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위헌 여부가 오늘 판가름난다.

헌법재판소는 11일 ‘낙태죄’ 형사처벌 조항의 위헌 여부를 선고한다. 여성의 임신중지와 의사 등의 임신중절수술을 벌금이나 징역으로 처벌하도록 한 형법 269조 1항과 270조 1항이다. 재판관 9명 가운데 6명 이상이 위헌 판단하면 낙태죄는 사라진다. 낙태죄는 1953년 제정된 이래 존속해왔다. 

낙태죄 폐지는 여성이 자신의 임신을 지속할지 결정할 권리를 비롯해 그 과정에서 안전을 보장받을 권리, 건강권과 생명권을 확보할 수단을 접할 권리, 국가와 사회의 통제를 상대로 한 몸에 대한 주권 등을 포괄한다. 

정작 선고 당일 낙태죄 사안을 지면에 다룬 언론은 드물었다. 이마저 첫 헌재 결정이 났던 7년 전에 비해 관심도가 높아진 결과다.

▲ 지난 3월30일 ‘헌법재판소 낙태죄 위헌 판결 촉구’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들어보인 피켓. 사진= 박서연 기자.
▲ 지난 3월30일 ‘헌법재판소 낙태죄 위헌 판결 촉구’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들어보인 피켓. 사진= 박서연 기자.

9개 아침종합신문 가운데 4곳이 낙태죄 사안을 지면에 다뤘다. 경향신문과 동아일보, 중앙일보와 국민일보다. 1면에 다룬 신문은 없었다.

경향신문은 12면 기사 “위헌이냐 헌법불합치냐… 낙태‘죄’ 꼬리 떼기 ‘6’에 달렸다”에서 낙태죄 처벌에 대한 위헌 기대가 어느 때보다 높다고 했다. “헌법재판관들의 낙태죄 관련 인식은 이전과 달리 전향적인 것으로 알려져 낙태폐지론 측에서는 위헌결정에 대한 기대감이 무르익고 있다”고 했다. 다만 “일정 기한까지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고 전했다.

동아일보는 2면에서 전세계 국가의 낙태죄 관련 움직임을 짚었다. 2018년 가톨릭 국가인 아일랜드는 국민투표로 임신중지 합법화를 결정했다. 독일은 임신 12주 전 임신중절수술을 허용하는데, 지난 2월 병원의 중절수술 홍보 금지법이 여성이 수술할 의사를 찾고 상담하는 데 난관을 겪게 한다는 판단으로 제한을 완화했다. 미국에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뒤 일부 주의 공화당 주지사가 태아 심장박동 포착 이후 임신중지를 금지하는 법을 논의하는 역행 움직임도 있다.

중앙일보는 10면에서 최근 5년 간 선고된 낙태죄 관련 공개 판결문 71개를 분석했다. 중앙은 그 결과 “ 남녀가 나란히 법정에 선 경우는 드물었다. 상당수 여성은 남성과 이혼하거나 결별해 홀로 낙태를 감행했다가 처벌받았다”고 했다. 남성의 보복 목적으로 악용된다는 전문가 발언을 실었다. “낙태죄는 단속으로 적발되지 않기 때문에 현실에서 법원까지 오는 사례는 대부분 남성이 보복하거나 병원이 보복 고발 당하는 경우”라는 설명이다.

▲ 경향신문 11일자 12면
▲ 경향신문 11일자 12면
▲ 동아일보 11일자 2면 갈무리
▲ 동아일보 11일자 2면 갈무리
▲ 중앙일보 11일자 10면 갈무리
▲ 중앙일보 11일자 10면 갈무리

오늘 아침신문 가운데 어느 곳도 사설로 낙태죄 존폐 여부에 대한 입장을 다루지 않았다. 최근 낙태죄 폐지 여부를 결정한 해외 국가의 언론이 사설을 통해 직접 입장을 밝힌 것과 대조적이다.

대표적으로 낙태죄를 지난해 폐지한 아일랜드의 주요 신문 ‘아이리시 타임즈(The Irish Times)’는 국민투표 전날 지면 사설을 냈다. 지난해 5월24일 “(낙태죄 폐지에) ‘예’라고 투표함으로써, 우리는 ‘여성의 몸에 대한 주권’을 ‘국가가 자기가 제일 잘 안다고 여성에게 말할 권리’에 종속시키는 세계관을 거부할 수 있다. 우리는 비밀주의와 수치에 종말을 가져올 수 있다”며 “(태아 생존권을 임신한 여성과 동등하게 규정한)수정헌법 8조를 폐지하라”고 밝혔다.

지난 일주일 새 한겨레만 헌재 결정이 임박한 낙태죄를 놓고 폐지 입장을 밝혔다. 한겨레는 이틀 전인 9일 사설을 냈다. “우리 사회는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박탈하고도 정작 이에 따른 모든 책임을 여성에게 전가해온 게 현실”이라며 “우리나라가 ‘여성 인권의 갈라파고스’가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한겨레 9일자 사설
▲ 한겨레 9일자 사설

보수기독교계가 출자하고 개신교 교단이 경영하는 국민일보는 10일 사설로 ‘개신교와 천주교는 낙태죄 폐지에 반대한다’며 합헌을 주장했다.

한편 오늘 지면은 낙태죄 위헌성을 처음 심판했던 7년 전보다 언론의 관심도가 높아진 결과다. 2012년 8월23일 헌재의 첫 낙태죄 위헌여부 선고 당일 아침종합신문 가운데 이 사안을 다룬 곳은 없었다. 당시 헌재는 4대 4 의견으로 낙태죄를 합헌 결정했다.

헌재는 오늘 낮 2시 낙태죄의 위헌 여부를 선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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