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동 KBS 사장이 산불 재난 방송에 소홀했다는 지적에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양 사장은 지난 10일 오전 임원회의에서 “이번 강원 산불 재난방송과 관련해서 ‘특보 시점이 늦었다’, ‘대피 구조 위주보다 실황 중계 비중이 높았다’, ‘장애인을 위한 수어방송이 늦었다’ 등 많은 지적과 비판이 KBS를 향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양 사장은 “산불과 관련한 재난방송 매뉴얼에 구체성이 부족했다”며 “그동안 집중호우나 태풍, 지진 등에 대해선 반복적으로 재난방송을 해 노하우가 축적됐지만 산불 방송은 그러지 못했다”고 시인했다.

양 사장은 “이번 일을 계기로 KBS의 재난방송이 대폭 개선될 수 있도록 시스템 전반을 점검하고 재정비하자”며 “장애인과 노약자 등 취약 계층과 외국인들이 KBS 재난방송을 통해 도움 받을 수 있도록 매뉴얼을 보강하고 시스템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 양승동 KBS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 양승동 KBS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KBS는 재난방송 주관사인데도 지난 4일 강원 지역 대형 산불 당시 정규 편성 프로그램을 끊지 못하는 등 특보 체제 전환이 늦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와 관련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재난방송 주관방송사가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에 두는 정보 제공자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KBS를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재난 주관방송사 등은) 국민들에게 재난 상황에 대해 실시간으로 정확하게 알려주면서 국민과 재난 지역 주민이 취해야 할 행동 요령을 상세하게 알려줄 필요가 있다”며 “누구나 재난방송을 통해 행동 요령을 전달받을 수 있도록 재난방송 매뉴얼을 비롯해 시스템 전반에 대한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지난 9일 “이번 산불 진화 과정에서 많은 국민이 아쉬워한 것 중 하나가 재난방송”이라며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사가 함께 노력해 재난방송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9일 ‘부실 재난방송’ 등을 이유로 KBS를 항의 방문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양 사장과의 면담을 요청했지만 만남은 성사되지 못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조차 국가재난방송사 KBS의 대응이 부실하다고 했다. 그런데도 양 사장이 (한국당 의원들을) 문전박대했다. 대통령 질책조차 무시한 양 사장은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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