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미디어그룹을 지배하고 있는 태영건설이 ‘경영·소유 분리’ 원칙을 파기했다는 비판을 받는 가운데 SBS 내부에서 “임명동의제를 깨겠다”는 발언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SBS본부는 “SBS 구성원들의 대주주 견제 장치를 해체하겠다는 확실한 속내를 여과 없이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16일 언론노조 SBS본부가 발행한 노보를 보면 최근 SBS 고위 인사들은 공공연하게 임명동의제를 무력화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노조는 “SBS 대주주인 SBS미디어홀딩스의 고위 관계자는 물론 SBS 임원들도 지난주 이 같은 발언을 공석, 사석에서 내놓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태영건설은 SBS 대주주 SBS미디어홀딩스의 주식 61%를 갖고 있다.

SBS 노·사·대주주는 지난 2017년 10월13일 방송사 최초로 사장 임명동의제에 합의하는 등 경영과 소유 분리 원칙을 최소 보장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데 합의했다. 박정훈 현 SBS 사장도 그해 11월 구성원의 임명 동의 투표를 거쳐 재선임됐다.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의 아버지 윤세영 명예회장도 지난 2017년 9월 퇴임 담화문에서 “소유와 경영의 완전 분리를 선언한다. 대주주가 향후 SBS 방송, 경영과 관련해 일체의 관여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경영과 소유 분리를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달 25일 아들 윤석민 회장이 태영그룹 회장에 취임한 후 본격적으로 SBS 경영 장악에 나서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전국언론노조 SBS본부 조합원들이 지난달 28일 서울 목동 SBS사옥 로비에서 대주주의 경영 개입을 규탄하고 있다. 사진=언론노조
▲ 전국언론노조 SBS본부 조합원들이 지난달 28일 서울 목동 SBS사옥 로비에서 대주주의 경영 개입을 규탄하고 있다. 사진=언론노조
언론노조 SBS본부는 “지난 3월부터 수순을 밟기 시작한 윤 회장의 방송 장악은 SBS콘텐츠허브 이사회 장악에 이어 SBS 이사회 장악, 직할체제 조직 개편으로 이어져 왔다”며 “이어서 나온 임명동의제 파기 발언은 SBS를 완전히 대주주와 태영건설 뜻대로 좌지우지하겠다는 방송 장악 시나리오를 드러낸 것이다. SBS 사장과 본부장들을 대주주 입맛대로 교체하고 임명해 태영건설 이익을 위해 복무하게 만들겠다는 구체제로의 회귀 선언에 다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SBS 사측은 16일 노조 주장에 “최근 노보나 성명서 등을 통해 사실이 아니거나 과장된 내용이 유포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사측은 “임명동의제를 포함한 2017년 10·13 합의는 노사 간 굳은 약속”이라며 “회사가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임명동의제를 깨겠다’는 발언이 있었다고 해도 회사 뜻과는 무관하다”고 덧붙였다.

박 사장은 지난 8일에도 “저는 임기가 끝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 소유와 경영 분리를 지키기 위한 사장으로서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해 나갈 것”이라며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노사 간 약속을 철저히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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