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정부구독료 폐지 청원’이 10여일만에 청원자 20만명을 돌파한 것을 두고 철저한 과거 쇄신이 부족했기 때문이란 쓴소리가 나온다.

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지부장 홍제성)는 지난 15일 성명을 내 “연합뉴스TV에서 최근 발생한 방송사고로 연합뉴스에 쏟아지는 시민들의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이를 계기로 연합뉴스가 시민들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점을 반성한다”며 “연합뉴스가 국가기간뉴스통신사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 되돌아보고 효율적인 개선작업으로 시민들 질책에 대답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정부구독료 폐지 청와대 청원은 지난 15일 청원자 20만명을 넘겨 청와대 입장발표만 남겨두고 있다. 지난 4일 글이 게시된 지 11일 만이다. 최초 청원자는 “연합뉴스에 국민혈세로 지급하는 연 300억원의 재정보조금 제도의 전면 폐지를 청원한다”며 글을 올렸다.

불을 붙인 건 연합뉴스TV 방송사고다. 연합뉴스TV는 지난 4일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욕할 때 쓰는 실루엣 사진을 내보냈고 10일엔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를 다룬 보도에서 문 대통령 아래에 북한 인공기을 넣어 여론 뭇매를 맞았다.

▲ 연합뉴스 사옥. 사진=이치열 기자
▲ 연합뉴스 사옥. 사진=이치열 기자

연합뉴스 안엔 자회사 불똥이 모회사로 옮겨붙었단 목소리도 있다. 연합뉴스TV는 연합뉴스가 지분 28% 가량을 보유한 자회사로 별도법인이다. 보도·제작이 독립돼 연합뉴스TV의 책임을 연합뉴스에 묻는 건 과하다는 지적이다.

연합뉴스 측은 일반 시민들에겐 회사 구분이 유명무실하단 판단에 사태에 대응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주주 뉴스통신진흥회(지분 30.77%)도 “둘을 명확히 구분하지 않는 것이 시민들 시선이라 사고가 계속 터지면 결국 연합뉴스 공신력에 타격을 준다”며 지난 15일 이사회를 열어 사태를 논의했다.

쓴소리는 이날 진흥회 이사회에서도 나왔다. 일부 이사들은 부정적 여론이 폭발한 건 ‘과거 누적된 불신을 제대로 해소하지 않은 탓’이라며 철저한 쇄신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여기엔 연합뉴스가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낙하산 인사, 보도 독립성 훼손, 삼성과 유착 의혹 등으로 논란을 빚은 기간도 포함됐다.

‘정부구독료 300억원 폐지’ 여론도 이때 심화됐다. 정부는 뉴스통신진흥법 19조에 따라 연합뉴스와 구독계약을 맺는다. 구독료 규모는 매년 330억원 안팎으로 2016년 384억원에서 꾸준히 줄었다. 상당한 세금이 투입돼 비판 잣대가 엄격할 수밖에 없다. 공정보도 역할을 제대로 맡고 있느냐는 의문이 지난 9년 간 거세졌고 외신 오역 실수 등 잦은 오보 사건들은 비난의 기름이 됐다.

민간통신사들은 정부 지원이 배타적이고 과도해 경쟁사 평등권과 자유를 훼손한다고 주장한다. 뉴시스는 2003년 연합뉴스를 향한 지원 근거인 뉴스통신진흥법이 뉴시스의 평등권, 언론·출판의 자유, 직업선택의 자유, 재산권 등을 부당하게 침해했다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는 2005년 “정보주권 수호, 국민 간 정보격차 해소, 국가이익보호 등의 이유로 정부의 최소한의 뉴스통신시장 개입과 적절한 국가기간통신사 지원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기각했으나 주장은 지금까지 반복되고 있다.

연합뉴스는 이에 공적 기능 강화를 사태 해결의 열쇠로 본다. 연합뉴스 관계자는 16일 “(이 사태로)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의 공적 역할이 전면 부정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이를 계기로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위상에 맞는 높은 공적 책임감과 그 역할의 필요성을 더욱 절감하고 있으며, 통신과 방송 내부 시스템을 재정비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지부도 “현재 한반도에서 요구되는 국가기간뉴스통신사로서의 역할을 다하도록 회사가 추진하는 평양지국 개설에도 힘을 보탤 것”이라며 “정부구독료가 국가기간뉴스통신사로서의 기능을 다하는 데 잘 쓰이도록 감시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을 것”이라 적었다.

연합뉴스TV는 방송사고 책임을 물어 보도 책임자부터 실무진까지 10여명을 인사위에 회부할 예정이다. 연합뉴스TV는 지난 11~12일 이아무개 보도국장과 김아무개 뉴스총괄부장을 보직해임했고 김홍태 상무의 보도본부장 직위도 해제했다.

한편 사고 경위로 비정규직 남용도 거론됐다. 뉴스화면 그래픽 작업을 파견노동자가 맡아 보도본부 관리 사각지대가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인공기 방송사고 날엔 담당 데스크 휴가까지 겹쳐 검수 시스템이 더 헐거워졌다. 연합뉴스지부는 “숙련된 인력이 성장할 수 없는 비정규직 채용구조를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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