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가 지난 2013년 반민특위 다큐멘터리 제작 중단 사태의 책임자를 부사장에 임명해 논란이 일고 있다.

EBS는 지난 5일 신임 부사장으로 박치형 전 EBS 평생교육본부장을 임명했다. 박치형 신임 부사장은 지난 2013년 4월 반민특위 관련 다큐 ‘다큐프라임- 나는 독립유공자의 후손입니다’ 제작을 하던 김진혁 EBS PD(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를 수학교육팀으로 인사 이동시키는 등 중단 사태에 책임이 있는 인물로 꼽힌다.

제작 중단 사태 이후 김진혁 PD는 2013년 6월 EBS에 사표를 제출하고 회사를 떠났다. 그는 당시 “프로그램을 제대로 마치지 못하고 EBS를 떠나게 돼 반민특위 후손분들께 너무 죄송한 마음”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박치형 신임 부사장 임명 소식에 김진혁 교수는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 부사장으로부터) 개인적 사과를 받기도 했고 당시 반민특위 제작 중단은 박근혜 정권에 호감을 얻으려는 신용섭 당시 EBS 사장의 의지가 핵심이었다고 판단해 그분(박 부사장)에게 더 이상 개인적 감정을 갖고 있진 않다”고 썼다.

그럼에도 “내 개인적 감정과 별도로 반민특위 제작 중단과 관련 어떠한 공식 사과도 없이, 더구나 새 정권에서 EBS 부사장에 임명되는 건 다른 문제”라며 “인사가 철회가 되든지, 최소한 반민특위 제작 중단에 공개 사과한 뒤 구성원 판단을 구하는 게 맞지 않을까”라고 밝혔다.

▲ 김진혁 전 EBS PD. 사진=미디어오늘
▲ 김진혁 전 EBS PD. 사진=미디어오늘
전국언론노조 EBS지부도 10일 성명에서 “방송통신위원회가 깜깜이로 이효성 방통위원장의 고등학교 후배를 EBS 사장에 앉히더니 김명중 EBS 사장은 보고 배우기라도 한 듯 대학교 후배, 그것도 학과 후배를 부사장에 임명했다”고 비판했다.

언론노조 EBS지부는 “김명중 사장은 부사장, 부서장 임명 시 조합 의견을 청취하도록 단체협약에 명시돼 있는데도 공표 직전 형식적으로 통보했을 뿐”이라며 “노조 의견은 전혀 들을 의사가 없는 졸속 날치기 인사”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박치형 신임 부사장의 반민특위 다큐 중단 책임을 물은 뒤 “신용섭 EBS 사장 시절 박근혜 홍보 영상의 제작부서 책임자, 새마을운동 홍보 프로그램 발의자, 비정규직 직원 성추행으로 직능단체에서 제명된 자 등 방송 공정성을 훼손하고 시대착오적 행위를 저지른 자들이 대거 등용됐다. 교육공영방송의 인사라고는 믿기지 않는 막장인사”라고 비판했다.

언론노조 EBS지부는 10일 방통위가 위치한 경기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김명중 사장과 이효성 위원장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부사장 및 부서장 인사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미디어오늘은 박 부사장 입장을 듣기 위해 10일 전화와 문자를 남겼으나 그는 취재에 응하지 않고 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