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우리 정부에 중재자 촉진자 같은 오지랖 행세를 그만두라고 한 것을 두고 청와대가 단어 하나하나 보다는 큰 틀에서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명시적으로 이에 대한 답변 형태의 발언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북미회담을 하겠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의지를 높게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 우리 정부를 향해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민족의 일원으로서 제정신을 가지고 제가 할 소리는 당당히 하면서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우리정부가 중재자를 한다고 미국의 대북제재 목소리에 눈치보면서 정작 한반도문제의 당사자로서 정체성을 잊었느냐, 민족의 편으로 돌아오라는 강한 압박이라는 해석이 많다. 더구나 그동안 우리 정부가 해온 중재자, 촉진자 역할 자체를 이제와서 반감을 나타내는 것 아니냐는 태도 변화로 해석되기도 한다.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은 15일 오후 정례 현안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의 ‘중재자 촉진자 오지랖’ 발언을 두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거기에 대한 특별한 대통령의 말씀은 없었고, 다만 지금까지 북한에서 내왔던 어떤 발표문, 그리고 보도의 수위 이런 것들을 감안해서 봤을 때 총체적으로 총평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고 부대변인은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는 우리 생존이 걸린 문제라는 말씀도 했고 이제는 구체적으로 본격적으로 (남북정상회담을) 준비하고 추진해야 될 시점이라고도 했다. 그 단어(오지랖) 하나하나에 관심을 갖고 계시기는 하지만 그보다는 좀 더 큰 틀에서 한반도 평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될까 거기에 더 많은 고민을 해야 되는 게 저희의 숙제가 아닌가 싶다”고 답했다.

청와대가 대북 압박을 주문하는 미국의 입장과 민족의 편으로 돌아오라는 북한 요구의 사이에서 계속 중재자와 촉진자의 역할을 가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도 대화할 용의가 있다는 것을 밝혔고, 계속 남북간의 대화와 교류를 진행할 여지가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굿이너프딜 대신 빅딜을 강조한 것을 두고 ‘비핵화 중재안에 사실상 반대했다’, ‘미국이 우리 정부 안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결국 ‘북한을 테이블로 끌어내려는 계획에 차질을 빚었다’는 13일자 조선일보 보도를 두고 청와대는 동의하지 않았다.

고민정 부대변인은 이런 조선일보 보도에 견해를 묻자 이날 브리핑에서 “해석이야 언론이 다양하게 할 수 있다”면서도 “북미회담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북미 간 대화의 동력을 되살렸다는 대통령의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말씀을 주요하게 보시면 되겠다”고 답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 정부가 일본 정부를 상대로 WTO 수산물 분쟁 승소판정을 받은 내용을 보고받고, 소송준비단을 치하했다.

고민정 부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이날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통상비서관실로부터 ‘WTO(국제무역기구) 일본 수산물 분쟁 최종 판정 결과 및 대응계획’을 보고 받았다고 전했다.

우리 정부는 일본 수산물 분쟁과 관련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사고 직후 1차 수입규제 조치를 실시하고, 원전 오염수 발표 이후인 2013년 8월 강화된 임시특별조치를 시행했다. 일본정부가 2015년 5월 WTO에 제소하자 WTO는 2018년 2월 패널판정에서 한국정부 패소 판정을 했다. 고 부대변인에 따르면, 통상비서관실은 정부가 소송을 총괄하는 산업부 담당과장으로 민간 통상전문 변호사를 특채하는 등 관계부처·전문가가 참여하는 소송대응단을 구성해 법리적 오류와 일본 내 환경적 특수성을 집중 공략하는 전략으로 최종판정을 준비했다. 그 결과 지난 11일 WTO는 상소심(최종심)에서 1심 판정결과를 뒤집고 무역제한성 등 실체적 쟁점에서 모두 한국의 승소로 판정했다는 설명이다.

고 부대변인은“WTO 위생검역협정 분쟁에서 패널판정 결과가 상소심에서 뒤집힌 사례가 최초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판정은 전례없는 성과로 평가되며, 우리의 현행 수입규제 조치는 그대로 유지가능하게 됐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치밀한 전략과 젊은 사무관, 공직자들이 중심이 된 소송대응단의 노력이 큰 역할을 했다”고 소송대응단을 치하하면서 “치밀하게 준비하면 무역분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고 부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앞으로 생길 다른 분쟁소송에 참고로 삼기 위해서라도 1심 패소 원인과 상소심에서 달라진 대응 전략 등 1심과 2심을 비교 분석한 자료를 남길 필요가 있다며 검토를 지시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