세월호진상규명법 44조를 위반해 참고인의 신원과 동행명령장 발부 사실 등을 공표한 조치는 조사 목적보다는 정치적 의도가 있어 보인다”며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이들은 특조위 관계자만 고발한 게 아니었다. 안광한 사장과 이진숙 대전MBC 사장, 박상후 문화레저부장은 특조위의 동행명령장 발부 사실을 보도한 경향신문 기자와 동행명령 불응 소식을 전한 미디어오늘 기자 2명도 세월호특별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안 전 사장 등은 세월호 특조위 관계자 3명과 경향신문 기자를 고소하며 자신들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미디어오늘 기자 두 명에겐 세월호특별법 위반과 모욕죄로 고소했다. 특히 2016년 5월11일 “이진숙 사장, 세월호 특조위 동행명령에 ‘줄행랑’” 기사를 언급하며 조사자 신원과 조사내용을 공개해 이진숙 전 사장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 이진숙 사장, 세월호특조위 동행명령에 ‘줄행랑’]

아울러 이후 미디어오늘이 후속기사 본문에 ‘세월호특조위 동행명령에 응하지 않고 있는 고소인들을 찾습니다’라는 내용으로 현상수배 전단을 패러디한 이미지를 삽입한 것도 자신들 명예를 훼손했다고 문제 삼았다.

▲ 안광한 전 MBC사장이 지난 2017년 12월14일 부당전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서울서부지검에 들어서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안광한 전 MBC사장이 지난 2017년 12월14일 부당전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서울서부지검에 들어서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하지만 검찰은 안 전 사장 등이 제기한 혐의를 모두 각하 처분했다. 이들이 문제 삼은 세월호 특별법 제44조(조사대상자 등의 보호)는 “누구든지 조사대상자나 참고인의 신원 또는 조사내용을 신문·잡지·방송(인터넷 신문 및 방송을 포함), 그 밖의 출판물에 의하여 공개하여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다.

이에 검찰은 기사 내용이 ‘조사 대상자나 참고인의 신원 또는 조사내용’에 해당하는지와 해당 기사로 당사자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인지를 판단했다. 검찰은 ‘세월호특조위의 소환에 불응해 동행명령장이 발부됐다’는 내용은 조사 내용을 적시한 것이라도 가치중립적인 표현으로 명예훼손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봤다.

검찰은 “당시 세월호 관련된 내용이 국민적인 관심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사를 접한 일부 국민(특조위 활동 찬성 쪽)에게 고소인들이 특조위 운영에 비협조적인 것으로 비칠 여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사회통념상 고소인들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는 명예훼손적 표현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방송사 임원들로 공적 인물인 고소인들에 관해 당시 국민적 관심사였던 세월호특조위의 협조 여부에 대해 객관적인 사실만을 공개한 것”이라며 “이러한 부분은 언론·출판의 자유의 범위에 속해 명예훼손의 범의나 위법성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편 미디어오늘이 서구식 현상수배 전단을 패러디해 조사 대상자들에게 특조위 동행명령에 응할 것을 촉구한 점에 대해서도 검찰은 모욕의 고의나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 디자인=이우림 기자
▲ 디자인=이우림 기자
검찰은 “국민적 관심사였던 세월호특조위 운영에 대해서 협조하지 않던 고소인들의 행태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에서 객관적인 사실을 현상수배 전단이라는 도구를 이용해 풍자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며 “그 표현이 다소 지나치다 하더라도 그 내용과 경위, 고소인들의 사회적 지위 등에 비춰 표현이 사회 일반적으로 용인되는 풍자나 비판의 정도를 넘어선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해당 사건은 지난 2017년 5월 서울중앙지검이 불기소 각하 결정을 내린 후 이진숙 전 사장 등이 항고했지만 검찰은 이 역시 각하했다. 이 사건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김형규 경향신문 기자는 “세월호 특별법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목적으로 만든 법인데, MBC 경영진들이 그런(조사대상자 명예훼손) 식으로 악용해 당황했고 실제 압박감을 느끼기도 했다”고 술회했다.

김 기자는 “그런 소송은 개별 기자들이 기사를 쓸 때 더 위축되게 만들려는 목적으로 제기하는 것이고, 실제 일정 정도 위력를 발휘한다는 점에서 아주 잘못된 행태”라며 “취재의 자유와 국민 알권리 위해 앞장서야 할 언론사가 진실을 밝히기보다 외려 기자 개인에게 소송 거는 방식으로 취재를 방해하려 한 것이므로 있어서는 안 되고 언론인으로서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시 소송을 제기했던 안광한 전 사장은 지난 2017년 임기를 마치고 퇴직하며 퇴직연금 3억여 원과 함께 ‘특별퇴직공로금’ 5000만원까지 받아갔다. 이진숙 전 사장은 최승호 MBC 사장 취임 후 지난해 1월 사의를 표명하고 2억원 상당의 퇴직금을 챙겨갔다. 세월호 유가족 폄훼 보도와 전원구조 오보 보고 묵살 등을 일삼았던 박상후 전 부장만 지난해 해고됐다.

[관련기사 : ‘세월호 유가족 폄훼’ 박상후 전 MBC 전국부장 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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