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재난주관 방송이 아니라 국가재난방관 방송이라는 말이 나올 지경이다.”

자유한국당이 KBS의 재난방송 문제를 쟁점화하고 있다. ’한국당 KBS 헌법파괴 저지 및 수신료 분리징수 특별위원회‘(위원장 박대출)는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에 항의방문했다.

항의방문에는 박대출 의원을 비롯해 최연혜, 박성중, 윤상직, 김성태(비례대표) 등 한국당 소속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의원들이 함께 했다. 

면담은 비공개로 이뤄졌다. 이들은 오전 10시18분께 KBS 본관 출입구를 통과한 후 17분 만에 다시 나왔다. 의원들은 굳은 표정으로 브리핑 없이 11시에 예정된 한국당 의원총회 장소로 이동했다. 한국당 관계자는 면담에 대한 입장은 특위 위원장 차원에서 따로 논평을 낼 계획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 KBS 항의방문 후 심각한 표정으로 나오는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관계자들. 사진=금준경 기자.
▲ KBS 항의방문 후 심각한 표정으로 나오는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관계자들. 사진=금준경 기자.

복수의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한국당은 양승동 KBS 사장을 만나지 못했다. 한국당 의원들이 양승동 사장 면담을 요구했지만 KBS측은 급작스러운 항의방문에 사장 면담이 불가하다고 해 양측이 입씨름을 하다 KBS를 나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오전 9시 박대출 의원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한국당 원내대책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국가기간방송인 공영방송 KBS가 보도는 정권편향에 재난방관까지, 경영은 청산놀음에 적자사태까지 더블참사 방송으로 추락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대출 의원은 “강원도가 불타고 있는데 ’오늘밤 김제동‘ 방송을 강행했다. 김제동 출연료 챙겨주려고 한 거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재난방송사의 의무를 저버린 KBS에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한국당 지도부도 KBS를 집중 비판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재난주관 방송사로서 역할을 하지 않은 데 대해 문제를 따져 물을 것은 물론 ‘저널리즘 토크쇼J’와 ‘오늘밤 김제동’ 등 프로그램도 문제 제기를 하겠다”고 했다.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8일에 이어 9일에도 양승동 사장 사퇴를 요구했다.

한국당은 이번 논란을 TV 수신료 문제와 연결지으며 KBS를 압박하고 있다. 원내대책회의에서 박대출 의원은 조만간 특위 이름으로 KBS 경영진단 토론회를 열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별도로 걷는 분리징수를 위한 국민 서명운동 돌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고, 관련 법안 심사를 여당에 촉구했다.

이전 정부 때만 해도 TV 수신료 인상을 추진해온 한국당은 정권 교체 이후 KBS를 향한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당은 구 여권 KBS 이사 해임 및 과거 보도개입과 부당인사 등 적폐청산과 ‘오늘밤 김제동’ 등 방송이 논란이 될 때마다 KBS를 강도 높게 비판해왔다. 내년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이 같은 공세는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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