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산불 대책에 나선 이낙연 국무총리의 ‘깨알 수첩’이 화제다. 지난 6일 이 총리가 산불 대책회의 당시 메모한 8쪽 분량의 수첩이 공개됐다.

정운현 국무총리 비서실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산불 대응) 관계장관회의 때 말씀하신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내용을 전부 공개한다”며 수첩을 공개했다.

수첩에는 산불 피해 상황과 진화에 투입된 장비·인력, 대책 등이 담겼다. “잔불 정리·뒷불 감시”, “이재민 돕기, 식사·숙박, 의복·의료, 학생 공부, 농업 등 시급한 생업 복구” 등 정부가 단계적으로 해야 할 일이 적시돼 있어 ‘깨알 수첩’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 강원도 산불 대책에 나선 이낙연 국무총리의 ‘깨알 수첩’이 화제다. 정운현 국무총리 비서실장은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산불 대응) 관계장관회의 때 말씀하신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내용을 전부 공개한다”며 수첩을 공개했다. 사진=정운현 총리 비서실장 페이스북
▲ 강원도 산불 대책에 나선 이낙연 국무총리의 ‘깨알 수첩’이 화제다. 정운현 국무총리 비서실장은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산불 대응) 관계장관회의 때 말씀하신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내용을 전부 공개한다”며 수첩을 공개했다. 사진=정운현 총리 비서실장 페이스북
정 실장은 “평소 총리는 국무회의나 현안 조정 회의 등의 인사말을 여러 차례 걸쳐 직접 다듬어 자신의 목소리를 담는다”고 부연했다.

8일자 주요 일간·경제지도 이 소식을 지면에 담았다. 한국일보는 2면에 수첩 사진을 크게 싣고 사진 제목을 “‘잔불 정리·뒷불 감시’ 李총리 깨알 수첩 눈길”로 뽑았다.

한국경제도 6면(“李총리의 산불 대책 ‘깨알 수첩’ 눈길”)에서 “이 총리의 메모 습관은 유명하다. 2014년 2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또 한 권의 수첩을 다 썼다. 두 달에 한 권꼴로 사용한다’며 ‘메모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고 올리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매일경제도 4면(“‘깨알 메모’ 대책 지시한 이낙연…산불 현장서 임기 마친 김부겸”)에서 “이낙연 국무총리는 세심한 현장 지도로 주목받았다”고 평가했다. 보수 성향의 경제지들도 정부 대응에 긍정 평가를 내놓은 것.

눈에 띄는 보도는 조선일보다. 조선일보는 8면(“李총리, 아직도 ‘기자수첩 꼼꼼 메모’”)에서 “이번에 공개된 이 총리의 수첩 8쪽의 매 하단에 각각 ‘스포츠동아’, ‘dongA.com(동아닷컴)’, ‘어린이동아’, ‘新東亞(신동아)’, ‘iChannelA(아이채널에이)’, ‘수학동아’란 글자가 표기돼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도 “동아일보나 그 관계사에서 쓰는 기자수첩을 총리가 된 이후에까지 메모용으로 사용해온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이 총리는 동아일보 기자 출신이다. 일부에선 ‘이 총리가 친정인 동아일보에 대한 애정이 너무 각별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고 전했다. 조선일보가 경쟁사인 동아일보 기자 출신 이 총리를 우회적으로 꼬집은 것이다.

▲ 조선일보 8일자 8면.
▲ 조선일보 8일자 8면.

이 총리는 1979년부터 2000년까지 동아일보 기자로 근무했다. 그는 지난 2017년 12월12일 지령(紙齡) 30000호를 맞아 동아일보에 기고(‘나와 동아일보’)를 싣기도 했다. 

그는 “동아일보 기자 21년. 많이 일했고, 많이 마셨다. 괴로운 날도 많았다. 그래도 좋은 시절이었다. 나의 내면을 형성한 소중한 수업 기간이었다. 동아일보가 곧 지령 30000호를 맞는다. 그 가운데는 내 청춘의 흔적도 서려 있다. 동아일보의 분발을 바란다”고 회고했다. 이 총리가 ‘나와 동아일보’ 시리즈 첫 기고자라는 점은 상징적이다. 

하지만 이 총리가 동아일보에만 애정을 보였다고 평가하는 건 섣부르다. 이 총리는 지난해 5월 조선일보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에 참석한 적 있다. 당시 이 총리가 한국일보의 한국포럼과 한겨레 30주년 기념식 참석 대신 조선일보 행사에 참석한 것을 두고 ‘아쉽다’는 업계 관계자들의 푸념이 적지 않았다. 

이에 국무총리비서실 측은 “일정으로 인해 참석하지 못한 것”이라며 “이 총리께서 매체를 가려 참석하거나 그러시진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 동아일보 2017년 12월12일자 2면. 이낙연 총리는 1979년부터 2000년까지 동아일보 기자로 근무했다. 그는 지난 2017년 12월12일 지령(紙齡) 30000호를 맞아 동아일보에 기고를 싣기도 했다. 그가 시리즈 첫 기고자라는 점은 상징적이다.
▲ 동아일보 2017년 12월12일자 2면. 이낙연 총리는 1979년부터 2000년까지 동아일보 기자로 근무했다. 그는 지난 2017년 12월12일 지령(紙齡) 30000호를 맞아 동아일보에 기고를 싣기도 했다. 그가 시리즈 첫 기고자라는 점은 상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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