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문협회 회장 및 문화일보 대표이사 이병규 회장이 업무상 횡령 혐의로 고발을 당했다.

문화일보 자회사인 디지털 타임스 사장을 지내고 문화일보 비상임이사였던 조명식 교수(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겸임)는 지난달 이병규 회장과 유아무개 기획관리국장, 김아무개 제작부장을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고발장에 따르면 업무상 횡령 혐의에 더해 문화일보가 노조를 순치시키려고 사측 인사가 전직 노조위원장과 함께 유흥업소에서 성접대 및 성매매를 했다는 내용까지 포함됐다. 조 교수는 문화일보 비상임이사로서 이병규 회장에게 관련 문제를 이사회 안건으로 상정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묵살당했다고 주장했다.

문화일보 측은 조명식 교수가 퇴직금반환 소송을 벌이던 중 사측을 음해하려고 보복성 거짓 주장을 한다는 입장이다. 조 사장이 분식회계로 회삿돈을 빼돌린 게 드러나 문화일보가 퇴직금으로 회삿돈을 상계하라고 하자 퇴직금 반환소송을 제기했고 이어 보복성 주장을 바탕으로 고발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명식 교수는 견제장치가 없는 가운데 이병규 회장의 독단으로 조직을 운명하면서 횡령 뿐만 아니라 조직 내 성매매 문제까지 불거졌는데 이를 은폐했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고발장에서 유아무개 기획국장과 김아무개 제작부장, 비편집국 소속 전직 노조위원장 2명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여의도와 신촌의 유흥업소에서 성매매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유아무개 국장은 노조를 순치시켜 어용화하려는 목적을 갖고 노조위원장이 바뀔 때마다 신임 노조위원장들에게 접근, 회식한다는 명분 아래, 김아무개 부장과 함께 2017년 10월, 같은 해 12월 및 2018년 3월 경 여의도와 신촌 소재 성매매 유흥업소에서 사전에 연락된 여자 종업원의 안내에 따라 음주를 하던 중 유흥업소 내 다른 빈방으로 이동해 성매매 행위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성매매 근거로 김아무개 부장과 지난해 6월7일 통화한 내용을 들었다.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해당 유흥업소의 이름과 성매매를 암시하는 대목, 알선을 해준 업소 종업원의 이름이 등장한다.

김아무개 부장은 유흥업소 이름을 말하면서 보안이 확실한다면서 전직 위원장과 함께 지난 2012년부터 거래했다고 털어놓는다. 김아무개 부장은 “대부분 이제 각자 방 하나씩 따로 해서 따로 놀게끔 해준다”며 “1인당 원칙은 45만원에서 50만원 사이”라고 말한다. 이에 조 교수는 “그 술값이랑 하는 거 값은?”이라고 묻자 김 아무개 부장은 “모두 통틀어서 1인당 가격”이라고 답한다.

실제 김아무개 부장이 말한 유흥업소는 여의도 소재 건물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업소는 외관에 노래방 간판을 걸었지만 실상 불법 성매매가 이뤄진다는 게 조 교수 주장이다.

조 교수는 전직 노조위원장들과 대화를 통해서도 확인했다면서 “노조 담당 업무를 맡은 문화일보 기획관리국 유아무개 국장이 2012년쯤부터 비편집국 출신 노조위원장들을 상대로 여의도 신촌 등지의 이른바 성매매 업소를 단골로 드나들면서 성접대 및 성매매 행위를 해온 사실이 증언을 통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녹취록 속에 등장하는 김 부장은 통화에서 “시시비비는 경찰에서 밝혀질 내용이다. 인정할 수 없다”면서 “남자들이 보통 술 먹으면 그런 얘기를 하는데 조명식 사장 취향에 맞춰서 그런 분위기 차원에서 말한 내용이지 않을까 한다.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 문화일보 로고.
▲ 문화일보 로고.
조 교수는 2018년 6월 성매매 의혹과 관련해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한 조사가 불가피하다”며 한달 뒤에 열리는 정기이사회에서 공식 안건으로 상정해달라고 이병규 회장에게 요청하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이병규 회장을 포함해 조명식 교수, 사외이사 등 3명이 참여한 정기이사회에서 조명식 교수의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관련 의혹은 안건으로 다뤄지지 않고 부결됐다.

조명식 교수는 이같이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음에도 묵살당한 것은 이병규 회장을 견제할 장치가 전무해서라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동양문화재단과 문우언론재단, 사원주주조합이 각각 30% 30% 40%씩 문화일보의 지분을 나누어 소유하지만 두 재단이 한 몸인 상태이고 “사원주주조합은 조합지분을 회사가 10여년 간 꾸준히 매입자금을 대출해줘 대출금에 의한 통제를 받고 있고, 주식을 배당 받은 창립 초기 사원들이 주식을 액면가 그대로 조합에 팔고 떠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문화일보 소유구조가 취약하다며 “이병규 회장의 장기간 독선적 경영행태로 인해 온갖 비리와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지만 문화일보 사내에는 이를 예방하고 견제하며 감시할 아무런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라고 주장했다.

성접대 및 성매매 의혹에 공식 문제제기가 있었음에도 묵살을 당한 것도 “이병규 회장의 은폐 때문”이라며 “이사회에서 이 같은 문제를 제기한 저의 경우 임기 중임에도 불구하고 이사해임을 당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이 회장의 업무상 횡령 혐의와 관련해서 “특정 회사 간부 등 20여명을 골라서 50만원 안팎의 현금을 2015년 전후 10년간에 걸쳐 수차례씩 지급”했다면서 “비자금 조성 및 임의 사용행위는 이병규 회장이 메모 형식으로 유아무개 국장에게 전달해 현금으로 지급되어 왔던 것으로 문화일보의 정상적 운영과 전혀 무관하다”고 밝혔다.

유아무개 국장이 자신과 대화에서 출처가 불분명한 현금을 간부에게 지급한 행위와 관련해 2017년 말 세무조사에서 문제가 됐지만 “기를 쓰고 뺐다”라고 말한 내용을 녹취록으로 제시했다.

이밖에 조 교수는 “문화일보 건물에 대해 지분 절반 정도를 매입하는 조건으로 수백억원의 회사자금이 현대중공업으로 매입자금 명목으로 들어갔다고 들었다. 당시 현대중공업은 심각한 자금난을 겪던 시절이었다. 더 큰 문제는 그로인해 광고매출이 수십억 감소했다는 사실이다. 현대중공업 입장에서는 자금난을 조금이라고 덜게 돼 이익인데다가 임대료 대신이었던 광고지원도 절반으로 줄여 일석이죠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며 지난해 7월 이병규 회장에게 보낸 내용증명을 통해 배임 의혹까지 제기했다.

조 교수는 “이 회장의 압박에 못 이겨 (디지털타임스)대표이사직에서 퇴임 당하고 이듬해 문화일보 비상임이사직 마저 해임당하는 굴욕을 당했지만, 이 회장의 독선과 독단, 전횡과 비리를 더 이상 방치해선 안되겠다는 생각에, 이른바 내부자 고발 공익 제보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에 문화일보 측은 조 교수의 고발은 일방적인 주장일 뿐만 아니라 퇴직금반환 소송에서 이기기 위한 보복성 주장일 뿐이라고 깎아내렸다.

문화일보 측 변호사는 “조명식 사장이 오랫동안 디지털타임스에서 근무하면서 퇴직금 분쟁 때문에 고소한 것 같다”면서 “업무상 횡령 혐의는 일방적 주장일 뿐이다. 여러 행위 중에 본인 스스로도 관여한 부분이 있다. 고소장에 주장하는 내용이 백프로까진 몰라도 상당부분 허위주장”이라고 밝혔다. 문화일보는 조 교수의 고발과 별도로 조 교수를 분식회계 혐의로 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병규 회장은 통화에서 “조 사장이 분식회계를 해서 지난해 금감원에 신고한 상태”라며 “조 사장의 주장은 아무리 이해하려도 해도 심하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분식회계를 했다는 문화일보 측 주장에 “누명을 씌우고 있다. 엄연히 회계작성책임자가 따로 존재하고, 기본급의 200% 안팎의 성과급을 지급하고도 흑자인 상태인데 고의로 분식회계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문화일보와 조 교수는 5억원에 이르는 퇴직금 지급을 놓고 소송 중이다. 문화일보는 조 교수가 분식회계를 했다며 회사에 끼친 손해액을 감안해 퇴직금으로 상계하자고 하고, 조 교수는 근거 없이 퇴직금 지급을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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