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가 한국의 일본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제재로 촉발된 분쟁에 1심 판결을 뒤집고 한국정부 손을 들어주는 최종 판결을 냈다. 이에 따라 한국정부의 후쿠시마 및 인근 지역 수산물 수입 제재는 계속된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부지에 보관 중인 방사능 오염수 110만톤의 태평양 방류를 고려해 수산물 수입제재 유지만으로 ‘문제’가 끝난 것은 아니다.

앞서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에 따른 방사능 오염수가 일부 유출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국 정부는 2013년 9월 후쿠시마 현을 포함한 인근 8개현에서 잡힌 28개 어종의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를 내렸으며 이에 일본 정부는 2015년 5월 한국을 WTO에 제소했다. 결국 일본정부의 제소는 자승자박이 됐다.

일본 외무성은 담화를 통해 WTO 판결에 즉각 유감을 표명했고 교도통신과 NHK 등 일본 언론은 12일 WTO 상소기구가 한국 정부의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가 타당하다고 판정하자 속보로 관련 소식을 비중 있게 다뤘다. 이번 결정은 일본의 농산물 수출에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관련해 일본산 식품의 수입을 규제하는 국가와 지역은 한때 54곳에 달했지만 현재는 23곳으로 줄었다.

▲ 그린피스 소속 크리스티안 아슬룬드가 지난해 10월17일 공중 촬영한 후쿠시마 원전 전경. 사진 왼쪽(남쪽)에 후쿠시마 원자로 1~4호기가 있고 오른 쪽(북쪽)에 5~6호기가 자리한다. 서쪽과 남쪽에 자리한 후타바와 오쿠마 마을은 접근을 제한하고 있다. 사진 뒤쪽으로 푸른색 구조물처럼 보이는 방사성 오염수 저장탱크 944개가 줄지어 늘어서 있다. ⓒ그린피스
▲ 그린피스 소속 크리스티안 아슬룬드가 지난해 10월17일 공중 촬영한 후쿠시마 원전 전경. 사진 왼쪽(남쪽)에 후쿠시마 원자로 1~4호기가 있고 오른 쪽(북쪽)에 5~6호기가 자리한다. 서쪽과 남쪽에 자리한 후타바와 오쿠마 마을은 접근을 제한하고 있다. 사진 뒤쪽으로 푸른색 구조물처럼 보이는 방사성 오염수 저장탱크 944개가 줄지어 늘어서 있다. ⓒ그린피스
이번 판결에 우리정부는 환영입장을 냈다. 윤창렬 국무조정실 사회조정실장은 “WTO의 판정을 높이 평가하며 환영의 뜻을 표한다. 이번 판정으로 일본의 8개 현 모든 수산물은 앞으로도 수입이 금지되고 모든 일본산 수입 식품에 대한 방사능이 미량이라도 나올 경우 추가 핵종에 대한 검사 증명서도 계속 요구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에도 정부는 우리의 검역주권과 제도적 안전망을 계속 유지하고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문제가 끝난 것은 아니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 수석 원전전문가 숀 버니는 “유해한 방사능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의무이자 권리”라며 “WTO의 판결은 이 권리에 대한 인정”이라 평가하면서도 “현재 한국 시민들과 후쿠시마 인근 지역에 가장 심각한 위협은 일본 정부가 110만 톤의 원전 오염수 태평양 방류를 고려중이라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그린피스는 12일 입장문을 내고 “후쿠시마 원전 저장 탱크에 무려 110만톤이 넘는 고준위 방사성 오염수가 보관되어 있다. 이 오염수는 2030년까지 200만톤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 처리를 두고 여러 방안을 고려하고 있으나, 정부의 현지 조사팀으로부터 가장 비용이 적게 드는 태평양 방류를 권고받아 빠르면 올해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 바닷물 유입을 막기 위해 콘크리트 구조물이 태평양 해안을 따라 새로 세워졌다. 멀리 집들이 보이는 마을은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북쪽 10km가량 떨어진 나미에 지역이다. 수증기가 나오는 건물은 핵쓰레기 소각공장이다. ⓒ그린피스
▲ 바닷물 유입을 막기 위해 콘크리트 구조물이 태평양 해안을 따라 새로 세워졌다. 멀리 집들이 보이는 마을은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북쪽 10km가량 떨어진 나미에 지역이다. 수증기가 나오는 건물은 핵쓰레기 소각공장이다. ⓒ그린피스
그린피스는 “도쿄전력(TEPCO)은 오염수를 정화해 방사능 수위를 낮추려는 작업을 진행했으나, 지난해 결국 실패를 인정했다”고 전하며 “72만톤이 넘는 오염수의 방사능 수위가 여전히 규제 수준 이하로 떨어지지 않았다. 여기에는 암을 유발하는 스트론튬-90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숀 버니는 “후쿠시마 오염수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강철 탱크에 오염수를 장기간(123년 이상) 보관하는 것과 오염수 처리 기술개발뿐”이라고 밝혔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에는 인체에 치명적인 방사성핵종이 포함돼 있지만 수산물 오염에 대한 충분한 검사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녹색당은 12일 “방사능위험 먹거리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 지금도 원산지를 둔갑해 유통되는 수산물의 문제가 계속 발생하고, 관리감독도 미비하다. 정부가 제시한 방사능 기준치 이하이면 제한 없이 유통, 판매될 수 있는 것 또한 여전한 숙제”라며 “정부에서 정한 기준치는 안전기준이 아닌 관리기준이다. 미량의 방사능이라도 검출된다면 유통, 판매를 금지하는 적극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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