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이번 강원 산불 화재 보도 대응 부실 여부를 따져보는 자리를 마련한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오는 9일 긴급 공정방송위원회 개최를 요구했다. 보통 공정방송위원회 자리에 사측 인사로 부사장이 참석하지만 이번 만큼은 사안이 심각하다고 판단해 양승동 사장의 참석을 요구했다. 사측은 양승동 사장 참석을 검토 중이다.

산불 대응 부실 보도 논란은 국가재난주관 방송사로서 특보 전환이 늦었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불거졌다. 4일 저녁 7시17분께 산불이 발생한 뒤 바람을 타고 피해가 확산되고 주민들에게까지 대피령까지 내려졌는데 KBS 특보 체제는 밤 11시25분에 이뤄졌다. 공교롭게도 앞서 ‘오늘밤 김제동’ 프로그램이 20분 동안 방영되면서 비난이 커졌다.

KBS는 지역 방송 총국을 통해 재난 자막 스크롤을 내보내고 9시 뉴스에서도 전화 연결을 통해 산불 피해를 보도하고 ‘오늘밤 김제동’ 방영 직전까지도 산불 소식을 알렸다고 강조했지만 시청자 반응은 싸늘했다.

이에 KBS본부는 재난 보도의 여러 문제점을 점검하는 차원에서 사측에 긴급 공정방송위원회 개최를 요구한 것이다.

KBS본부는 공정방송위 자리에서 재난보도 메뉴얼이 사문화가 되고 있는지, 재난보도책임자의 대응이 부실했는지 따져보겠다는 입장이다.

▲ 사진= KBS 오늘밤 김제동 방송화면 갈무리.
▲ 사진= KBS 오늘밤 김제동 방송화면 갈무리.
재난 발생시 신속한 보도를 위한 장비 배치와 지원 문제에도 보완책을 요구할 계획이다. 장비 효용성만 따지다보니 재난 발생과 같은 비상 상황에 대응이 부족할 수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특보 뉴스 전환 시간이 문제의 본질이 아니라 재난보도 준비가 과연 총체적으로 잘 돼 있었는지 부족한 게 있다면 무엇을 보완해야 하는지 등 현재 시스템의 부족한 점을 확인하고 향후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특보 전환 결정을 놓고 편성제작국과 보도국 사이 문제는 없었는지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KBS본부는 “KBS는 9시 뉴스 이후 3.1운동 100주년 특집 프로그램을 예정대로 내보냈다. 뒤늦게 짧은 10분짜리 속보를 편성한 뒤에도 KBS는 곧바로 특보체제로 전환하지 못하고 또다시 정규 프로그램을 방송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편성제작국 입장에선 장기간 준비한 프로그램의 방영이 중단될 경우 아쉬울 수 있는 상황에서 보도국의 재난방송 특보 전환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사측은 2년 마다 재난보도 메뉴얼을 갱신해왔고, 이번 산불 화재 사고도 메뉴얼에 따라 3단계로 나눠 적절히 대응했지만 국민 눈높이에 부족했다는 입장이다. 특히 20분 동안 오늘밤 김제동을 방영한 게 상징적으로 도드라져 보이면서 국민적 비난이 커진 게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KBS 한 기자는 “가장 시청률이 높은 시간대인 9시 뉴스에서 전화 연결을 포함해 비교적 적극적으로 다루긴 했지만, 판단이 좀 더 적극적이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있다. 전체적으로 KBS 재난 보도에 대한 비판은 받을 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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