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한창인 안산에 노란 리본과 바람개비가 5년 전의 기억을 불렀다. 세월호 참사 5주기 기억식이 진행된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는 여전히 잠겨 있는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혀서 ‘기억식’을 넘어 온전한 추모로 나아가자는 다짐이 새겨졌다.

참사 당시 단원고 2학년이었던 장애진씨는 이날도 ‘생존 학생’으로 무대에 올랐다. 장씨는 “우리가 걸어온 5년 동안 많은 일이 있었고, 숨겨지고 감춰졌던 것들을 조금씩 찾아내고 있다. 여전히 감춰진 것 중 하나인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을 30년 간 봉인하기로 한 이유는 무엇일까. 30년이 지나면 우리는 50대가 돼 있을 거다. 그때가 되면 우리가 포기할 거라 생각한 걸까. 시간을 잘못을 감추고 빠져나가는 도구로 사용하지 말라”고 말했다.

▲ 세월호 생존 학생 장애진씨가 4월16일 오후 3시 안산 화랑유원지 3주차장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5주기 기억식에서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 글을 읽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 세월호 생존 학생 장애진씨가 4월16일 오후 3시 안산 화랑유원지 3주차장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5주기 기억식에서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 글을 읽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장씨는 “언론과 국가에 묻고 싶은 말이 있다. 피해자와 가족들은 위로와 치료를 받아야 하는 대상인데 왜 왜곡된 얘기로 피해자들이 더 상처 입게 만들었나. 왜 피해자가 스스로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걸 밝혀내야 하나. 피해자가 외쳐야 하는 세상을 누가 만들었나”라고 물었다. 이어 “정치인 몇몇은 세월호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한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이간질했다”며 “국민여러분 그리고 모든 분들이 세월호 참사를 정치적 시선이 아닌 이웃의 시선으로 바라봐주신다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울게 되면 여론의 부정적 반응이 생각나 울음을 참아야 했다”던 장씨는 친구들에게 전하는 편지를 읽으며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 그는 “너희에 대한 그리움은 약간의 죄책감과 닮아있어. 나는 매일 보내지 못하는 편지를 쓰고 용서받을 수 없는 사과를 해”라고 전한 뒤 “그 당시 무능력했던 어른들처럼 되지 않도록 노력할게. 소중한 너희들에게 가게 되는 날 부끄럽지 않은 내가 될게. 우리도 잊지 않을 테니 너희도 우릴 기억해줘”라는 말로 편지를 마무리했다.

단원고 2학년8반 고(故) 장준형 학생 아버지인 장훈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지난 5년을 “발이 닿는 곳은 모두 지옥이었다”고 말했다. 장훈 위원장은 “2014년 4월16일 5년 전 그날 목숨보다 소중한 아이들이 참혹하게 죽어가는 모습을 국민 모두가 두 눈으로 봤다. 오전 8시48분 세월호가 기울기 시작한 후 단 한 마디면 모두 살아올 수 있었다”며 “국민을 보호하고 구해야 할 국가가, 권력을 움켜쥔 자들이 죽였다. 해경지휘부가 죽였다. 박근혜 청와대가 국가안보실이 죽였다. 참사의 진상규명은 우리 아이들, 304명 국민을 죽인 그들을 모두 잡아서 처벌하라는 준엄한 국민 요구이자 명령”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 위원장은 또 “중요한 또 한 가지, 안전사회 건설 위해 선행돼야 할 일은 4·16생명안전공원을 이곳에 세우는 일”이라며 “아이들은 전국 11개 곳에 뿔뿔이 흩어져있다. 아이들을 모두 이곳 안산으로 모으고 이 땅에 다시는 세월호 참사와 같은 끔찍한 비극이 재발돼선 안 된다는 선언을 해야 한다. 이것이 생명안전공원 건설해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날 기억식에는 수많은 시민들이 함께 했다. 이날 마련된 3000개 좌석이 가득 차면서 자리에 앉지 못한 시민들은 행사장 주변 벤치와 언덕 곳곳에서 기억식을 지켜봤다. 행사장 뒤편에 마련된 노란 리본 모양의 풍선에는 “유가족이 납득할 때까지 함께 기다리고 기도하겠습니다” “별이 된 아이들을 기억하며 잊지 않고 함께 할게요” “세월호 참사 전면 재조사 특별 수사단 설치!” “기억하고 행동하는 양심 있는 어른이 되도록 노력할게” 등의 글들이 빼곡하게 적혔다.

정부 관계당국 관계자들과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 지도부도 기억식에 참석해 온전한 진상규명을 약속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304분 희생자 중 무려 261명이 단원고 학생과 교사들이라는 사실에 가슴이 무너진다. 교육 과정 중에 발생했던 참사에 대해 무한한 책임을 느끼며 유가족 여러분께 깊은 유감과 위로의 말씀 올린다”며 “아이들과 선생님들의 희생이 결코 헛되지 않도록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약속, 지키고 또 지키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5년이 지났지만 아직 참사의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다. 자식 잃은 슬픔을 추스릴 새도 없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눈물로 호소하던 여러 유족분들 앞에 죄인이 된 심정”이라며 “완전한 진상규명으로 온전한 추모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저부터 노력하겠다. 1350만 도민 삶 책임지고 있는 도지사로서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도록 매순간 더 치열하게 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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