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16일 한국 진도 앞바다에서 세월호가 침몰했다. 가라앉는 배를 앞에 두고 정부는 구조하지 못했거나 구조하지 않았다. 304명이 죽어가는 과정을 전 국민이 생중계로 지켜보았고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미수습자 수가 사망자 수로 바뀌는 과정을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자연스럽게 무력의 감각이 체화되었고 자책과 분노가 뒤엉킨 상태가 한동안 지속되었다. 언론의 이해할 수 없는 오보와 지속되는 왜곡 보도는 사람들의 감정의 굴곡을 더욱 세차게 만들었고 결국 이 공동의 경험은 한 세계를 종료시켰고 새로운 세계를 추동했다. 그것이 누구도 꿈꾸지 않았던 미래라 하더라도.

더이상 사람들은 시스템을 믿지 않는다. 시스템의 오작동을 방지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언론 역시 믿지 않는다. 정권은 탄핵되었고 기자는 기레기가 되었다. 이른바 ‘촛불혁명’으로 새 정권이 탄생했지만 세월호 참사에 대해 밝혀진 것은 여전히 아무것도 없다. 시스템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한 것이 아니라 시스템이라는 개념 자체를 불신하게 되었다. 궁핍한 자신의 처지를 스스로 긍정해야 했고 그 원인을 찾아내야만 했던 많은 이들이 혐오를 선택했다. 더이상 시스템을 교정하고 스스로의 권리를 위해 권력과 싸우기보다는 자신보다 작고 약한 존재들을 혐오하고 그곳에서 자신의 소속을 확인하고자 했다. 일부 정치인들과 언론들도 대열에 합류했고 누군가의 바람잡이가 되어주었다.

▲ 지난해 10월13일 서울 광화문 416광장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전면 재조사·재수사 촉구 국민대회’에서 유가족들과 시민들이 전면 제조사를 촉구하는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 지난해 10월13일 서울 광화문 416광장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전면 재조사·재수사 촉구 국민대회’에서 유가족들과 시민들이 전면 제조사를 촉구하는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세월호 참사는 어쩌면 우리의 미세한 감각을 변화시켰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 결과는 생각보다 거대하다. 바람이 파도가 되듯 5년 전 4월16일의 사건은 이후 한국 사회를 집어삼켰다. 사람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더이상 세월호를 이야기하려 하지 않는다. ‘아직도 세월호인가’라는 질문이 불현듯 목구멍까지 차오른다. 하지만 그 말을 입 밖으로 내뱉기엔 ‘잊지 않겠다’고 눈물로 다짐했던 기억들이 여전히 각인처럼 새겨져 있다. 아직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이 있고 여전히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유가족들과 생존자들이 있다. 동시에 안산에 들어설 추모공원을 혐오시설이라며 집값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고 세월호를 정치적 대립으로 몰고가려는 사람들이 있다.

[ 관련기사 : 참세상 / 세월호 5주기, 애도에 갇히지 않는 추념의 방식 ]

▲ 디자인=일상의실천
▲ 디자인=일상의실천
이 어지러움 속에서 세월호 참사 5주기 전시를 안소현, 김현주 기획자와 함께 기획하게 되었다. ‘바다는 가라앉지 않는다’라는 이름을 단 이 전시는 세월호가 뒤흔든 것들 중 가장 미세한 것부터 또렷하게 하고자 한다. 더이상 세월호 이전의 감각으로는 보고 듣고 느낄 수 없는 것들을 확인해보고자 했다. 망각을 공식화하고 애도의 마디를 서둘러 그어버려도, 우리의 어떤 세상도 세월호 이전일 수 없음을 작가들의 축적된 고민을 통해 보이길 바랬다. 이 전시에는 세월호를 전혀 언급하지 않거나 심지어 참사 이전에 만든 작품들도 전시된다. 거기에서조차 세월호가 역력할 때 우리가 왜 애도를 멈출 수 없는지, 혹은 왜 애도만으로 멈출 수 없는지 질문하고자 한다.

▲ 홍진훤 사진작가·독립기획자
▲ 홍진훤 사진작가·독립기획자
전시는 4월3일 안산에서 먼저 시작하여 4월9일 서울로 이어진다. 안산문화예술의전당에서는 참사 이후 5년의 시간 선을 따라 사건의 기록과 작품들이 뒤섞이고, 서울에서는 촛불집회의 중심지였던 종로구 일대의 공간들을 잇달아 방문하는 순례길 형식의 전시가 열린다. 안산과 서울을 오가며 세월호가 바꿔놓은 세상을 감각하며 바다를 바라보다 바다가 되어버린 우리가 만들어야 할 세상에 대해 고민해보는 기회가 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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