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 3월 임시국회에서 탄력근로제 등 노동법 개악이 통과되지 않았다. 그러나 안도할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국회의원들이 4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는 생각을 버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을 비롯한 시민사회의 목소리에 아랑곳하지 않는지, 노동권을 후퇴시키는 법안을 발의한 한정애 의원실의 조선옥 보좌관(이하 한정애의원실)은 필자가 쓴 “노동자들의 삶을 망가뜨리는 노동법 개악은 중단돼야”라는 글에 대한 반론글을 기고했다.

한정애 의원실이 기고한 글은 그동안 많은 사람들과 언론들이 비판했던 내용을 다시 반복하는 것에 지나지 않지만, 지면이 짧아 노동개악이 시도되는 3법(최저임금법, 근로기준법, 노조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대해 충분히 쓰지 못한 것을 더 설명하는 기회가 되리라 생각하며 반박글을 보낸다.

입법취지가 아니라 임금이 삭감되고 있는 노동자의 현실에 대해 답해야

한정애 의원실은 개악된 최저임금법(산입범위 확대)의 입법 취지(“산입범위 확대는 지나치게 복잡한 우리나라 임금구조가 초래하는 불합리를 해소하기 위한 것”)만 설명했지, 실제 산입범위 확대로 인해 직접적으로 임금삭감 효과를 보고 있는 노동자들의 현실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저임금 노동자는 최저임금 인상의 혜택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지만 필자가 예로 든 식당노동자의 경우조차도 임금은 인상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들이 고임금노동자들도 아니다. 필자가 예로 든 사업장이 아닌 작은 사업장에 다니는 직장인들도 임금(실수령액)이 오히려 줄어들어든 사례가 나오고 있는 현실이지만 이에 대해서는 한정애 의원실은 언급하지 않는다. 어떤 사람은 총 실수령액이 164만원이었다가 159만원으로 낮아진 경우도 있으며 월급이 1원도 안 오른 사람도 있었다. 명세표에 그동안 식대로 주던 것을 기본급으로 넣거나 휴일근로수당으로 넣는 방식이었다. (직장갑질119 제보 내용) 따라서 한정애 의원실은 최저임금법 개정에 따른 예상과 기대를 다시 반복해 설명할 것이 아니라 최저임금법 개악으로 오히려 임금이 삭감된 현실을 어떻게 되돌려놓을지 답해야 옳다.

그런데 이러한 노동자들의 임금삭감은 이미 예견된 것이다. 작년 5월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에서 실태조사 결과를 봐도 그렇다. ‘개악최저임금법, 저임금노동자에게 미치는 영향’(이창근)에 따르면, “저임금 노동자 30%, 즉 10명 중 3명은 새롭게 포함된 ‘상여금 25% 초과분’과 ‘복리후생수 당 7% 초과분’을 수령하고 있어서, 개악 최저임금법에 따라 불이익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기존 산입범위가 유지되었을 때 받을 수 있었던 시급 인상 금액 합계’로 나눈 삭감률은 64.9%로 전체 응답자 평균인 19.8% 삭감률보다 훨씬 컸다. 즉 정부여당의 주장과 달리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악은 고임금노동자가 아니라 저임금노동자의 임금에 더 큰 악영향을 미친다. 게다가 노조가 힘이 센 경우에는 단체협약을 통해 임금을 보전 받을 수 있지만 노조가 없는 대다수 노동자, 직장인들은 임금이 깎일 수밖에 없다.

필자가 이전 글에 썼듯이, 최저임금은 최소한의 생계를 위해 사용자가 보장해줘야 하는 최저선의 임금이다. 그러나 한국의 기업주들은 최저임금만 주면 되는 식으로 이해하며 지급하고 있다.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에서는 최저임금만 받고 있는 현실에서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악은 임금구조 개편이 될 수 없다.’ 복잡한 임금구조의 불합리함을 개선하려는 취지라면 복리후생적 성격의 임금을 최저임금 산입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은 임금체계를 복잡하게 해 오히려 임금체계 단순화에도 어긋난다. 그럼에도 한정애 의원실은 입법 취지만 설명하고 있다. 지금 정부여당이 직시해야 하는 것은 저임금노동자들조차 임금이 줄어든 현실, 노동권이 후퇴된 현실이다. 이제라도 노조가 없어 임금보전도 받지 못하는 미조직노동자들 대다수의 삶이 어떻게 무너지고 있는지 직시하고 당장 되돌려 놓을 계획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탄력근로제를 반대하는 게 오해 때문이라고?

한정애 의원실은 반박글에서 “탄력근로제와 관련하여 ‘경사노위(노동시간개선위원회) 합의안’에 대해 정확하지 않은 사실” 때문에 오해가 생긴 것이라며 세 가지를 얘기했다. 이 또한 입법취지에 지나지 않고 여러 법률가들이 이미 비판한 내용이지만 주장별로 짚어보겠다.

먼저 한정애의원실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확대해도 노동시간에 변화가 없다고 주장하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한정애 의원실이 근거로 삼은 한국노동연구원의 2018년 11월 실태조사의 대상 사업장의 단위기간은 3개월이다. 현행 법정 최대치가 ‘3개월을 단위기간’이기 때문이다. 3개월인 곳은 34.9%이며, 단위기간이 ‘2주 이하’인 기업 28.9%로, 시민사회가 우려하는 단위기간 확대를 담은 개악안의 반박근거가 될 수 없다.

실태조사결과에 대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5인 이상 기업 2400곳 중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한 비율은 3.22%에 불과하고, ‘향후 도입계획 있음’은 3.81% 정도다. 개악안을 제출할 이유가 없다. 현재 기업주들이 ‘근로시간 사전 특정, 임금 보전 방안, 단위기간 문제’등 때문에 탄력근로제를 도입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이를 풀어주는 탄력근로제 확대 법안이 통과되면 탄력적 근로시간제 사업장이 늘어날 것이고 그 결과 주 52시간제도는 무력화될 것이다. 탄력근로제가 도입되면 연장근로가 제한 없이 가능하므로 주당 평균 52시간의 실 근로가 가능하고, 단위기간의 절반 정도는 64시간까지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정애 의원실은 “1주 평균 근로시간을 최대 52시간으로 제한하도록 하고 있어 주 최대 52시간제의 시행 효과는 그대로 유지”될 거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바뀐 제도의 한계를 간과한 것이다. 작년에 바뀐 근로기준법의 주52시간제도는 주 40시간노동 준수를 적극적으로 강제하는 것은 아니었다. 주단위로 연장근로시간의 한계를 정한 것으로, 주당 68시간 노동을 가능케 했던 행정해석을 중지시킨 것일 뿐이다. 탄력근로제확대를 주장하는 쪽에서 즐겨 거론하는 독일의 경우 탄력근로제로 평가되는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연장근로를 포함해 1주 평균 4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탄력근로제를 도입하더라도 주 48시간이 넘으면 연장해서 일할 수 없도록 제도가 설계됐지만 우리나라의 제도는 그렇지 않다. 제도설계경로, 접근방식이 달라 근거로 삼을 수 없다. 더구나 비교대상으로 삼는 국가들 모두 노동시간이 한국보다 절대적으로 적다. 실제 2017년 한국의 평균 노동시간은 OECD 국가 중 2위(연 평균 2069시간)로 OECD국가 평균(1763시간)보다 306시간을 더 일하고 있으며, 독일 1356시간, 프랑스 1503시간, 일본 1713시간이다. 인간적인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노동시간을 단축하려면, 기업이 연장근로를 시키지 못하도록 강력한 처벌조항이나 근로감독을 충실히 해야 하며, 노동자가 연장근로를 할 수밖에 없는 낮은 기본급의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

탄력근로제는 이미 박근혜 정권시절 새누리당이 도입을 시도하다가 시민사회의 반대로 중단된 바 있다. 당시에도 주 단위 법정 근로시간의 의미를 무색하게 하고, 연장수당도 없는 장시간 근로라고 비판받았다.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확대되면 실근로시간이 연장될 수 있다는 우려가 집권여부에 따라 입장이 달라지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둘째 과로를 합법화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나 이 또한 사실이 아니다.

문제는 현행법대로 3개월이어도 과로로 인한 건강권 침해가 상당하다는 것이다. 한정애 의원실은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11시간 연속 휴식제를 포함”하였으므로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해치지 않을 거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인간이 쓸 수 있는 시간은 24시간일 뿐이다. 11시간은 잠자고 밥 먹는 시간과 출퇴근 소요시간을 생각하면 별 의미가 없다. 즉 일상적 여가와 휴식을 누릴 수 있는 조치가 아니다.

▲ 노동법률가단체가 만든 탄력적 근로시간제 개악 관련 카드뉴스.
▲ 노동법률가단체가 만든 탄력적 근로시간제 개악 관련 카드뉴스.
또한 예외사유를 시행령에 명확히 규정하도록 했다고 하나 시행령은 법과 달리 변경이 쉬울 뿐 아니라 현재 어떤 시행령이 나올지도 알 수 없어 의미 없는 주장이다.

그리고 경사노위 논의 과정에서도 독일,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 사례를 참고하였다고 하나 이 또한 짜깁기식 참고일 뿐이다. EU는 가입 국가들의 노동시간 길이를 ‘7일-48시간’으로 제한하고 연장근로를 예외로 하는 근로시간 지침이다. (‘근로시간법제 주요 쟁점의 합리적 개편방안’, 한국노동연구원, 2015) 탄력근로제는 인건비를 절감하고자 하는 사용자의 필요에 따른 것일 뿐이다. 노동자들이 출퇴근시간이 일정치 않게 되고, 수면시간이 불안정하게 되는 것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일하는 시간이 들쑥날쑥 고무줄처럼 될 경우 노동자들은 안정된 일상을 누릴 수 없을 뿐 아니라 건강의 위협도 받을 수밖에 없다.

탄력근로제 확대안은 기존 노동자의 건강에 관한 기준에도 어긋난다. 2018년 1월1일 고용노동부가 고시한 ‘과로사 산재인정기준’에는 만성과로의 경우, 발병 전 12주 동안 ‘주 60시간 초과(발병 전 4주 동안 1주 평균 64시간)’를 판단기준으로 삼고 있다. 노동부는 고시 개정안에서 평균 업무시간이 주 52시간에 미달해도 교대근무나 휴일근무를 복합적으로 하면 산재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 한정애 의원안에 따라, 6개월 단위 탄력적 근로시간 제도를 연이어 사용하면 총 6개월(26주)간 매주 64시간(=52+12)의 근로를 하게 된다. 만성 과로 기준을 훨씬 초과하는 것이다. 연속해서 사용하지 않더라도 3개월(13주)간 매주 64시간(=52+12)이 가능하기 때문에 위 고시에 의한 만성과로 기준에 해당한다.

고시된 단기 과로의 기준은 발병 전 1주일 이내의 업무의 양이나 시간이 이전 12주(발병 전 1주일 제외)간에 1주 평균보다 30%이상 증가되거나 업무 강도, 책임 및 업무 환경 등이 적응하기 어려운 정도다. 그러나 한정애 의원안에 의하면, 단기 과로 요건을 훨씬 초과한다. 6개월 중 앞 3개월(13주)은 주당 0시간, 뒤 3개월(13주), 주당 64시간(=52+12)시간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탄력근로제는 야간노동, 휴일노동을 증가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노동시간을 불규칙하게 해 노동자의 건강을 위협한다. 실제 장시간노동은 심혈관계질환과 요통 등의 근골결계질환을 불러오며 우울증과 같은 정신건강도 훼손한다. 따라서 탄력근로제 확대 개악안은 과로사를 합법화하는 것이라는 비판은 과장이 아니다.

셋째, 탄력근로제가 확대되면 연장근로 수당 없어진다는 것은 탄력근로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반론하였으나, 이 또한 근거가 잘못됐다.

한정애 의원실은 “노동연구원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탄력근로제를 도입한 기업 대다수(94.2%)에서 임금감소가 없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실태조사를 실시한 김승택 박사는 “제도 도입 전후 임금총액을 비교한 것”이라며 “노사가 사전에 임금보전에 합의했거나 기본급에 변화를 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본급 인상(52.1%) 또는 수당 인상 및 신설(47.9%)로 임금을 보전한 결과라는 것이다. (매일노동뉴스, 2018년 12월21일 “기업은 단위기간 확대 원한다? 사업체 3.5%만 원해”)

결국 노조가 없는 대다수 미조직노동자들은 일이 많이 몰리는 기간에는 장시간 노동을 하면서도 연장근로 수당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근로기준법에서 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 수당은 1주일(40시간) 혹은 1일(8일)을 기본으로 하여 주 및 일 단위로 근로시간의 길이를 규제하여 근로와 생활, 건강이 조화롭게 하려는 취지로 만들어진 것이다. 따라서 연장근로수당을 월 단위나 연단위로 비교하는 것은 취지에 어긋난다. 더구나 탄력근로제에 따르면 소정근로시간 감소되는 시기에 노동자의 총급여는 줄어들 수도 있다. 기본급이 시급이나 일급이 대다수인 제조업에서는 특정 기간에 회사가 일을 안 준다면 총 급여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탄력근로제가 적용되지 않는 기간이라면 경영상 필요에 의해 휴업할 경우 휴업수당을 줘야 하나, 탄력근로제를 도입하여 소정근로시간 자체를 감소시키면 주지 않아도 된다. 노동자들의 소득이 줄어들고 특정기간에 몸이 축나도록 집중되게 일하는 삶이 노동권의 후퇴가 아니고 뭐란 말인가.

게다가 한정애 의원실은 ‘임금보전방안이 서면합의에 마련된 것을 정부가 확인’하기 때문에 지나친 우려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임금보전 방안을 마련하여 신고 위반시 과태료는 500만원 이하에 불과하고 서면합의의 경우 신고의무도 면제되는데, 정부가 확인하는 것이 어떤 실질적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한발 양보해 임금보전 제도를 관리감독 하겠다면, 초기 논의에서 나온 형사처벌조항이 왜 빠졌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한국의 근로감독관 수는 국제인권기구가 여러차례 시정을 요구할 정도로 부족하며, 부당노동행위의 사각지대가 많지 않은가.

국제인권기구의 권고를 따라야

한국은 OECD최장노동시간에도 불구하고 임금수준은 낮다. 그래서 2017년 유엔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에 관한 위원회가 한국정부에 “1. 위원회는 최저임금이 최근 인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노동자와 그 가족이 인간다운 삶을 누리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점에 우려한다. 위원회는 다수 노동자들의 임금이 최저임금에 미달한다는 점에 우려 한다”고 한 것이다.

한정애 의원실을 비롯한 여당과 정부가 진정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을 지향한다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개악안을 강행해선 안 된다. 필요한 것은 낮은 기본급을 인상하고 실 노동시간이 단축되는지 제대로 관리․감독하는 것이다. 근로기준법 50조(근로시간)을 현실화할 방안은 재벌을 비롯한 기업주의 이윤만 고려해선 답이 나오지 않는다. 노동자들이 발 딛고 있는 노동현실을 제대로 볼 때 나올 수 있다. 법에 명시된 주 40시간 노동과 1일 8시간의 노동이 왜 지켜지지 않는지, 노동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노동현실을 직시하기를 바란다.

끝으로 ILO(국제노동기구)가 1944년 ILO의 목적을 밝힌 필라데피아선언의 “노동은 상품이 아니다” 문구가 무슨 의미인지 생각해보기를 권한다. 그러할 때 노동자들의 노동시간과 임금에 대한 접근이 인권에 기반한 것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관련 기고

① 노동자가 묻습니다 “文 정부 어디까지 후퇴하렵니까”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

② 최저임금·탄력근로제 사실은 이렇습니다 -조선옥 한정애국회의원 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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