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민특위 다큐멘터리 제작 중단 사태 책임자로 꼽히는 박치형 신임 EBS 부사장이 해당 사건에 대한 노사 동수 조사위원회 구성을 제안했지만 노조는‘셀프 면죄부’라고 비판하며 인사 철회 요구로 맞섰다.

박 부사장은 지난 12일 오후 EBS 사내 게시판에 “최근 반민특위 관련 프로그램 제작 중단 건과 함께 노조에서 제기하는 의혹들을 해소하기 위한 노사 동수 조사위원회 구성을 노조에 요청한다. 특별감사도 괜찮다. 그 결과를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박 부사장은 “결과와 상관없이 당시 상황에 선배로서 안타까움이 아직도 제 가슴에 묻어 있다. 잊지 않고 우리 구성원 모두의 생각을 귀중하게 받들고 각자 역량이 최대로 발휘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 책임을 미루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구성원 모두가 서로를 격려하고 힘을 합쳐 나아간다면 어려운 시기를 반드시 극복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위중한 시기 자사 출신 부사장인 저에게 주어진 소명이라 생각한다. 저의 아이들이 그리고 우리 EBS구성원 가족 모두가 자랑스러워하는 EBS를 위한 일이라면 그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 박치형 신임 EBS 부사장.
▲ 박치형 신임 EBS 부사장.
박 부사장은 지난 2013년 4월 반민특위 관련 다큐 ‘다큐프라임- 나는 독립유공자의 후손입니다’ 제작을 하던 김진혁 EBS PD(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를 수학교육팀으로 인사 이동시키는 등 제작 중단 사태에 책임이 있는 인물로 꼽힌다. 이후 김진혁 PD는 2013년 6월 사표를 제출하고 EBS를 떠났다.

김진혁 교수는 지난 15일 경기 고양 EBS 사옥에서 열린 노조 기자회견에서 “가장 중요한 역사적 사건인 반민특위 아이템을 공식 선정해 1년가량 제작했는데 공영방송사가 이런저런 이유로 중단시킨 뒤 이후 공개 사과 없이 그 책임자를 부사장에 임명했다”며 “비록 EBS를 떠난 몸이지만 그 이야기를 듣고 침묵할 수 없었다. 부사장 인사를 철회해야 하며 김명중 EBS 사장도 자진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BS는 박 부사장이 입장을 밝힌 뒤 지난 15일 노·사동수로 구성된 ‘진실규명을 위한 위원회’(가칭)를 설치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EBS는 “진실위는 공영방송 EBS의 정치적 독립성과 공정성을 바로 세우기 위한 조치의 하나”라며 “조사 범위는 (박근혜 대통령 홍보 영상 논란을 부른) ‘희망나눔 캠페인-드림인’ 및 ‘다큐프라임 제작 중단’에 한정하지 않고, 다른 사안은 없었는지도 진실위 결정에 따라 철저히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명중 EBS 사장은 “향후 또다시 공영방송 EBS가 정치적 독립성 논란에 휩싸이는 일이 없도록 방송 독립성과 공정성을 위해 구성원 지혜를 모아 각종 제도 개선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전국언론노조 EBS지부는 절차를 무시한 사측의 일방 통보라는 입장이다. 이종풍 지부장은 16일 오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진실위 설치는) 일방적 결정이자 통보다. 회사는 노조가 동의하지 않은 것을 마치 동의한 것처럼 입장을 발표했다. 부사장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조처”라며 기존 인사 철회 입장을 고수했다.

부사장 인사를 철회하라는 요구는 EBS 노조뿐만 아니다. 한국PD연합회는 지난 12일 성명에서 “이번 인사는 김명중 사장에게 ‘상생과 소통의 리더십’을 기대할 수 있는지 의구심을 갖게 했다”며 “심기일전해 다시 출발하려는 EBS PD들 노력에 역행하는 이번 인사는 즉시 철회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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