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산불 관련 국회 현안보고에서 KBS의 재난보도 소홀이 연이어 도마에 올랐다. 자유한국당 일각에선 이를 계기로 양승동 KBS 사장 퇴진 요구도 나왔다. 

유민봉 자유한국당 의원은 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강원 산불 피해 현황·복구 지원 관련 현안 보고’에서 정부가 재난주관방송사인 KBS에 재난 방송을 제때 요청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YTN 10시 뉴스를 보면 상당히 상황이 심각하다는 걸 국민이 인지할 수 있었다. 소방청에서 오후 9시44분 대응 3단계 경보를 발령했다”며 “KBS는 10시53분에야 첫 특보를 10여분 송출한 뒤 정규 방송인 ‘오늘밤 김제동’을 다시 송출했다. 재난주관방송사로서 역할에 굉장히 큰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가운데)이 9일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 강원도 지역 산불 피해 현황 및 복구 지원 관련 현안 보고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받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가운데)이 9일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 강원도 지역 산불 피해 현황 및 복구 지원 관련 현안 보고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받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이어 “농촌 산간 지역의 경우 노약자들이 굉장히 많다. 이분들은 휴대전화 재난문자를 제때 확인하고 대응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KBS 시청률이 상당히 높은 지역으로 생각된다. 재난문자발송보다도 KBS 재난방송이 굉장히 중요한 기능을 수행해야 하는데 그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 장애인을 위한 수어 통역조차 전무했다”고 비판했다.

윤재옥 한국당 의원은 재난 방송을 요청하는 기관으로 행정안전부를 포함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현행 방송통신발전기본법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나 방송통신위원회가 KBS에 재해·재난 방송을 요청하도록 돼 있다. 류희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재난방송 과정에 미흡한 점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말씀하신 상황을 고려해 관계기관과 최선의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한국당은 재난보도 소홀을 들어 KBS 사장 사퇴 요구를 높였다. 이날 오전 한국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김성태 의원은 KBS 특보 사이 편성된 프로그램이 ‘오늘밤 김제동’이라는 점을 부각하며 “재난주관방송사 역할을 포기하고 정권 편파 방송에 집중했다”고 주장했다. 회의 직후 한국당 의원들이 KBS 항의 방문에 나서기도 했다.

오후 행안위에서는 안상수 의원이 목소리를 이어갔다. 안 의원은 진영 행정안전부장관에게 “이번 일은 누군가 몇 사람이 책임져야 하는데 제일 책임 큰 사람이 KBS 사장이다. 시스템을 어떻게 할 거냐에 대해 검토하고 KBS 사장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퇴진 시키는 게 맞다”며 “관계국무회의에서 협의하라”고 요구했다.

산불 당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나경원 원내대표 등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붙잡아뒀다는 비판을 의식한 발언도 나왔다. 안상수 의원은 진영 행안부장관에게 “국가안보실장이 좀 늦게 갔다고 해서 화재 전체에 얼마나 영향을 줬느냐”고 물은 뒤 “못 나가게 했다고 나경원 원내대표에게 온 언론이 책임을 뒤집어씌웠다. 정치적으로 이렇게 책임을 뒤집어씌우는 건 난생 처음 봤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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