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재난 특보 중 현지 취재기자가 강릉방송국 주변에서 피해 상황을 전했지만 리포트 말미 고성이라고 말해 논란인 가운데 KBS 내부에서도 갈등이 커지고 있다.

KBS노동조합은 11일 밤 보도자료로 “강원 산불 1명 사망이라는 타이틀의 뉴스 중계에서 심각한 취재 윤리 위반 사례가 발생했다”면서 “강릉방송국에서 중계보도 하는데 고성 산불 현장 또는 고성에서 중계보도하는 것처럼 해 시청자를 기만했다”고 밝혔다.

KBS 안에는 ‘새노조’로 불리는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와 ‘구노조’로 불리는 KBS노동조합과 KBS공영방송노동조합 등 세 노조가 있다. 이번 보도자료는 구노조인 KBS노동조합이 빌표했다.

KBS노동조합은 논란의 리포트 전문을 게재한 뒤 “해당 리포트에서는 취재기자가 분명히 KBS 강릉방송국 울타리를 배경으로 실시간 방송하고 있다”면서 “리포트 중간 중간 시청자 제보를 받은 산불 현장 영상이 나오지만 취재기자 자체는 강릉방송국 주위에서 중계차를 연결했다. 그럼에도 KBS 특보에서 앵커는 마치 산불 현장에 나가있는 것처럼 취재기자를 불렀고, 취재기자 역시 클로징 멘트에서 고성에 있다고 했다”고 지적했다.

KBS는 4일 밤 10시 53분께 특보 뉴스에서 현장에 나가있는 취재기자를 연결했고, 강릉방송국 소속 A기자는 산불로 인해 사망자 1명이 발생한 것을 포함해 산불 피해 및 대피 명령 상황을 전달하고 리포트 말미 “지금까지 고성에서 KBS뉴스 A입니다”라고 말했다.

KBS노동조합은 “해당 취재기자가 재난 현장에 있지 않으면서 재난현장에 있다고 멘트한 것은 기사를 급하게 쓰면서 벌어진 단순한 실수로 보지 않고 있다”며 “조만간 사측에 노사간담회를 요구해 강원 산불 재난 특보 과정에 있었던 심각한 취재윤리 위반에 진실을 파헤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관련 문제는 일부 언론이 일제히 보도하면서 국민을 속인 문제라고 지적했고. 자유한국당은 ‘가짜조작방송’을 했다며 양승동 사장의 해임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반면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KBS노동조합의 보도자료 내용은 “재난 현장을 지킨 후배를 공개모욕”한 것이라며 본질을 흐린 지적이라고 했다.

▲ KBS 본관.
▲ KBS 본관.
KBS본부는 “보도자료에는 취재기자 얼굴까지 공개됐다. 물론 모자이크 처리도 하지 않았다. 취재윤리 위반, 공정방송 의무 위반은 물론 세월호 참사 오보에까지 빗대며 해당 취재기자의 보도를 크게 부각시켰다”고 비판했다.

KBS본부는 “어떤 이유에서건 취재기자의 실수는 분명하다. 해당 기자는 입사 4년이 갓 넘은 사실상 강릉국의 막내 기지다. 이번 산불 역시 기자생활 처음 겪는 대형 재난이었다”며 “퇴근 무렵 발생한 급박한 상황에서 원고를 작성하고 원고를 바탕으로 라디오, TV까지 생방송으로 연결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다. 해당 기자도 실수를 인정했고 9일 열린 공방위에 노측 위원으로 참석한 KBS본부 영동지부장도 해당기자를 대신해 잘못을 시인했다”고 밝혔다.

KBS본부는 “잘못이 있으면 절차에 따라 원인을 밝히고 합당한 책임을 물으면 된다. 긴박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한 취재기자의 실수가 마치 이번 사태의 본질인양 보도자료까지 작성해서 일부 보수언론에 배포하는 것은 도대체 무슨 의도인가”라며 “정정당당하게 보도책임자와 사장을 비판하고 책임을 요구하면 될 일이지, 후배기자까지 재물로 삼아야 했던가. 중요한 것은 재난방송 시스템의 문제점을 찾아내고 재발방지를 위한 해법을 찾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KBS본부 관계자는 “관련 내용은 KBS본부에서도 이미 사내 내부 성명을 통해 문제를 제기했고, 지난 9일 열린 공방위에서도 강력하게 이의를 제기해 강원영동지부장이 대리 사과를 한 내용”이라며 “KBS본사에서 정보 전달이 우선이라고 판단해 강릉방송국 앞 중계차를 연결해서 피해상황을 들었는데 취재기자가 무의식적으로 ‘고성에서 누구입니다’라고 한 것인데 본인도 책임을 통감하고 사과했고 책임을 묻는다면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관계자는 “현장으로 이동한 팀이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고 장비 준비를 포함해 재난보도에 있어 초동조치에 실패한 것은 맞다”면서 “하지만 신속하게 피해상황을 전해주는 것도 중요해서 긴박하게 중계차를 연결했지만 기자가 ‘고성이다’라고 말한 것은 실수인데 보고 지휘체계나 시스템에 문제가 없었는지 논의를 집중하지 않고 기자를 재물을 삼았어야 했는지 정략적 목적이 있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KBS전국기자협회와 KBS기자협회도 성명에서 “당시 강릉국 기자들뿐만 아니라 춘천총국 기자들까지 모두 동원돼 현장 취재에 투입됐다. 현장 취재에 가용인력이 동원되면서 방송연결을 할 인력이 부족해 전화연결과 TV중계차 출연을 한 기자가 도맡았다”며 “이런 과정 속에서 중계장소 오보가 일어났다. 강도 높은 노동과 극심한 피로 속에서 나온 실수였다. 해당 기자는 이후 본인의 잘못을 인정했고, 앞선 긴급 공방위에서 소속 노조 지부장을 통해 책임을 지겠다며 사과의 뜻도 전했다. 그래서 노동조합이라면 재난현장을 취재하는 기자가 이런 실수를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든 수뇌부를 질타해야 마땅하다. 또한 재난방송과 관련한 문제를 차분히 따져 묻고 잘잘못을 가리고 책임을 묻고 대책을 마련하면 될 일이다”라고 비판했다.

기자협회는 또한 “KBS노동조합은 이를 문제 삼아 사측의 책임을 묻겠다는 보도자료를 만들어 언론에 배포했다. 이미 앞선 공방위에서 모두 제기됐던 문제였음에도 새로운 이슈인 마냥 포장을 했다. 게다가 모든 언론에 제공한 것도 아니고 일부 언론에만 제공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저의가 의심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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