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사업자) 너희들이 위기를 초래했다는 지적 겸허히 받아들인다. 그런데 쉽지가 않다.”

광주지역 케이블 SO(System Operater, 케이블 플랫폼)인 광주방송 KCTV 최용훈 대표의 말이다.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 주최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유료방송 인수합병 토론회 질의응답 때 최 대표는 하소연을 하듯 말을 꺼냈다.

최 대표는 “보일러가 나왔는데 왜 너희는 연탄만 팔고 변화하지 않느냐고 한다. 넷플릭스가 위협이라는 얘기도 한다. 잘 안다. 그런데 우리는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은 사업자라 운신의 폭이 좁다”고 했다. 그는 “우리 개별 SO는 회사도 크지 않아 변화하는 데 한계도 있다. 정부에서 상대적 약자인 우리 중소기업도 배려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 케이블 SO의 직사채널로 운영되는 제주방송 화면 갈무리.
▲ 케이블 SO의 직사채널로 운영되는 제주방송 화면 갈무리.

IPTV의 케이블 인수합병 시도로 촉발된 유료방송 플랫폼 시장 재편 논의는 거대 케이블과 IPTV 양자가 중심이다. 그러나 케이블에는 개별 SO들을 합병해 만든 CJ, 태광, 현대 등 대기업 중심의 MSO(Multi System Operate)가 있는가 하면 개별 지역에서 독자적으로 활동하는 작은 SO들도 있다. 이날 토론회에는 개별 SO들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케이블은 지역 독점 사업을 하는 대신 직접 지역채널을 운영하는 방식으로 지역성 구현의 책무를 갖고 있다. 그러나 지역성 책무가 없는 전국단위 사업자인 IPTV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고, 나아가  동일 서비스에 편입할 경우 SO의 지역 채널은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

발제를 맡은 이상기 부경대 교수는 네이버가 모바일 구독 개편 때 지역 매체를 포함하지 않은 사실을 전하며 동시다발적인 지역 미디어의 위기를 강조했다. 그는 “지상파가 제 역할을 못하는 곳에서 일부 지역 SO들이 활약하고 있다. 물론 지역성 구현에 비판 받을 점들도 있지만 지역 이슈를 제대로 다루는 제주방송, 서경방송은 진흙 속의 연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한오 금강방송 대표는 “지역 지상파들이 광역단위이고 중앙에서 내려오는 콘텐츠를 많이 전송한다. 그런데 현장의 지방자치는 광역화되지 않았다. 익산과 군산의 의회는 다르다. 우리는 시 의회를 따로 다룬다”고 했다. 그는 “개별SO의 촘촘한 지역성이 지역민들에게 더 영향력 있는 공론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패널들은 케이블 지역방송 지원 대책을 촉구했다.  안차수 경남대 교수는 “지역분권 개헌을 하게 된다면 제4부인 언론에 대한 육성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진만 강원대 교수는 유료방송 진흥 기구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가리켜 ”왜 자신들의 담당인 SO를 진흥하려 하지 않는가“라고 비판했다.

유료방송업계의 말 바꾸기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이상기 교수는 “2016년만 해도 LG와 KT는 SK의 CJ헬로 인수합병이 나쁜 인수합병이라며 반대했는데 지금은 LG가 CJ헬로를 인수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넷플릭스 진출로 상황이 변했다고 하는데 2016년 이미 넷플릭스가 진출했다. 상황이 변해 인수합병이 필요하다는 건 아전인수”라고 꼬집었다.

이날 토론회에는 한국당 황교안 대표, 정용기 정책위의장, 이주영 국회부의장, 김진태 의원, 안상수 의원, 심재철 의원 등이 첨석했다. 지역의 미디어 이슈인 만큼 지역구 의원들의 참여가 높았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사진 촬영이 끝난 후 끝까지 자리를 지킨 의원은 주최자인 박대출 의원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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