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가 지난 9일 메인뉴스에서 대주주 태영건설의 부당한 가족회사 몰아주기 행태를 비판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태영건설이 SBS 미디어그룹 계열사를 통해 이재규 태영건설 부회장의 가족회사를 부당 지원했다는 의혹이다. SBS ‘8뉴스’ 보도는 같은 날 오전 전국언론노조가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폭로한 내용이다.

이날 언론노조 기자회견장에서 윤창현 언론노조 SBS본부장은 이재규 부회장의 가족회사 ‘뮤진트리’(mujintree)가 대주주 묵인 또는 지원 아래 SBS 콘텐츠 판매 회사인 SBS콘텐츠허브와 독점 계약을 맺고 지난 10년 동안 200억원대 SBS 콘텐츠 수익을 챙겼다고 고발했다.

SBS 8뉴스는 이 소식을 전하며 “지난해 3월 SBS가 실시한 특별감사에서도 태영건설 임원의 사적 이익을 위해 SBS콘텐츠허브가 부당지원을 했다는 의심을 살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SBS 노조는 이런 계약이 공정거래법 위반이라며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 SBS가 지난 9일 메인뉴스에서 대주주 태영건설의 부당한 가족회사 몰아주기 행태를 비판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진=SBS 8뉴스 화면
▲ SBS가 지난 9일 메인뉴스에서 대주주 태영건설의 부당한 가족회사 몰아주기 행태를 비판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진=SBS 8뉴스 화면
아울러 보도 말미에는 “뮤진트리가 재작년 7월 경쟁 입찰을 통해 사업자로 재선정됐으며 작업 수준과 가격 조건이 우수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사실이 없다”는 SBS콘텐츠허브 입장도 실었다.

SBS가 SBS미디어그룹을 지배하고 있는 태영건설을 비판하는 보도는 이례적이다.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이 SBS와 SBS콘텐츠허브 경영권을 장악하고 있다는 우려가 분출되면서 노조와 회사·대주주가 파국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나온 보도라 이목이 집중된다. 노조 주장과 그에 대한 반론을 균형 있게 다룬 보도이나 그 의미가 남다른 이유다.

이번 보도 발제는 일선 기자들의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등을 강하게 비판해온 SBS가 자사 대주주 인사들이 연루된 사건을 외면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기자들 사이에서 제기된 것.

실제 8뉴스 보도 전 강도 높은 논의가 이뤄지는 등 보도가치에 대한 토론이 진행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논의 과정에서 ‘대주주 문제라 보도하면 안 된다’는 식의 검열은 없었고 다만 ‘8뉴스 리포트로 내보낼 만한 아이템인가’, ‘다소 뜬금없어 보이지 않을까’ 등의 고민과 논의는 오고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보도로 ‘SBS가 대주주 비판은 못한다’는 일각의 우려는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 태영건설의 SBS 수익 유출 의혹은 노조와 대주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이슈다. 이런 상황에서 SBS 보도가 대주주 아픈 곳을 찔렀다. 다만 윤석민 회장의 장악력이 높아지고 있는 SBS미디어그룹의 현 상황을 고려하면 언제든 ‘소유·경영 분리’ 및 ‘보도국 독립 보장’ 문제는 언론계 이슈로 부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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