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규 문화일보 회장이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고발 당한데 이어 구속된 자사 기자 석방을 위해 청탁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조명식 전 디지털타임스 사장은 이병규 회장이 지난 2015년 8월 당시 일명 영화배우 동영상 정보보고 지라시 유포 사건으로 구속된 신아무개 디지털타임스 기자 문제를 놓고 대책회의를 열어 ‘빼오라’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실제 신아무개 기자는 구속기소 된 지 하루 만에 구속적부심에서 석방됐다. 조 전 사장은 자신이 직접 대책회의에서 이병규 회장의 지시 내용을 들었고, 회의 참석자인 보직간부 기자와의 대화에서도 지시 내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영화배우 동영상 정보보고 유포사건은 지난 2015년 6월 불거졌다. 지라시 형태로 ‘영화배우 A씨 소속사 사장이 협박용으로 성관계 동영상을 만들어 검찰이 압수수색해 동영상을 갖고 있고 모 언론사 법조팀이 취재 중인데 이 사실을 안 배우 A씨가 자살을 시도했다’라는 내용이 무차별적으로 유포됐다. 영화배우 A씨와 소속사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검찰에 허위사실 최초 유포자를 찾아달라고 고소했다. 소속사는 “A씨와 당사는 고소를 통해 유포자를 발본색원해 엄중히 처벌해주실 것을 수사기관에 부탁드리는 한편, 이후 유포자와는 어떠한 협의 또는 선처도 없을 것을 단호히 밝힌다”며 강경대응 입장을 밝혔다.

이에 검찰은 지라시 유포를 통한 악질적인 명예훼손 사건으로 판단하고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에 배당했다. 검찰은 관련 동영상 속 인물을 감식해 A씨가 아닌 것을 확인했다. A씨와 관련된 동영상 자체가 존재하지도 않았고 A씨 소속사가 검찰 수사를 받거나 압수수색 당한 사실을 없을 뿐더러 모 언론사가 취재했다는 내용도 모두 허위로 밝혀졌다.

검찰은 역추적 방식으로 최초 유포자를 추적했다. 최초 유포자는 신아무개 디지털타임스 기자였다. 신 기자는 동문 기자 및 국회의원 보좌관과의 모임에서 같은 대학 지역신문 B기자로부터 관련 내용을 전해들었고, 신 기자는 지라시 형태로 만들어 인터넷 메신저를 통해 동료 기자 11명과 지인 2명에게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2015년 8월 25일 신 기자를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당시 검찰은 “영화배우 A씨 명예가 심각한 피해를 입어 구속영장 청구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또한 신 아무개 기자가 지역신문 B기자와 공모해 제3의 기자가 최초 유포했다고 허위 증언을 하는 등 죄질이 나쁘다고 판단했다. B기자는 재판에서 신아무개 기자에 대해 ‘자신이 작성한 지라시를 제3의 기자가 작성한 것처럼 속여 검찰에 제보하도록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범죄은폐를 시도한 것이다.

검찰은 최초 유포자 구속 수사가 원칙이라면서 중간 유포자도 형사 처벌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영화배우 A씨 소속사도 “유포자와 합의 계획이 없다. 선처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이틀 만인 8월27일 서울중앙지법 이승규 영장판사는 “범죄사실의 주요 부분에 대한 소명이 있고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그리고 9월3일 검찰은 신 기자를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구속기소 이유에 대해 “최소한의 사실 확인을 거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고 사실이 아닌 내용이 광범위하게 유포되면서 피해자가 심각한 피해를 입은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다음날 신 기자는 구속적부심을 청구해 석방됐다. 검찰로서는 허위정보를 담은 지라시에 대한 경각심을 알리고, 피해 정도를 고려해 구속 수사를 원칙을 내세웠지만 굴욕을 당한 셈이었다.

▲ 문화일보 로고.
▲ 문화일보 로고.
그런데 이병규 문화일보 회장이 자사 기자를 빼오라고 말했다는 증언이 나온 것이다.

조명식 전 디지털타임스 사장은 2018년 8월말 문화일보 건물 7층 집무실에서 자신을 포함해 이병규 회장과 연애담당 기자 등 4명이 모여 구속된 신 기자 처리 문제에 대해 대책회의를 열었다고 밝혔다.

조 전 사장은 대책회의에서 “신 기자의 범죄행위가 일반적이지 않고, 핸드폰을 버리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하였으며 특히 유포행위를 다른 부서 동료에게 전가시키려 하였고, 자신의 대학후배이지 이제 갓 수습기자 활동을 하는 후배기자를 허위자수를 시켜 검찰조사를 받게 까지 하여 수사의 혼선을 빚게 하는 등 죄질이 매우 불량하기 때문에 이와 구속된 사람을 적부심을 통해 석방시키고자 하는 노력은 적절하지 않은 것이라고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병규 회장은 ‘신 기자를 빼내오라’라고 지시하면서 조 전 사장에게도 ‘디지털타임스 기자도 문화일보와 한 가족인데 가만히 있을 수 있느냐’며 재차 석방 청탁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조 전 사장은 이병규 회장의 지시를 받고 보직간부가 법조팀에 지시해 기자들이 법원행정처 간부에게 석방을 청탁했다는 대화 내용도 녹취록으로 확보해놓고 있다고 밝혔다.

조 전 사장은 “분명한 것은 이 회장이 신 기자를 빼오라는 지시가 있었고, 실제 신 기자가 구속적부심에서 석방됐다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문화일보 측은 고발장 내용을 검토하겠다면서 조 전 사장의 일방적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이병규 회장은 의혹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서 변호사에 문의하라고 전했다. 문화일보 측 변호사는 “전부 허위에 해당한다. 그런 사실이 없다. 조 전 사장의 주장을 전제로 한 의혹에 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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